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서재 -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월
품절


그러나 삶의 무게와 상관없이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더 치명적인 것은 우리의 근원적인 무지이다. 매 순간 현재를 경험하지만 정작 이 순간이 나의 생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현재의 시간'에 경험하는 사소한 우연,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사건이 미래에 어떤 운명을 낳게 될지 결코 알 수 없다. 토마스가 사색에 잠긴 순간, 테레사를 향한 마음이 사랑인지 히스테리인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 현재'라는 순간이 갖는 궁극적인 의미는 '지금, 현재'가 아닌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라는 시간 차원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 현재'의 의미를 결정해주는 판관은 미래다. 그리고 미래는 내가 아이러니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그것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34~35쪽

알베르 카뮈가 말한 부조리의 의식이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삶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기를 바라지만, 불현듯 어떤 계기로 이 세계가 근원적으로 어떠한 의미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우연히 이 세상에 던져져 단지 죽음이라는 무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자각할 때 찾아드는, 주관적 의식과 이 세계 사이의 모순과 괴리가 바로 부조리이다. 다시 말해 부조리란 이 세계 자체의 객관적 속성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세계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대립이요, 그러한 대립에 대한 의식적 자각이다. 부조리의 감정은 바로 그런 모순을 의식하는 순간에 찾아드는 허무와 절망의 감정이다.-86~87쪽

카뮈가 말한 반항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반항인가? 부조리에 대한 반항이다. 부조리를 부조리 상태로 살게 하는 것, 무익하고 희망이라곤 없는 노동뿐인 삶을 불굴의 의지로 감내하며, 부조리를 명료하게 인식하며 살아가는 것. 한마디로 "사막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그 속에서 버티는 것", 그것이 카뮈가 말하는 반항이라는 개념의 의미이다. 때문에 카뮈에게 있어서 반항하는 인간은 부조리를 명료하게 의식하며 살아가는 영웅과도 같다. 부조리를 버티며 사는 부조리의 영웅이다.-92쪽

흔히들 하는 오해이지만, 행복이란 멀리 있는 높고 거대한 어떤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실은 아주 구체적인 것이다. 찾고자 하면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마음속에 차오르는 크고 작은 기쁨과 즐거움들이다. 그러니 행복을 거창하게 과장하지도, 또 너무 집착하지도 말자. 그보다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단 한 번밖에 없는 삶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위험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열과 성을 다 바칠 결단력과 용기, 배짱이 있는지를 숙고해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100~101쪽

나는 삶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스스로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알기 위해선 그 전제로 '내가 누구이며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가 진정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선 그것부터가 쉽지 않다.-104~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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