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고생 자유발언에 대하여




포털사이트에 연 이틀 동안 시간 검색어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단어가 '대구 여고생'이다. 또하는 '대구 여고생 자유발언'이다. 이미 뉴스 기사나 지인들의 입을 통해 많이 들었던 터라 그닥 큰 호기심이 없어 듣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실시간 검색어로 뜨자 마음 먹고 들어갔다. 7분 43초 동안 원고 보지 않고 이어지는 그녀의 발언은 놀랄만한 발언들이었다. 수백명의 야당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자신이 직접 그 원고를 썼으며, 다 암송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가 정말 마음이 울컥했던 이유는 바로 대구 민주화 운동에 대한 언급이었다. 인용하면 이렇다.


청소년들이 꿈꿀 수 있는 내일을 위해, 부디 오늘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56년 전, 1960년 6월 28일 바로 이땅에서 대구 학생들이 불의와 부정을 규탄하며 민주주의를 지켰듯이, 바로 오늘 또 다시 대구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다시 일구어 내야 할 때입니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놀랍게도 그날운 4.19 혁명의 발화점이 된 '2·28 대구 학생의거'였다. 즉 대구는 그 어떤 도시보다 민주화의 도시였던것이다. 위키백과는 이렇게 서술한다. 


2·28 대구 학생의거(二二八大邱學生義擧)는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60년 2월 28일 3.15 대선을 앞두고 자유당 독재에 항거, 대구에서 일어난 학생의거는 이후 마산의 3.15 부정선거 항의시위로 이어졌고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다.


역사의식이 바로 서있는 요즘의 여고생 답지 않는 발언이다. 실제로 대구는 광주나 전남보다 더 민주화의 선두에 섰던 도시였다. 그러던 대구가 어느새 수구 보수 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나 사드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콘크리트 지지자들이던 경북이 서서히 무너지더니 이젠 본래의 민주화 운동을 위한 의식을 불태우는 곳으로 돌아 서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경상도는 전라도의 인구비율이 훨등하게 높다. 이것은 인구 비례로 국회의원을 뽑기 때문에 정치 자체가 경상도적 정치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곳을 알고 있는 새++는 박정희 이후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마산 부산 대구 구미 등으로 몰려 들어와 막대한 표밭이 되었다. 그곳에 사는 이들은 입에 풀칠을 해야하니 당연히 그들에게 표를 주는 고리가 연결된 것이다. 정치 역시 1963연에 결성된 하나회는 경사도 천지로 만든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이후 전라도 출신의 정치인들은 변두리에 머물거나 부역자로 충성하는 정도에 머물게 된다. 이것은 정치인들의 교묘한 지역감정이란 단어로 부추김으로 극단을 달리게 된다. 



그렇게 잘 하던 사이가 박++의 지혜로운 행동으로 말미암아 여론 지지율이 5%이하로 곤두박칠 치게 된다. 도무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경상도의 여론이  망가지고 있으니 대단하지 않는가? 나도 부산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그들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새++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더이상 지지할 이유가 사려졌고, 배신자로 보기 때문이 옳을 것이다.


나는 왜 새++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자신들의 자멸을 말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경상도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지해줄거라 믿었을까? 아니면 자신들도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배후세력이 막강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번 일로 다시 대구가 정신을 차리고 민주화의 주역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대구 민주화 운동 관련 책들이 많지 않다. 그러나 <한국 민주운동사>에 일부 들어가 있다. 김상숙의 <10월 항쟁-1946년 10월 대구, 봉인된 시간 속으로>도 눈여겨 볼만한 책이다. 이곳에서 '폭동'과 '항쟁'의 차이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간다. 정운현의 <칠일파의 한국 현대사>도 경상도 민주화 운동의 기저에 깔린 문제이니 살펴볼 필요도 있다. 





























아래는 발언 내용의 전문이다.


<대구 여고생 자유발언 전문> 


고등학교2학년 조00라고 합니다. 


먼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신 걸 보니, 제가 혼자는 아닌 것 같아서 굉장히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오늘 박 대통령, 아 사실 그녀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이세상 어느 나라, 어느 사전에도 나라를 무당에게 맡기고, 꼭두각시 노릇한 지도자를 칭하는 호칭이 없어서 아직은 부득이하게 대통령이라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는 오늘 박대통령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최순실 씨와 함께 국민을 우롱하고 국가를 져버린 죄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사실 저는 굉장히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평소 같았다면 저는 역사책을 읽으며, 다음 모의고사를 준비했을 것입니다. 허나 저는 이 부당하고 처참한 현실을 보며 이거 정말 아니다는 생각에, 저는 살아있는 역사책 속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해야 했습니다. 저를 위해 피땀 흘려 일하시는, 그러나 사회로부터 개돼지, 흙수저로 취급받으며 사는 사랑하는 저희 부모님을 위해,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수험생 언니를 위해, 또 아직은 너무 어려서 뭔지 잘 모르는 동생을 보며, 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과 미래를 주기 위해서 저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현재 박 대통령은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부분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 씨에게 그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은 현재 최순실 게이트 외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반도 사드배치, 위안부 합의, 세월호 참사 등과 같은 말도 안되는 정책과 대처로 국민들을 농락해 왔으며, 증세없는 복지라는 아주 역설적인 공약을 내세워 대통령직에 당선되었을 때에도 , 그 이후에도 담배세 인상 때와 같은 간접세로 우리 서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와 경제를 위해 하야할 수 없다는 메세지를 남겼지만, 여러분 그녀가 있을 때도 국정이 제대로 돌아간 적이 있기나 했습니까?  대체 당신이 만들고 싶었던 나라는 어떤 나라입니까? 당신이 되고자 했던 대통령은 어떤 사람입니까? 


약속했던 복지는 물거품이 되었고, 국민들의 혈세는 복채처럼 쓰였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사회와 현실을 보며,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을 느끼고 괴로울 뿐입니다. 즉 박 대통령, 아니 박근혜 씨야말로,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자 본질이며, 최순실 씨는 이 모든 사건의 포문을 여는 게이트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 박 대통령이 대통령 국민의 대표자라는 권력과 직위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권력이란 그 힘에 크기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국민, 우리의 주권자가 준 권력을 사사로운 감정에 남발하고, 제멋대로 국민주권자의 허락없이 이를 남용하여 왔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했다면, 이제는 그 남용한 권력에 대한 책임을 질 차례입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 개국 97년 11월 5일, 다음과 같은 박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하나, 박대통령은 연설문 및 청와대 홍보자료 등을 무단으로 배포 수정하여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최순실 특정 개인과 관련된, 모든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십시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줍잖은 해명이 아닌 진실입니다. 우리 국민, 주권자들은 이를 알아야 할 이유가 있고, 이를 알 수 있는 권리 또한 있습니다. 


하나, 박 대통령은 본인을 포함해서 국가를 유린하고, 국민을 농락해오던 자들에 한 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찰 수사를 즉각 진행해주십시오. 정부도 국회도 믿을 수 없는 이 마당에, 검찰의 말을 믿을 수 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주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엄중히 처벌해주십시오. 우리는 더 이상 의미 없는 진실게임을 계속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나, 박 대통령님은 감성팔이식의 쇼를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책임적 사과로 응답하십시오. 우리는 꼭두각시 공주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당신의 100초 또는 9분20초짜리의 정성스런 헛소리가 아닌,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물론 당신의 지지율이 5%이고, 10대, 20대 지지자가 100명 중 1명인 상황에서, 당신의 사과는 우선 당신이 하야했을 때, 그 빛을 진정으로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전 두렵습니다. 오늘 저희의 민주주의를 향한 노력이 그리고 이 사건의 본질이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사건들처럼 점차 희미해지고, 변질되어 잊혀질까봐, 또 제정일치 사회속에 몸 담아야할까봐 저는 두렵습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이런 사회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다 같이 노력해야합니다. 


청소년들이 꿈꿀 수 있는 내일을 위해, 부디 오늘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56년 전, 1960년 2월 28일 바로 이땅에서 대구 학생들이 불의와 부정을 규탄하며 민주주의를 지켰듯이, 바로 오늘 또 다시 대구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다시 일구어 내야 할 때입니다.  존경하는 대구 시민 여러분 이것이 마지막이 아닌 시작입니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우리 꼭 함께 손을 잡고 그 끝을 봅시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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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08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구집 딸인지 모르지만 참 잘 컸네요.....

낭만인생 2016-11-10 16:32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아입니다. 저도 못하는 일을 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1-0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에 사는 학생도 이렇게 동참하는데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모두 동참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낭만인생 2016-11-10 16:3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 나라가 나라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