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호황 - 불 꺼지지 않는 산업, 대한민국 성매매 보고서
김기태.하어영 지음 / 이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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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명동이나 개복동 화재 사건을 떠올리며 쇠창살도 없는 곳에서 일하는 업소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것 아니냐고 쉽게 비난한다. 그러나 쇠창살이 없어진 지금, 돈이 여성들을 옥죈다.-39쪽

일상이 된 성매매는 더이상 낯선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앞서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 지역을 탐문 조사한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성매매는 때론 지역 상인이 성매매 단속에 반대하고 나설 만큼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지하경제가 합법적인 경제의 비호를 받으면서 스스로를 정상화하고 있는 셈이다.-57쪽

김 씨는 영업 사원이어서 접대를 하는 쪽이다. 접대를 할 때 상대방의 성매매 비용을 미리 지불한다. 그때 자신은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 접대는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일과 성매매 행위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성 구매를 자제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구분은 모호하다.
김 씨가 성을 구매할 때는 인센티브를 받은 뒤다. 흔히 회사 동료들과 함께한다.회식을 일의 연장이라고 보면, 그때의 성 구매도 직장 생활의 연장이다. 김 씨의 습관은 말과 어긋난다. 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그가 "일이냐 아니냐"라고 할 때, 그게 업무의 경중을 따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성매매 업소에 함께 가는 이들과 성매매를 통해 연대감을 고취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연대감은 일반적인 한국 남성이 성 구매를 합리화하기 위한 자기 논리의 뿌리처럼 보이기도 한다.-83쪽

신박: 유흥 접객원이나 안마시술소 일은 합법적인 직업이에요. 여기에서라도 노동자성이 인정되면서 규제해 나가면 되는데, 이곳에서도 여성은 성매매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음지로 밀려나는 것도 문제예요. 예를 들면 어떤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에게)선불금을 주고 연 36퍼센트 사채놀이를 할 수 있겠어요? 만약 그런 현장이 있다면 그 구조 자체가 불법으로 규제 대상이 되겠죠. 그런데 성매매 산업은 그냥 두는 거죠. 이런 착취가 가능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되는 이유는 이곳이 노동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죠.-266쪽

"국가가 우리를 지켜 주려고 성매매를 금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세희 씨의 말이다. 이들에게 국가는 처벌자 ․ 압제자의 이미지가 강한 듯했다. 고정갑희 한신대 교수(영문학)는 "성매매특별법"제정에 맞서 "성매매의 비범죄화와 자치 조직, 그리고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자"는 대안을 낸 적이 있다. 이들이 노동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이유는 "이주 노동의 자유, 노동운동의 자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자유, 직업으로 성 노동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법에 의해 보호받을 자유,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자유,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차별과 낙인으로부터의 자유"를 원하기 때문이다.-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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