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어떻게 지을 것인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스무살까지 농사를 도왔다. 팔순이 다된 아버지는 그 때만 해도 젊으셨다. 사십대 초반의 아버지는 힘이 장사였다. 그러나 농사를 지어도 생각외로 잘 되지 않았다. 한때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의 명으로 만들어진 통일벼를 심었다. 일반벼에 비해 수확장이 거의 두배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입맛이 변했다. 통일벼는 짧고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았지만 맛이 없었다. 


결국 일반벼로 돌아섰다. 전통벼인 일반벼는 병충해에 약하고 수확량도 적었다. 이러다보니 농촌은 점점 가난해 지고 벼농사의 의미가 사라져 갔다. 결국 80년대, 수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도시로 몰려 갔다. 그 중에 나도 있었다. 군에 갔다오고나서 집에 잠깐 쉬고 있을 때 몇 분이 잡았다. 농사의 시대가 올 것이고, 시골도 꽤 살만하다고. 하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도시에서는 조금만 일해도 백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는데, 시골은 뼈빠지게 일해도 수십만원도 건지지 못한다. 결국 나는 다시 잡는 손을 뿌리치고 도시로 올라왔다. 벌써 30년 가까이 흘렀다. 시간이 참 허무할만큼 빠르다.


이제 다시 귀농이라니 서글프기도하고 다행이기도하다. 인생이란 다 이런 것 아닐까? 내 생각되로 되지 않지만 생각대로 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으니까. 귀농을 준비하면서 이것 거젓 볼 것이 많다.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을 샅샅히 뒤져가며 귀농에 관련된 책을 사모으고 있다. 두 달만에 벌써 백만원이 넘었다. 지난 주까지는 집 짓는 책을 샀지만 이번주부터는 농사에 관련된 책을 주로 사모으고 있다. 


문제는 유기농, 자연농법, 무농약 농사이다. 시골에 가면 기존의 농법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농약을 일체 하지 않을 것으며, 수확은 없어도 자연 그대로의 힘을 믿고 나갈 것이다. 책이 좋은 것은 나보다 앞선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 이미 경험하고 실험한? 것들을 책으로 내었다는 것이다. 기대도 되고 가슴도 설렌다. 유기농과 무농약에 관련된 책을 찾으니 제법 나온다. 일단 서재에 담아 두었다 시간이 되면 사서 읽을 작정이다. 































어제까지 다 읽은 <숲에소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전형적인 자연의 삶은 아니지만 의존적 도시 삶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최고다. 에너지 의존의 함정을 알지 못하면 독립은 없다. 약간의 불편함이 주는 행복과 기쁨은 어디서 찾을까? 빨리 시골에 내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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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8-0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낭만인생 2015-08-09 10:0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직접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오기님의 글은 힘이 있고 정직하게 다가 옵니다.

숲노래 2015-08-0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로 가셔서 농약 한 방울 안 쓰시려면...

`농약 안 쓰는 풀무학교 같은 공동체 언저리`에 들어가거나,
`마을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조용히 깃들어야 하거나,
마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싸우거나
마을 어르신을 `새롭게 가르치`거나 해야 할 테지요.

약을 안 쓰려면,
낭만인생 님이 지내실 터전 둘레 땅을 퍽 넓게 장만해서
바깥쪽은 그냥 묵히고, 가운데에서만 일구셔야
마을에서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농약을 안 쳐도
다른 논밭에서 뿌리는 농약이
바람과 도랑물을 거쳐서 다 들어오지요.
때로는, `우리 식구가 집을 비운` 때에 몰래 약을 치시기도 하고요.

이런 이야기는 아마 `책에는 안 나오리`라 봅니다.

낭만인생 2015-08-09 12:4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쉬운게 아니네요. 감사합니다.

쉽싸리 2015-08-0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벼농사는 농약을 안쳐도 그럭저럭 되는듯 싶어요. 문제는 제초제 없이 풀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하지 싶어요. 농사를 직접 경험해 보시면 귀농하는데 더 좋을듯 싶습니다.

낭만인생 2015-08-09 16:26   좋아요 0 | URL
쉽싸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제초 문제는 별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초를 하지 않고 그대로 벼와 함께 기르는 것이죠. 수확량이 덜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나름 의미는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