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자면 이렇다. PC통신 시대의 채팅방은 이용자에게 메시지와 정체성의 일회성을 강제했다. 인터넷 게시판의 경우 메시지의 일회성을 쟁취하려면 주체의 연속성을 포기해야 한다. 블로그의 경우 메시지와 주체의 연속성이 모두 강제된다. 둘 중 하나의 일회성만 취하기는 어렵다. SNS는 편리하게도 ‘파워 유저‘가 아님 대부분의 경우 메시지의 일회성과 주체의 연속성이 비교적 잘 보장된다. 이는 가상공간에서 끝없이 벌어지는 다 대 다를 대상으로 하는 사실상의 인정 투쟁에서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감추면서도 가상적 허세를 부리거나 쉽게 남을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SNS의 시대에는 더 이상 인터넷 게시판에서 칼날 같은논리를 뽐내는 논객이나 파워블로거 등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SNS는 나에게 그런 성가신 것들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비웃고 이에 대한 여러 사람의 동의를 모으는 것만으로 내가 시샘하는 사람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다. SNS를 활용해 남을 이겨먹고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이게 제일 효율적이다. 여기서 애초의 무기였던 ‘논리와 이성, 지식‘은 냉소의 대상이다. 그런 것 없이도 이제 우리는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p.106. 2_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현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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