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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파(pha) 지음, 한호정 옮김 / 동아시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일년 반 가량 드문드문 백수로 지냈다. 나같은 사람이 보통의 `회사`에서 일하는 건 불가능하겠구나...하는 자포자기가 있던 차에 후배가 길을 제시해줬고, 작년엔 그걸 준비하면서 생활비도 마련할 겸 적당히 이런저런 일을 했다. 애인도 취직을 준비하며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했다. 둘 다 일하기도 했고 둘 다 쉬기도 했다. 한 사람만 일할 때도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우리 둘 다 이 책이 말하는 니트의 범주에 들어가는 듯 하여 유쾌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든 일하기 싫어한다는 점에서 나는 진정 니트,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는 점에서 애인은 부진정 니트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작년은 돈에 쪼들리긴 했지만 돌이켜 보면 즐겁게, 살만하게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책에서는 느슨한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관계를 해결하는데, 나는 애인과의 단단한 유대감으로 돈 없이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순간순간의 스트레스는 분명히 있었다. 일기에 돈때문에 생기는 갖은 짜증을 적어둔 걸 보면...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고, 지금을 버텼으니 앞으로 어려움이 닥쳐와도 함께 극복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제 난 대학원에 가고, 애인은 포트폴리오가 쌓여 본격 구직활동을 시작한다. 당분간도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올해도 즐거우리라 감히 기대를 해본다.
일을 하는 사람이 늘 정해져 있을 필요는 없다. 그때그때 일을 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 일을 하고 그때그때 지친 사람들이 쉰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지치면 쉬고, 쉬고 있던 사람이 잠시 뒤 일을 하러 나간다. 그것이 몇 개월이나 몇 년 단위로 교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 한 사람이 일하는 것보다 노동 형태에 더 유연성이 발휘된다. -218p
만약 자연스럽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그것은 정신이 균형을 잃고 무너졌거나 몸이 피곤한 것이니까 그럴 때는 될 수 있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면 된다. 회복하고 나서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뭔가 하고 싶어질 것이다. -126p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다면 아무도 일을 하지 않게 돼 사회가 무너진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설마 모든 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협박 때문에 일을 하고, 그것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강제나 처벌을 통해서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한심한 것이다. -216p
단지 좀 더 큰 시점에서 바라봄으로써 같은 사회에 사는 타인들에게 좀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다. 니트족이 아닌 사람들이 니트족은 자신들과 전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니트족은 그냥 우리와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 우리와 공통되는 것을 지닌 존재들이니까. -2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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