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베르는 상관이든 권력자든, 상대가 누구냐에 상관없이 '법을 어겼다', '범죄자다'라고 하면 사냥개처럼 무조건 수사한다. 그런 법 집행자에게 휴머니즘을 찾으라 하고, 정치적 타당성을 고려하라 하고, 시대정신을 헤아려 누구 편을 들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법 집행자는 공평하면 된다. 여든 야든 나쁜 사람이나 법을 어긴 사람은 수사하고 처벌하면 된다. 노동자와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경영주와 노동자 중에 누가 파울 플레이를 했는지 찾아내 엄정하게 처벌하면 된다. 협약으로 풀고 정치로 푸는 부분은 자베르의 영역이 아니다. 법 집행자에게 정치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자베르는 교과서다.-25쪽
구_한국 사회에서 '품격 있는 보수'가 가능할까? 표_가능하다고 믿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 아닌가. 품격 있는 보수가 될 수 있는 분들이 보수를 포기하는 현상들이 있었다. '보수? 그거 수구 꼴토이잖아. 나는 그렇게 살기 싫어! 난 좌파야. 난 진보야.' 이런 모습들이었다. 내가 자꾸 보수와 반공을 주장하는 이유도 그거다. 보수면서 진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보수임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보수 속으로 뚜벅뚜벅 들어가 '너희들이 잘모소딘 거야. 너희들이 제대로 된 보수야?'하고 안에서 흔들어버리는 게 훨씬 더 낫지 않은가. 그 안에 있는 분들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수와 반공 정체성으로도 불법 비리 척결해낼 수 있어. 십알단처럼 '종북 좌파 빨갱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우리의 대표인 것처럼 보이는 것을 더 이상 참지 않아.'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서 '나와라, 나와라. 커밍아웃 해라.'하고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다.-105쪽
구_'경제보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된다'고 주장했는데, 표현의 자유가 사람들에게 밥을 먹여줄 수 있다고 보나? 표_표현의 자유가 직접적으로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는 사람들이 먹고살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고, 우리의 경제구조도 향상되었다. 그게 왜곡되지만 않으면 된다. 왜곡되지 않고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서, 거기에 존 롤즈적 정의론(최소 수혜자를 최대한 배려하라.)에 따라서 복지가 깔려 있는 경제구조로 굴러간다면 모두의 입에 밥이 들어간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독점, 카르텔이 형성되고, 담합이 이루어지고, 복지 예산이 다른 곳에 전용되고, 토건 사업이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면 억울하게 굶는 사람, 직장을 잃는 사람이 생기고, 죽는 사람도 생긴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제대로 확보된다면 그런 모순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판하고 감시할 수 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경제를 왜곡시키는 현상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많은 사람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이 될 수 있다.-145쪽
왜 보수의 가치에서 표현의 자유가 핵심적이어야 하는가? 이것을 제대로 고민해봤다면 '저 새끼 말 좀 못하게 했으면 좋겠어.'하는 감청이 차올라와도 '아, 내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나는 나의 정체성을 뒤집는 것이야.'하고 느끼는 자기 본능적 제어장치가 생기게 된다. 그것은 십수 년간의 교육과정을 통해서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는 이게 안 된 거다. 오직 이해관계에 따라서만, 즉 내가 속한 집단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만 따지는 것이 보수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북한과 같은 행동을 하는 거다. 전체주의적 행동,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행동,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발언들을 하고 있는 거다.-152쪽
그들을 자꾸 대상화시키고, 어쩔 수 없다 하고,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수구 꼴통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유형화시키는 순간, 우리는 그들을 포기하게 되고, 그들의 변화 가능성을 놓치게 된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들이 종북 좌빨이라고 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인 것처럼 '저들은 변하지 않아. 저들 세대가 없어지기를 바랄 뿐이야.'하는 순간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분들도 생각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고, 차분하게 이것저것 따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해서 그런 거다. 그분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사고 능력을 지니고 있고, 그러한 사고 능력이 제약 없이, 두려움 없이, 공포 없이 계속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면서 무엇이 정말 진실일까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만 드리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158~159쪽
오히려 그런 패배주의, 즉 '대한민국은 안 돼. 기회주의만이 살고 정의는 진다.'이건 싫다. 비록 그런 면이 과거에 많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그렇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침묵해서 그럴 뿐이지 정말 정의를 위해 노력한다면, 한 사람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거기에 또 한 사람이 인정해주고 격려해주고 동조해주고, 그렇게 나아간다면 우리도 결국 이 땅에 정의를 구현하게 될 것이다.-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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