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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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라는 훈장은 내가 성공했음을, 내가 돈이 있음을 전하는 메시지다. 자본주의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사람은 자본주의의 훈장 따위에 아예 관심도 없다. 하지만 한쪽 발은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다른 한쪽 발은 욕심을 충족시켜 줄 만한 돈을 갖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딛고 있는 중산층이 가장 가련하다. 중산층은 럭셔리 유행을 따라 하기에는 돈이 너무나 부족하고, 유행과 거리를 두기에는 자본주의의 훈장이 너무도 탐이 난다.
중산층이 이러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한, 실제 럭셔리 상품의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과시적 소비가 만들어내는 유행이 우리의 사유를 지배한다. 이 시대 부자들은 정치인처럼 권력으로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다. 부자들은 영리하게도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하게 만들고, 이 부러움에 근거해 우리의 뇌를 장악한다.
- 명품-럭셔리라는 마법의 수수께끼-39쪽

위험은 더 깊은 곳에서 자란다. 위험의 생산자는 정신줄을 놓은 관리자의 태만도, 설계상의 실수나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 변수도 아니다. 위험은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리라 믿었던 "무지가 아니라 지식에, 자연에 대한 불충분한 지배가 아니라 완전한 지배에, 인간이 좀처럼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산업시대에 확립된 규범과 객관적 제약의 체계"에 따라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돌진하는 근대화의 논리 속에서 잉태된다. 그렇기에 패닉에 빠진 사재기도, 갈수록 늘어나는 보험증서도 한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너무나 민주적인 위험으로부터의 비상구일 수 없다. 위험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과학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없다면.
- 불안-위험은 기술을 먹고 자란다-97-98쪽

[자조론]은 성공과 실패를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지 않는다는 자기계발 장르의 두 번째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성공과 실패는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결과이다. 사회과학이 아프리카 저발전국에서 스티브 잡스가 등장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면, 자기계발서의 장르 규칙에 따르면 그건 핑계다. 스티브 잡스는 사회 환경의 차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출현할 수 있다. 단 전제가 있다. 믿어야 한다. 믿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두 가지 장르의 규칙을 지키면 자기계발서는 데자뷰로 가득한 내용이어도, 체계가 부족해도 독자들을 설득하는 힘에 관한 한 어느 논리적인 책보다 앞선다.
- 성공-자기계발서의 장르 규칙-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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