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할까? 말까?
드디어 책이 왔다. 히가시노게이고 신간인 '비정근'이다. 많이 기다린 책이다. 아직 일본 추리소설의 맛을 모르기 때문에 맛보고 싶은 마음에 주문했다. 여러 사정으로 몇 주에 걸쳐 배달이 되었다. 내가 없는 사이 택배가 왔는지 돌아와 보니 책상에 다소곳하게 누워있다. 연애편지를 뜯듯 설렘으로 봉투를 천천이 뜯어내어 책을 끄집어 냈다. 양장이란 맘에 들었다. 재미도 있을 것을 생각하니 기분도 들뜬다.
그런데 책을 살펴보니 한 장이 구겨져 있다. 무참히.... 마음이 상한다. 왜 이런책을 보내주었을까? 기분이 좋지 않다. 반품할까 말까. 순간 갈등의 폭풍이 휘몰아 쳐 온다. 결국 반품하지 않기로했다. 읽는 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반품하면 결국 폐기처분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서다. 분을 삭히고 그냥 읽기로 했다. 그래도 기분은 안 좋다. 너무 무성의하게 보인다. 일반 서점이라면 당장 쫓아가 따졌을 테이지만 온라인 서점이라 글로 적는 것 이상은 힘들다. 글로 적으면 감정이 배제되어 전달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하여튼 참자. 지구도 생각해야 한다. 환경도 생각해야 한다. 이것도 추억이 될 터이니 조금만 참자. 독서는 정보 습득만이 아니다. 마음도 다스려야 한다. 독수리오형제처럼 지구도 지켜야 한다. 참아야하는 대의명분은 충분하다.
사용하는데는 문제 없지만 새 물건이 정상이 아닌 채로 받게 되면 기분이 좋지 않다. 전에 한 번 장농을 샀는데 문제가 있어 반품이 시켜려 했지만 실패했다. 사정이 있어 그랬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약간의 보상 받은 것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사용하는 내내 찜찜했다.
그러나 마음을 고쳐 먹으면 나름 괜찮아 진다. 읽는 데 이상 없으니 말이다. 상품이 아닌 인연으로 받아 들이면 마음이 완전히 달라 진다. 오히려 상처있는 모습이 더 좋다. 특별해 보이니까. 우리의 일상도 완전하게 다가오면 좋을 일이지만 상처난 모습으로 찾아 오기도 한다. 지인 한 분이 장애아를 출생해서 인큐베이터에 있다. 찢겨진 책 처럼 반품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들이니까.
※ 어쨌든 히가시노 네이고의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비정근> 두 권이 된다. 당분간 이분의 책을 몇 권을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