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가 만든 문제를 이 사회가 제대로 소화하고 일베적 상황 그 자체를 해소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보다는 ‘우리 편‘ 상품의 재구매 가치가 훨씬 높다는 것을 선전하는 게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실제로는 체제가 감당했어야 할, 또는 정치가 포섭했어야 할 문제들에 대한 책임이 보다 약한 존재들에게 전가되고, 이게 극우 정치의 동력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현실은 방치됐다. 그래서 결국 실제로는 강자가 약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즉 권력관계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사회 현상들이 왜곡된 형태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올바름의 충돌‘이라는 구도로 치환됐다. 가치와 당위를 추구하는 정치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는, 일베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결국 외양은 상이할지라도 본질적으로는 일베와 같은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p.260. 5_탈출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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