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전쯤인가 한 번 잠깐 들렀던 장흥 드롭탑에 왔다. 요즘은 원고 쓰느라 정신이 없어 카페가는 일이나 다른 외출은 거의 못한다. 집중하지 않으면 글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오늘은 봄기운이 완연한데도 왠지 쌀쌀하여 노트북을 챙겨 나왔다. 카페에 가면 글이 잘 써질까 내심 기대하면서 말이다. 오는 길이 멀어 되돌아갈까 싶다가도 침침한 방이 싫어 포기했다. 오는 길에 용산 묵촌 동백숲에 들었다. 그런데 만개햐야할 동백이 1월보다더 못한 것 같아 사진을 찍지 않고 바로 나왔다. 


드롭탑 앞 거리에 차를 세우고 들어오니 커피향이 은은하게 코를 간지럽힌다. 시골이라 그런지 카페에 들어와 있는 분들이 대게 50대를 넘어 환갑이 이미 지난 분들도 적지 않다. 커피는 한 두 잔이고 대부분이 케익이나 다른 먹거리를 먹고 있다. 도시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이 묘한 분위기. 커피 값이 조금 세다. 4,100원이다. 리필이 되느냐고 물으니 골드카드를 소지한 분들에 한해서 1000원에 리필 된다고 한다. 헉~ 어쩔 수 없지. 


2층으로 자리를 옮겨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곳에 책이 적지 않게 진열되어 있다. 무슨 책이가 싶어 궁금해 가까이 간다. 그런데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했던 책들이 적지 않다. 내가 국내의 모든 책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게 읽고, 읽지 않아도 제목이라도 알아 두는데 이 책들은 금시 초문이다. 아는 책은 <어느 고양이의 꿈>과 <로즈 멜리 로즈> <케사랑 피사랑>이다. 모두 제목만 몇 번 본 책이지 읽은 책은 아니다. 앙드레 지드의 어린이판 문고 <좁은문>도 보인다. 

 


눈에 들어온 책은 참여정부 시절의 대통령자문 정책기회위원회의 글이다. 내용이 궁금해 잠깐 살펴보니 국가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나마 공부를 한 나도 약간 읽기 버거운 느낌이다. 그러나 그곳에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지금의 국정농단과 얼마나 비교되는 책인가. 화도나고 손이 부르르 떨릴만큼 안타까움이 뉴스를 볼 때 마다 든다.  



갑자기 궁금해 진건... 이 책을 무슨 기준으로 고르냐이다. 누구에게 선물 받은 책일까? 아니면 집에 있는 걸 가져온 걸까? 아니면 아무렇게나 구입해 진열한 것일까?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단 일관성이 없고, 책의 질이 현저히 낮은 것이 적지 않고, 읽은 흔적이 거의 없다. 책은 사랑하는 주인장은 아닌 듯하다. 카페베네나 다른 카페에 가도 마찬가지다. 책을 알고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은 진열한 상태만 봐도 단박에 알아본다. 그렇다고 책을 진열한 것이 싫지는 않다. 그냥. 있는 것만으로 좋다.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니 메인에 <여행하지 않을 자유>가 뜬다. 여행을 강요하는 시대에 살면서 여행하지 않을 자유를 권하다니.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갑자기 읽고 싶다. <여행하지 않은 곳에 말하는 법>은 아마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지만 일단 이 책도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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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7-03-06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 않을 자유는 무엇에서 비롯된 걸까요? 답글하지 않을 자유 ㅡㅡ;; 있으심

낭만인생 2017-03-06 16:08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그냥 책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Dora 2017-03-06 16:20   좋아요 1 | URL
~하지않을 또는 ~ 할 자유 권리 등 제목이 많아서요. 왜 그럴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당^^ 저도 책 궁금하네요.

2017-03-06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7-03-06 20:48   좋아요 1 | URL
그런것 같습니다. 여행도 자기만의 철학과 성찰이 없다면 관광 밖에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해피북 2017-03-0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페에서 책 진열된거 보면 사장님 취향이실까 궁금한 적이 있어서 물어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서 묻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낭만인생 2017-03-07 23:38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군요.. 썩 괜찮은 책들도 보이긴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