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가 내 딸을 잡아먹었다 - ‘여성스러운 소녀’ 문화의 최전선에서 날아온 긴급보고서
페기 오렌스타인 지음, 김현정 옮김 / 에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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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딸아이가 여자아이가 된다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문화를 통해 배운 건 무엇이었을까? 딸아이가 깨달은 것은 자신이 능력 있고 강인하며 창조적이라는 혹은 똑똑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모든 소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되길 원한다(혹은 원해야만 한다)는 사실이었다.
[제1장 내가 아들을 바랐던 이유]-17쪽

공주 놀이 할 나이에 핑크색이란 순수함을 뜻했고, 무해하며 심지어 아이들을 지켜줄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면이 차차 사라지면서 여성성의 특징으로 나르시시즘과 물질주의를 남겼다. 이런 장난감의 주문제작은 우스꽝스러울 지경이다. 게다가 성별을 뛰어넘은 우정의 가능성까지 꺾어버리기도 한다. 핑크 글램 매직 8번 공을 남자친구와 공유할 수 있을까? 내 주변에서는 아니라고들 한다.
[제3장 핑크빛으로!]-83쪽

너무 일찍 섹시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여자아이들은 실제로 자기가 뭘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힌쇼 교수가 주장한 대로 그것이 핵심이다. 즉 여자아이들이 자신의 퍼포먼스를 에로틱한 감정이나 친밀감과 연결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그런 일이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욕망의 대상으로 보이도록 행동하는 법을 알지만 욕망하는 법은 배우지 못하며, 그럼으로써 건강한 성을 누리기보다는 그것을 저해하게 된다.
[제5장 빛나렴, 아가야!]-134쪽

"그 말을 하는 게 중요할 때가 있어요. 딸아이가 지저분하거나 땀투성이일 때, 단정하게 옷을 입지 않았을 때 그런 말을 들으면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에 대해 본연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죠. 그래서 아름다움과 사랑을 연관짓는 것도 중요합니다. '널 무척 사랑한단다. 너의 모든 부분이 엄마에겐 아름답단다. 엄마 눈에 넌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딸아이의 신체를 대상화하지 않는 게 됩니다."
[제8장 문제는 바로 망토]-222쪽

불과 몇 년 사이에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와 가상 세계는 젊은이들이 자기 자신과 자기가 맺는 관계를 개념화하는 방식을 바꿔버렸다. (중략) 마나고 박사는, 자아가 일종의 브랜드가 되면서 자기 내부에서 개발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제 타인에게 팔리는 어떤 것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대화를 위해 친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대신, 친구들은 이제 나의 소비자가 되고 내가 그 앞에서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는 관객이 되었다.
-257쪽

나는 인간의 성을 연구하는 데보라 톨먼 헌터대 교수에게 연락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여자아이와 욕망을 둘러싼 모든 문제에 관해 그녀의 조언을 구하곤 했었다. 마침 그녀 역시 이런 문제로 씨름하고 있었고, 하나의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즉, 내가 앞에서 말한 그런 여자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 혹은 욕망을 깊이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신 성적 권리sexual entitlement 자체가 대상화되었다. 정체성이나 여성성과 같이 성적 권리 역시 퍼포먼스, 즉 '경험하기experience'보다는 '행위 하는do' 어떤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을 애태우고 흥분시킴으로써 어떤 스릴 혹은 순간이나마 힘을 얻었다는 기분까지도 맛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스스로의 즐거움을 이해하고 흥분을 인식하며, (가벼운 관계는커녕) 진지한 연애에 있어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제9장 너와 나 그리고 622명의 영원한 절친들끼리 얘긴데]-264~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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