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난 귀차니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그와 정반대 부류의 인간이다 회사 출근도 남보다 1시간 먼저하고, 영화를 봐도 조조를 보고, 약속도 남보다 먼저 나가고, 취미는 청소, 특기는 정리정돈, 심지어 남의 집에 가서도 설겆이 해주고, 휴일에도 늦잠 한번 자본적이 없는 인간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와 다른 종족(?)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난생 처음 지하철에서 낄낄대며 책을 읽었다.
세상에 어쩜 이런 인간이 있나 싶어서 웃다가 늘 집이 정리가 안되어서 이사가 버리고 싶다고 말하는 내 주변 귀차니스트가 생각나서 웃어버렸다. 산을 오르느니 차라리 산사태에 깔려죽겠다는 그의 자세에서는 정말 경악을 금지 못했다. 너무 빨라지고, 더 완벽함과, 정확함을 요구하는 사회속에서 우리는 모두 숨통을 트고 싶어한다. 그래서 느리게 살아가라는 요구가 담긴 책이 인기가 높아져 가고, 조금더 게을러질 궁리를 하고, 그 게으름에 부응할만한 각종 전자제품들이 출시가 된다.
이책을 읽으면서 매우 부지런히, 바둥바둥 거리며 살아왔지만, 뭐, 나의 삶이 남들보다 더 나아진것도 없고, 높은 지위도 아니고,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상태도 아닌걸 보면, 이렇게 호어스트 처럼 나사를 너무 조이지 않고 살아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나의 내면에는 호어스트 보다 더 게으른 인간이 있어서 그의 일상을 재밌어 하며 읽은 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