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임 그림 - 트롱프뢰유, 실재를 흉내 내고 관객을 속이다
이연식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10월
절판


'찢겨진 캔버스'는 앞서 나온 '그림 속 파리', 그리고 '카르텔리노'와 비슷한 구실을 한다. 그림에서 부수적인 요소인 '캔버스' '파리' '카르텔리노'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그림의 나머지 부분이 '진짜 그림'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거짓말이 잘 먹히게 하려면, 대부분의 내용을 진실로 채우고 부분적으로 거짓말을 섞어야 한다. 화가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110쪽

명저 [예술과 환영]에서 곰브리치는 제욱시스 앞에 잇었던 커튼이 실은 조악하게 그려졌을 거라고 단정했다. 만약 제욱시스가 덤벙대지 않고 애초부터 찬찬히 바라보았더라면 커튼이 그림인지 몰랐을 리 없는데, 앞서도 말했듯 커튼 뒤에 그림이 있을 거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서두르다보니, 커튼 그 자체가 그림으로서 등장할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 하고 속아 넘어갔다는 것이다.
곰브리치는 여기서 제욱시스가 품었던 '선입견', '기대감'이 트롱프뢰유의 게임을 성립시키는 '맥락'이며, 관객이 트롱프뢰유에 속아 넘어가려면 이런' 맥락'이 먼저 마련되어야만 한다고 했다.-190~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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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읽고 있다.

집 주변에 괜찮은 도서관이 있는 것도 있고, 일한지 삼개월이 넘어가니 심적 여유도 조금 생겨서 근무시간 중 시간이 날 때나 집에서 열심히 읽고 있다. 아무래도 도서관 반납기일에 맞춰 후딱후딱 읽고 반납하고 새로운 걸 빌리려고 하다 보니 가벼운 책 위주로 읽고 있는 건 좀 반성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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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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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서른 번째로 읽은 책.

 

 

작년의 세미나에서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주제였기에, 대출 가능해지자 잽싸게 빌린 책이다.

 

많은 여성이 섹스를 하고, 원하든 원치 않든간에 일정 수의 여성은 임신을 한다. 그런데 그것이 혼외임신이냐 혼인중 임신이냐에 따라 산부인과에서조차도 차별받고, 연령에 따라서도 차별받고, 어찌됐든 '네 뱃속의 애를 지웠기 때문에 모든 죄책감을 네가 지고 가라'는 내/외부의 압박감까지 다 짊어지고 가게 된다. 사람마다 크기는 다르겠지만.

이 책은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의 관점에서 본 낙태를 다루고 있다. 민우회에서 만든 책이니 저출산 어쩌고 하는 정책적 시각이나, 예수님 설교하는 소리나, 어디 여자가 헤프게 따위의 소리를 볼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

 

엄마와 섹스나 피임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주고받은 적이 없어도 (혼전섹스로) 임신하게 되면 낙태를 하라는 이야기는 꽤 여러 번 나눈 적이 있다. 돌이켜 생각하면 재밌는 일이다. 임신을 하게 되는 경로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생략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면 낙태를 하라는 말부터 하다니. 여튼, 난 엄마의 생각에 동조하고 있고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선 그게 그렇게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문제가 아니었구나 싶더라.

죄책감, 모성애, 사회적 비난, 범죄행위, 뭐 이따위 것들이 켜켜이 얽혀 있는 것인데, 그렇게 쉽게 "혼전에 임신하면 낙태해야지 뭐."라고 툭 던질 수 있었던 건 무지했기 때문이다. 실상은,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 책에서의 케이스에서 나왔던 것처럼, 콘돔을 쓰고 자연주기법을 사용하고 질외사정을 하고, 나름대로 피임을 한다고 했는데도(저중 효과적인 건 콘돔뿐이지만) 심지어 콘돔을 써도 정말 날벼락같은 임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두개의 선>처럼!!

피임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습관적인 생리불순때문에 생리가 늦어질 때마다 괜한 불안감으로 가슴 졸이며 테스트기를 사곤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몇번을 생각하고 생각해도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아무런 고민 없이 툭하고 쉽게 낙태를 입에 올렸던 옛날을 반성했다. 그래, 나는 멍청했기 때문에 그렇게 용감하게 내뱉을 수 있었나보다. 다행히 한 번도 두 개의 선이 나온 적은 없었지만, 그때 내가 느낀 불안감은 이것이 전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었다.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전체 낙태율 중 기혼자의 낙태가 57%라는 것. 이 수치는 흔히들 낙태에 대해 비난하는 것처럼 '몸을 쉽게 놀리'기 떄문에 낙태를 하는 건 아니라는 반례가 될 수 있겠다. 또한 이건 절대 결혼이 피임의 끝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자식을 낳는 것이 한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키는가를 생각한다면, 원하지 않는 혹은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삶에 찾아오는 것은 최대한 막고 싶기에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는 한 나는 계속 피임을 할 것이다.

 

 

 사람들이 뭐 쉽게 애 낳으라고 하는데 화가 나요. 지들이 키워 줄 것도 아니면서. 육아는 강아지 키우는 거하고 달라요. 한 인간이 인간을 키우는 거잖아요. 아이는 정말 끊임없이 요구를 하거든요. 먹고 입혀 주고 이것만 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계속 보살핌이 필요해요.

 근데 그러면 이 엄마는 자기 것은 완전히 접고 가야 되는 거예요. 자기의 욕망이나 욕구나 접고 가야 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정말 자기를 죽이고 가야 되는 순간들이 너무 너무 많다는 거지요. (중략) 그런데 그걸 가지고서 쉽게 낳으라고 하는 건 별 고민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pp.110~111.

 

 

 수많은 국가에서 낙태를 범죄하하자 많은 여성들이 사망하였습니다. 낙태를 범죄화할수록 여성들은 낙태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어두운 곳에서 음성화된 시술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낙태가 불법화된 사회에서 낙태 시술 도중 죽어간 여성이 한 해 7만 명에 달하는 것이 이것을 반증합니다.

 낙태는 성관계, 피임 교육, 피임을 제안할 수 있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 육아가 가능한 사회적 지원 체계,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한 인간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여성에게 출산을 결정하는 것은 내 인생을 결정하는 것과 동등한 무게입니다.

-p.182

 

 결혼을 했거나 아님 그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인정된 어떠한 가족의 시스템이 아니면 인정을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저출산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가 가족주의를 흔드는 거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 같아요. 위험한 인간들이 생기는 거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피임했냐 안 했냐 이런 질문은 뒷부분만 얘기하는 느낌이에요. 그 사람들을, 관계를 인정을 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얘기부터 해야 하는 거죠.낙태도 결국은 가족주의 자체, 결혼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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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4월 17일, 29번째로 읽은 책.

 

이제 글을 좀 제대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나 단편적인 인상비평들만 툭,툭 뱉어낼 수는 없었다. 누구는 읽은 만큼 쏟아진다는데, 왜 내 글은 머릿속에서만 떠돌아다닐 뿐 정제되어 활자가 되지 못하는가.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겠지. 그래서, 하자! 라고 결심했다.

하지만 요사이 보고 읽고 생각하는 것들은 전부 너무 지근한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예전 블로그에 쓰기는 거북한 것들이라 다른 장소를 생각해봐야 했다. 그래서 일단 여기로 결정하고, 애정을 갖고 꾸려나갈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굳혀준 것은 이 책, <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였다. 특히 여성주의 도서 리뷰가 정말 예전 블로그에 싣기 어려웠는데, 그 블로그는 어쩌다보니 엄마는 물론이거니와 애인의 아버지까지 들락거리게 되었기 떄문이다. 아무리 내가 뻔뻔하고 당당하다 할지라도, 이슈와 관련된 애인과 나 사이의 이야기나 여성주의적 관점 등을 훌훌 까면서 이야기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이사(혹은 두집살이)를 하게 되었다.


 

 초판이 나온지는 10년이 넘었고, 내가 산 지는 3년이 넘은 책인데 책장 속에서 썩히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책세상문고 중에서 비교적 쉽게 훌훌 읽을 수 있는 축에 속했다. 한가한 날의 업무시간에 토막토막 읽어서 하루만에 다 읽어버릴 만큼.
 작년 어느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10년전의 논문을 자료로 나눠주시면서 "지금 와서 읽으면 너무 낡은 글이지만.."하고 부끄러워하셨었는데, 10년전 비판한 한국의 위선적 성교육 실태가  여전히 우리들에게도 해당하고 있다는 걸 아시고는 "이 글이 현재성을 잃지 않았으니 좋아해야 하나, 아니면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탄식해야 하나"라고 하시며 고민하던 게 생각난다. 이 글을 읽으니 나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10년전의 사회비판을 담은 책에서 그다지 낡은 느낌이 들지 않았으니, 유효하지 않은 이야기를 읽느라 헛시간을 쓰지 않은 건 기분이 괜찮았지만 그건 여기가 여전히 암담한 사회라는 뜻이니 헛헛하더라.

 

저자는 정작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는데, 대안은 어느날 갑자기 거창한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속 깊숙이 녹아들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을 하나씩 바꿔가는 것일테다. 결국, 내게 달려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성에 대해 보수적인 사회일수록 성은 결혼을 통해 합법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p.108

 

 

 여성들이 가부장제로부터 상처를 덜 받으려면 가부장제가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여성들에게 집요하게 요구하는 소위 정절이나 순결이라는 가치, 현모양처와 같은 여성상은 현대 여성의 노동 및 생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유령처럼 다라다니며 여성들을 괴롭히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이 이데올로기에 묶여 운신의 폭을 제한해왔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신세대 여성들은 알맹이가 빠진 유행만을 좇을 것이 아니라 이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문화를 스스로 창조해나가야 할 것이다. 사실 사회에서 요구하는 틀을 벗어나 대안적인 문화를 창조해나간다는 것은 많은 용기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대학가의 동거 문화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고 아이만 없을 뿐 파트너 사이의 기존 남녀 권력관계를 그대로 재생산한다면 대안적인 문화로 기능한다고 볼 수 없다. 대안적인 기능을 갖지 못한 동거 문화에서 발생하는 피해자는 역시 여성일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pp.113~114 제4장 한 페미니스트의 백일몽

 

 

책을 덮으며, "파트너 사이의 기존 남녀 권력관계를 그대로 재생산한다면 대안적 문화로 기능한다고 볼 수 없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넣는다. 지금의 내가 늘 주의하고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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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 훤해지는 역사 - 남경태의 48가지 역사 프리즘
남경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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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낚였다. 일반적 역사서라고 생각한다면 난감할듯. 주석 혹은 참고문헌이 없는 것 또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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