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상대방이 가진 것에 끌려 시작된다면 우정은 상대방의 결핍을 알아보며 시작된다. 그래서 때론 사랑보다 우정이 더 어렵다. 가진 것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지만, 가지지 못한 것에 마음을 내주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사랑 역시 그 종착점은 우정이라, 상대의 결핍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속되지만, 그러지 않으면 끝날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p.115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는 도망침의 반복이었다. 두 군데의 대학을 다녔고, 네 곳의 회사를 거쳤다. 사표를 쓰고 호기롭게 외국으로 떠났다가 어깨를 움츠리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 과정 중 어떤 것은 도피였고 어떤 것은 도전이라 믿었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정확히 모른 채 어디로든 탈출하려 애썼다. 그렇게 헤매고 다니며 마주한 시간들이, 감정들이, 기억들이 다 내 속에 쌓여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p.164
원작소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왓슨은 셜록의 모든 것을 100퍼센트 받아들여주는 사람이다. 그의 절대적인 믿음과 지지는 "고기능성 소시오패스"라고 스스로를 자조하던 외톨이 셜록을 인간적 매력까지 갖춘 완벽한 천재로 만들어준다. 왓슨이야 물론 셜록의 사랑 속에서 뛰어난 의사이자 현명한 판단력을 소유한 `볼매남`으로 진화하고. 이런 드라마는 현실에선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낭만적이다. 더 마음이 뭉클하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관계의 희박한 가능성을 깨닫고, 그러기에 좋은 관계를 맺고 지켜가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값지게 여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하고 유일한 존재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축복 아닐까.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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