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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신 - 토크계의 전설 래리 킹에게 배우는 말하기의 모든 것
래리 킹 지음, 강서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10년 만에 래리 킹과 재회하다.


 1933년 11월 19일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래리 킹은 1957년 마이애미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로 방송을 시작하였다. 네모난 뿔테 안경과 멜빵이 트레이드 마크인 킹은 대학교육도 받지 못했으며, 우체국 직원을 포함해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다. 


 1985년부터 <래리 킹 라이브>를 진행하면서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였다. <래리 킹 라이브>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플레이보이 창업자 휴 헤프너,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 등 유명 정치인, 기업인, 학자 등 저명 인사들 5만여 명 이상이 출연했다. 2010년 12월 프로그램에서 은퇴할 때까지 25년간 진행된 <래리 킹 라이브>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으며, TV 역사상 동일 시간대에 동일 진행자가 최장기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었다. 래리 킹의 독특한 인터뷰 스타일은 게스트의 솔직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http://me2.do/GL2dEXfi 에서 요약 발췌


 래리 킹. 그의 방송을 보지 못한 이들도, 심지어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조차도 그 이름을 모르는 이는 드물 정도로 성공한 방송인입니다. 반대로 심심찮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통  극중 TV에서 본인역으로)등장하기에 그의 이름을 몰라도 스치듯이 만난 이들 또한 적지 않을 듯 합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이를 위해 래리 킹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미국의 송해 선생님(?) 정도가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바로 그런 래리 킹의 대화 비법을 담은 책이 바로 이번에 리뷰하게『대화의 신』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이미 10년 전 쯤에 번역된 『래리 킹 대화의 법칙』으로 만난 적이 있음을 먼저 고백합니다. 

       

 10년 만의 재회가 반가울 법도 하건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한숨을 내쉬어야 했습니다. 책의 내용보다는 책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 조건이 맘에 들지 않아서 입니다. 이 책은 1995년 발간된 원서『How to Talk to Anyone, Anytime, Anywhere』를 제목만 바꿔서 다섯 번째로 출판한 책입니다. 그렇다보니 번역도 그대로여서 192 페이지 'Keep IT Simple, Stupid'란 표현을 '단순하게 그리고 머리 나쁜 사람도 알아듣게 하라'라고 여전히 오역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표현은 '바보야 간단하게 설명해' 정도가 적당해 보입니다. 반면에 출판사는 20년이 지난 원서를 새단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챕터와 소제목들을 대대적으로 변경했으며, 심지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관한 내용은 아예 삭제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번역이 아닌 편역이라고 솔직하게 밝히고, 자세한 사정을 설명해 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솔직하고, 솔직하며, 솔직하라.


 "당신이 NBC 방송국의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 당신의 팔을 붙잡아 스튜디오 의자에 앉히고 서류 몇 장을 건네주며 '지금 앵커가 아파. 당신이 대신 방송 좀 해줘야겠어.'라며 방송 시작을 알리는 불이 들어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p.22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래리 킹은 그 모든 사정을 솔직하게 밝히겠노라라고 말합니다. "내가 NBC 방송국을 걸어가는데 누군가 나를 붙잡고 이 서류들을 건네주며 '지금 앵커가 아파, 당신이 방송 좀 해줘야겠어.'라고 하더군요"라고 말입니다. 이 솔직함이야말로 10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책이 여전히 저에게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유일한 이유였습니다. 대부분의 대화 관련 책들은 특별한 요령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래리 킹은 책의 처음부터 단언합니다. 솔직함이야말로 소통을 위한 최고의 무기라고 말입니다. 요령이 아닌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기에 이 책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주장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솔직함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저자는 50년 이상의 방송 경력에서 얻은 노하우 또한 아낌없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대화의 90%는 경청이라는 내용처럼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내용도 있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화의 본질과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여전히 미래 지향적인 내용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사례의 진부함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책에 나오는 닉슨 대통령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마이클 밀켄보다는 빌 게이츠를, 대니 케이보다는 레이디 가가가 우리에게는 더 친숙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활발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이기에 좀 더 최신의 사례로 책을 채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습니다. 



정직도 최선의 방책은 아니다.

 

 "And a lie, Mr. Mulder, is most convincingly hidden between two truths."


 -미국 드라마 X-Files에서


 래리 킹이 주장하는 솔직함은 사실 예전부터 꾸준하게 내려오는 말입니다. 아마도 'Honesty is the best policy.'가 가장 적절하고 오래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습니다.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땅콩회항 사건이나, 나라의 인재를 선발하는 인사 청문회에서도 진실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솔직함 대신에 우리가 보고 들어야 했던 것은 권력과 억압, 거짓과 비방의 이전투구였습니다. 그 속에서 진실은 그 가치와 힘을 잃었고, 대다수가 외면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나약한 진실 사이에서 조금씩 힘을 키운 거짓은 그렇게 진실보다 더욱 힘이 센 대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교묘한 화술을 연마해야 할까요? 아니면 자신의 이익보다는 언제가 빛나게 될 진실을 위한 고분분투를 이어가야 할까요? 저 자신도 이에 대한 해답은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어느 학자는 "과학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과학적 진실은 단 한 명의 진실이 다른 모든 이의 거짓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일 것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진실만이 승리하는 그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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