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끝났다 -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 다시 집을 생각한다
김수현 지음 / 오월의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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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자체의 개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현행 재개발이나 뉴타운 사업은 효과적인 방식이다. 더구나 정부의 돈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심지어 주민들은 정부가 국공유지 매각 대금 등으로 오히려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주민'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업은 서민들의 공간을 상위계층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업 전후의 주거비 부담과 재입주율을 보면 명확하다. 물론 예전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강제로 철거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가격으로 보상이 이뤄진다. 세입자들에게도 '원칙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토록 되어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택은 개량될지 몰라도, 주민들의 주거 사정은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다. 사회갈등 역시 끊이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하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94-195쪽

정부가 저소득층 주택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한국에서는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정부 개입 프로그램 없이 그렇게 늦게까지 견딜 수 있었던가는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판자촌(무허가 정착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1960년대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급속히 늘어난 판자촌은 1980년대 초까지 서울 인구의 최소한 10% 이상이 거주하던 공간이었다. 결국 판자촌이 도시 빈곤층의 주된 거주지 역할을 했으며, 그런 점에서 '비공식적인 공공임대주택' 구실을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217쪽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면 손해 볼 일은 없었다. 대출금 상환이 부담되기는 하지만 어떻든 오른 집값으로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값이 정체되거나 하락한다면? 이른바 하우스푸어 문제가 시작되는 셈이다. 얼마 전 그 숫자가 200만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기는 했지만, 어떻든 집을 지고 사는 사람들은 주변에 많다. 다만 대출상환율은 여전히 정상 범위에 들어 있는데, 이는 집을 유지하기 위해 온 집안이 안간힘을 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신 소비는 줄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내수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집과 사교육이 지목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라도 집을 장만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모기지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이 필수적이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단순히 부실한 대출과 금융 위기 문제가 아니라, 후기산업사회의 고용불안정 문제가 한 축이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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