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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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할 것 없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입니다. 해결사를 자처하는 이들은 두 가지 극단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한 쪽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더욱 치열하게 살아가라고 조언합니다. 반대로 다른 한 쪽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니, 여유를 가지고 삶을 관조하며 살아가라고 충고합니다. 듣기 좋은 노래도 여러 번 들으면 싫다는 말처럼 이제는 이런 말조차도 위로가 아닌 짜증을 유발합니다. 그 만큼 삶이 버겁다는 반증일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터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김의경 작가의 등단작인 『청춘 파산』은 아주 적절한 보고서로 읽을 수 있습니다. "『청춘 파산』은 '2014년, 아르바이트생 구보 씨의 일일'로 읽힌다"는 심사평처럼 이 책은 우리에게 따끔한 충고나 따뜻한 위로를 건네지 않습니다. 다만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의 일상을 담담하게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당선 소감에서 밝히고 있듯이,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 녹아있기에 이러한 묘사는 사실성과 더불어 진실성을 자연스레 획득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인주는 30대에 개인 파산자가 되어 매일 봉고차를 타고 다양한 거리에서 상가수첩을 돌리는 일을 합니다. 인주가 매일 일하러 가는 서울의 동네 이름을 목차로 구성한 탓에 우리는 자연스레 그녀의 여행 같은 일상에 동행하게 됩니다. 지금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동네 이름의 유래와 과거가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그 곳에서 그녀는 20대에 경험했던 다양한 추억-재수, 대학생활, 연애, 아르바이트-과 조우하게 됩니다. 추억 여행의 끝은 항상 별로 달라지지 않은, 그래서 더욱 힘든 차가운 현실로의 귀환입니다. 

 청춘 파산 속의 인물들은 누구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음을 묘사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거기서 허우적되고, 누군가는 필사적으로 헤어나오려 하며, 누군가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살아갑니다. 작가는 이들 개개인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줄 뿐 그 어떤 참견도 하지 않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이자 한계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철저하게 주인공 인주의 시점에서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또는 개인 파산의 문제를 사회 구조와는 전혀 연계시키지 않습니다. 비록 그 해법에는 의견이 갈리지만,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문제이기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빛나는 이유는 개인의 시점에서 냉정한 묘사를 끝까지 추구했다는 점일 터입니다. 작가는 어설픈 희망이나 벼락 같은 행운으로 책을 마무리하지 않고 뚝심있게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우리네 삶처럼, 변할 듯 변하지 않는 시간처럼, 나쁜 듯 나쁘지 않은 추억처럼 그렇게 오롯이 오늘의 삶을 담아내었습니다. 시대의 관찰자로서의 소명을 다한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며, 다음 차기작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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