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생관 최북
임영태 지음 / 문이당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추천권유도 : 7

  

호생관(豪生館)은 중인 출신 그것도 예술을 하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직업 귀천이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던 시절에 그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후대로까지 전해지에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작품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단서 조항을 엮어서 작가만의 상상의 나래로

펼쳐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호생관(豪生館)이란 붓으로 먹고 산다는 뜻이다.

[호생관 최 북]은 무주가 낳은 조선시대 화가, 문예 부흥기인 영, 정조 시대의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 추사 김정희 등 시, , 화에 능한 실학자들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주인공이다.

화풍은 겸재 정선의 영향을 받았으며, 걸작으로 꼽히는 '추경산수도'를 비롯 수각산수도',

'한강조어도' 등이 있다고 한다.

작품에서도 드러나고 있지만 양반이 찾아와 그림을 그려 달라고 채근하자 그림 그릴 기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촉하는 양반 앞에서 스스로 눈을 찔러 애꾸눈을 만들었다던가, 치열한 투전

판에서 사기치는 투전꾼을 목격하고 죽도록 얻어 터지면서도 항복을 받아 내는 에피소드는

그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그가 평소에 보여준 결과를 중심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느낌은

드나 전해지는 이야기가 뚜렷이 없어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이야기해 그는 느긋하고 유연한 필묵가로 알려진 그림솜씨와는 달리 성질은 괴팍하였다고

하며 오기와 고집, 자만으로 똘똘 뭉친데다 남한테 좀처럼 굽히지 않는 뻣뻣한 성격의 소유자

였다고 한다. 특히, 기행과 주벽이 남달라 심지어 '미치광이'라는 평까지 있는데, 살아생전 자신의

그림을 한 점 밖에 팔지 못하고 궁벽한 생활 속에서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자른 '빈센트 반 고흐'

비견된다 할 것이다.

 

최북은 집안 대대로 산원(궁궐의 회계)출신인 아버지 '최상여' 밑에서 출생한다.

아버지는 자식이 자신이 못 이룬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자 이를 말리려 하나 그림에 대한 아들의

열정을 이해하고 오히려 아들의 후원자가 된다. 궁궐의 부정 문제로 아버지 최상여가 관직을

나와 부승지 집 청지기로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서 운명적인 만남인 부승지의 딸 '이담'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최북'의 그림에 대한 범상치 않은 재능을 알아본 '이담'은 최북을 겸재에게 소개

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그림 실력을 더욱 연마해 나가게

된다.

그러다 부승지(이현조)가 모반에 휩쓸려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는데 자신의 딸과 최북과의 관계를

눈치챈 부승지는 자신의 위기를 직감하고 '계회도'라는 그림과 함께 딸을 부탁한 직후, 가문은

몰락하게 되며 그의 딸 이담은 관비로 전락한다.

부승지가 최북에게 넘긴 '계회도'는 모반을 모의할 당시의 모습을 사실처럼 그린 그림으로 훗날

모반에 참여했다 극적으로 위기를 모면한 병조 판서를 통해 그림의 존재를 갖고 부승지의 딸

'이담'을 구하지만 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양반을 겁박했다는 누명을 쓰고 오히려 옥에

갇힌다.

최북으로부터 그림을 넘겨받은 '이담'은 협상을 통해 자신의 집안을 구하고 최북도 나올

있도록 조치를 취하나, 최북은 자신의 사랑인 '이담'이 자신보다 집안의 구명 운동에 더 힘을

쓰고 있음에 실망하고 여인 곁을 떠난다.

그것도 잠시,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저간의 사정을 전해들은 최북은

후회를 하고 '이담'과의 사람을 이어 가려 하나 병색이 깊어진 '이담'과의 연은 오래가지를 못하고

만다.

자신의 좁은 소견으로 사랑하는 이에 대한 오해와 그로 인해 길게 가지 못한 사랑에 대해 후회를

하며 거의 기인의 생활을 하게 된다. 주막에 기거하면서 돈이 있으면 그림 대신 술잔을 잡았으며

또 돈이 없으면 술 값을 벌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어느 날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 온 양반이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자 아직은 그릴 기분이 아니니

다음에 오라고 해도 계속 그림을 재촉하자 스스로 눈을 찔러 애꾸가 되었다고 한다.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동양화를 보는 안목을 약간 다지게 되었는데

여기에 그대로 옮겨 보면

최북의 여인 부승지의 딸 이담의 소개로 겸재 선생을 만나 그 분과 교류가 있던 관아재 조영석,

사천 이병연, 심사정, 신광수 등과 교류를 하게 되는 데, 어느 날 그림 한 점을 들고 찾아 온

사람에게 그림(일로연과도)에 대한 평을 부탁하자 그 그림을 평하며 한 이야기이다.

 

그림은 가을 색이 짙은 호수가를 거니는 백로 두 마리를 그리고 있었다.

도화란 눈을 즐겁게 하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그를 통해 주고받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도화란 독화(讀話), 읽고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백로가 있는 그림을 일로연과도라 하는데 '일로'하 함은 백로가 한 마리라는 뜻만이 아닙니다.

 백로 한 마리의 일로(一鷺)는 길 로()자를 쓴 일로(一路)이기도 합니다. 발음은 같으면서 뜻은

 다른 동음이자(同音異字) 방법을 통해 그림에 의미를 평하는 것 인바, 이 경우 '일로'란 과거에

 응시하러 떠나는 길을 뜻합니다.

 그러면 '연과'란 무엇입니까? 열매인 연과(蓮菓)이면서 연속으로 급제하는 연과(連科)이기도

 합니다. , '연로연과'란 한 걸음에 향시와 전시 모두 급제하라는 말이고, 과거를 보러 떠나는

 사람에게 백로 그림을 선물하는 게 그런 뜻입니다. 그러니 백로가 두 마리면 어찌 됩니까.

 굳이 이름을 붙이면 '이로연과도'가 되겠는데, 단번에 급제하라는 뜻은 사라지면서 대신 계절의

 이치에 맞지 않음만 남게 되는 것이지요.

로 평을 하고 있는 대목과 또 다른 사례를 들면

 

예전에 어느 화인이 뱃사공을 그리면서 임금만이 입을 수 있는 붉은 옷을 사공에게 입혔다가

 참수를 당했습니다. 쏘가리를 그릴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쏘가리도 두 마리를 그리게 되면

 쏘가리(鱖漁, 궐어)''자는 '대궐의 궐'자와 음이 같아 만약 쏘가리가 한 마리면 '대궐에

 들어가 큰 벼슬을 지내라'는 축원의 뜻이 됩니다만 두 마리가 되면 대궐이 둘이요 임금도 둘인

 것이니 모반의 뜻을 담게 됩니다.

 

이 두 가지 사례만 들어도 - 실제 호생관 최북이 말했는지 모르겠으나 - 우리가 간혹 밋밋하게

마주치게 되는 우리의 동양화를 우습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한 깊은 공부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 대목이었다.

어쨌든 호생관 최북 선생은 못다 이룬 사랑을 그림에 쏟아 부었던 그런 안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에 비친 순 우리말

 

- 서름하게 : 1.남과 가깝지 못하고 사이가 조금 서먹하다.

                2.사물 따위에 익숙하지 못하고 서툴다 

- 허청한 :이렇다 할 이유나 근거가 없이 함부로 

- 청처짐하다 : 1.아래쪽으로 좀 처진 듯하다.

                   2.동작이나 상태가 바싹 조이는 맛이 없이 조금 느슨하다.

- 중지막 (평복 차림) : 예전에, 벼슬하지 아니한 선비가 소창옷 위에 덧입던 웃으로 넓은 소매에

                            길이는 길고, 앞은 두 자락, 뒤는 한 자락이며 옆은 무가 없이 터져 있다 

- 잣바듬하다 : 작은 물체 따위가 밖으로 약간 벋은 듯하다

- 나볏이 (목례를 보냈다) : 몸가짐이나 행동이 반듯하고 의젓하다.

- 방각본 소설 : 필사본으로 전하여 오던 것을 영리를 목적으로 판각(版刻)하여 출판한 고전 소설.

- 서그럽게(웃고만) : 마음이 너그럽고 서글서글하다.

- 핍진하다 : 1. 재물이나 정력 따위가 모두 없어지다.

                2. 실물과 아주 비슷하다.

                3.사정이나 표현이 진실하여 거짓이 없다

- 애오라지 : 겨우, '오로지'의 강조말   

- 투미한 인간 : 1.어리석고 둔하다.

                    2.[북한어]욕심 사납고 심술궂거나 무뚝뚝하고 인정미가 없다

                    3.[북한어]목소리가 거칠거나 똘똘하지 못하다.

- 여항 거리 : 여염(閭閻)과 같은 말로, 백성의 살림집이 많이 모여 있는 곳

- 서분하게 : 서운하다(마음에 모자라 아쉽거나 섭섭한 느낌이 있다)의 방언

- 경수소 : 조선 시대에, 중요한 길목에 설치하여 순라군(巡邏軍)들이 밤에 지키도록 한 군대의

             초소. 과거에 통행금지를 어긴 행인을 가두던 곳()

- 명사도 : 명부전에 걸리는 불화 중의 하나로 흔히 지옥도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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