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아버지
한승원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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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권유도 7

 

그냥 가슴이 짠한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작품 속에서 작가에 의해 창작된 아버지가 아닌 바로 나의 아버지이자 우리 모두의

아버지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작품의 내용을 언급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내가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가뜩이나 척박한 우리 문학을 더욱 죽이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정말로 문학을 사랑하고 이 땅의 문학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이런 작품 하나 정도는 구매해 읽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계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예술인들을 핍박했다는 인간들을 욕하기 이전에 이런 작품

하나 안 사는 우리의 문학을 아끼는 의식 수준에 대해 스스로 질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욕하고 때리는 사람만 나쁜 게 아니고 그런 사람을 보고도 못본척 하면서 안 말리고 야단치지

않은 사람이 더 나쁘듯 이런 작품 눈탱이로만 읽고 다 읽은 듯이 떠벌리는 사람들도 우리 문학을

죽이는 또다른 블랙리스트를 만들 개연성이 높은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작품을 덮으며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신 나의 부친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 근, 현대사의 격동기를 온 몸으로 살아 오셨던 나의 부친도 작품 속 주인공만큼 순탄하지는

않은 삶을 살아오신 것으로 나의 추억 속에 자리잡고 있다.

일제 해방 직전 일제 학병으로 징집되어 전선에 투입되기 직전 우리나라가 독립되면서 일본에서

귀국하셨는데, 부친은 당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에 전념하려다 얼마 안 있어 터진 한국전쟁

으로 또다시 전쟁터로 향하게 되신다.

종전 후에는 육군 장교로 중요 업무를 수행하셨지만 세월이 흘러 군에서 높은 위치에 오르신

어느 날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술이 고주망태가 되어 집에 들어오시고는 했었다.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며 만취하신 아버지의 군화끈를 풀면서 나는 눈물 반, 콧물 반이 된 채

혼자말로

나는 어른이 되면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겠다

는 다짐 아닌 다짐을 그 얼마나 했었는지 모른다.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 부친께서 왜 그런 행동을 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 수도, 안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

당시 아버지의 만취 이유는 월남전에 참전하지 않으면 강제 예편될 수 있다는 부담감과 어린

자식 네 명만 남겨놓고 살아 돌아온다고 확신할 수 없는 월남으로 훌쩍 가버리면 아버지와 같이

살 수 없다는 어머니의 협박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택한 아버지만의 현실 탈출

방법이었으며 고민 해소 방법이었음을 나중에 커서 알게 되었다.

- 모친께서는 남자의 앞길을 막는 행동으로 아버지를 월남전에 참전시키지 못하게 한 것을 평생

  두고 후회하셨다 -

아버지는 가족을 선택하셨고 그리고 예편을 하셨다.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교련교사로 취직을 시켜준다는 이야기에도 전쟁으로 인해 변변한

학교 졸업장조차 없어 군 예편 후 돌아가실 때까지 실업자 생활을 하셨는데 그 때 아버지의

연세는 40대 초반(50대 중반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나 나의 부친에 대한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야기 혹은 글로써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내용에 관계없이 그것을 읽고, 듣는 타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경험하거나

직접 접한 사실이 아니기에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나 공감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단순한 어느 범부의 넋두리 정도로만 이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서 생략하고,

작품을 통해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해 느꼈을 감정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지금 살아계신

부모님들에게 전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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