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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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 그를 처음으로 알게 된 건 “ 알라딘” 을 통해서 였다. 그저 내가 모르는 유명한 그런 작가인가보다 생각하다가 언뜻 “이우일” 의 그림과 함께 했던 그의 영화 이야기를 떠올리며 “검은 꽃”을 읽기 시작했다.

단숨에 100쪽 까지 읽고, 읽기를 우선 멈추었다.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팠다. 평소 슬픈 영화에 눈물 한 방울 찔끔 거리지도 않았었는데,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마음이 아프기는 처음이었다. 이건 단지 슬픈 역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얼마 전 미주 이민 100년을 기념하는 각종 TV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나와는 관계없는 역사라 생각하여 무심하였던 내게 멕시코로 넘어간 그들이 결코 먼 낯선 사람들 일수 없음을 알려주며, 그들의 험난했던 인생사가 마치 바로 곁에서 보는 듯 내게 전달이 되어 주었다.

한 권에 담기엔 너무나도 길고 길었을 그들의 이야기와 타국의 적응기를 우리나라와 멕시코의 역사, 정치적 배경과 함께 빠른 호흡으로 서술해서 지루함은 없다.

이 책이 내게 준 의미라면 평소 깊이 생각하지 않던 문제들을 생각해보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역사”니 “국가”니 하는 문제는 나와는 상관없는 늘 거기에 있는 문제라고 생각을 해왔으나,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그런 단어들을 여러 번 생각해 보았으며, 또한 역사책 읽기를 두려워 하는 나에게 구태여 다시 한번 인터넷에서 그들의 발자취를 뒤져보게 만드는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들에게도 생각의 여지를 남겨줄 수 있게 되길..

이제 남은 숙제를 하듯 그의 전작들에서 다른 색깔의 문장을 찾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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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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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명성만 듣다가 너무나 늦게 읽은 책. 유명한 것, BEST로 뽑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었는지 그렇게 추리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애써 찾아 읽지는 않았던 책이다.

한정된 공간에 모인 사람들 – 이어 일어나는 살인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심리전. 게다가 이들은 누군가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는 사람들이라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죄의식과 공포는 극에 달하게 된다.

이 소설에 앞서 “애거서 크리스티” 의 소설을 몇권 읽었지만, 좋다는 생각은 들어도 그다지 극찬 받는 이유는 몰랐는데, 이 소설에서야, 그녀의 진가를 느끼게 되었다. 밀실공포, 고도의 심리전, 그리고, 죽음의 예고 등. 확실히 고전중의 고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시기에 본 영화 “아이덴티티”를 보면서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60여년전 씌어진 소설에 모티브를 두고 만들어졌다는데 초점을 두고 보면 재밌을 듯 – 결론은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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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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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귀차니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그와 정반대 부류의 인간이다 회사 출근도 남보다 1시간 먼저하고, 영화를 봐도 조조를 보고, 약속도 남보다 먼저 나가고, 취미는 청소, 특기는 정리정돈, 심지어 남의 집에 가서도 설겆이 해주고, 휴일에도 늦잠 한번 자본적이 없는 인간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와 다른 종족(?)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난생 처음 지하철에서 낄낄대며 책을 읽었다.

세상에 어쩜 이런 인간이 있나 싶어서 웃다가 늘 집이 정리가 안되어서 이사가 버리고 싶다고 말하는 내 주변 귀차니스트가 생각나서 웃어버렸다. 산을 오르느니 차라리 산사태에 깔려죽겠다는 그의 자세에서는 정말 경악을 금지 못했다. 너무 빨라지고, 더 완벽함과, 정확함을 요구하는 사회속에서 우리는 모두 숨통을 트고 싶어한다. 그래서 느리게 살아가라는 요구가 담긴 책이 인기가 높아져 가고, 조금더 게을러질 궁리를 하고, 그 게으름에 부응할만한 각종 전자제품들이 출시가 된다.

이책을 읽으면서 매우 부지런히, 바둥바둥 거리며 살아왔지만, 뭐, 나의 삶이 남들보다 더 나아진것도 없고, 높은 지위도 아니고,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상태도 아닌걸 보면, 이렇게 호어스트 처럼 나사를 너무 조이지 않고 살아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나의 내면에는 호어스트 보다 더 게으른 인간이 있어서 그의 일상을 재밌어 하며 읽은 건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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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3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ho 2004-04-28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볍게 읽긴 괜찮았지만 전 사고 후회했어요. 책이 재미 없는 건 아닌데 별 느낌이 없더군요

히나 2005-09-12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귀차니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그와 정반대 부류의 인간이다 회사 출근도 남보다 1시간 먼저하고, 영화를 봐도 조조를 보고, 약속도 남보다 먼저 나가고, 취미는 청소, 특기는 정리정돈, 심지어 남의 집에 가서도 설겆이 해주고, 휴일에도 늦잠 한번 자본적이 없는 인간이다...
정말입니까?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정말루요. 저는 최악질 귀차니스트라 부지런한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요 ㅠ_ㅜb

Laika 2005-09-12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예요...이런 성격 남들에게 그리고 본인에게도 피곤할수 있어요..
요즘은 귀차니스트가 대세니까 그냥 "귀차니스트"가 좋을거 같아요..ㅎㅎ
 
아니마와 아니무스 분석심리학의 탐구 2
이부영 지음 / 한길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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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회사언니가 밤에는 친언니가 전화로 부부싸움 얘기를 해댄다. 결혼도 안한 내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기도 전에 . (사실 환상을 가질 나이도 아니지만) 그냥 들어 넘기다가, 대꾸도 해주다가 나중에는 그렇게 싸우는, 그렇게 짜증을 내는 그 남자의 , 그렇게 사랑했던 남자에 실망하는 그 여자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알라딘 어딘선가, 누군가의 서재에서 본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이 이부영의 분석심리학 탐구 3부작 시리즈 중 2번째임을 알지만, 그들과 그녀들을 한시라도 빨리 분석해보고 싶은 조급함에 이책을 먼저 집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와 그녀의 마음을 엿보기 전에 먼저 '융'을 넘어서야 했고, '분석심리학'을 알아야했다.

조금의 흥미와 커다란 인내를 가지고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에 가서야 이게 내가 원했던 책은 아니었구 생각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아니마, 아니무스 론' 이 내게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것은 내 삶의 경험이 그만큼 따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은 '융읽기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그의 이론을 이부영 차원에서 해석해 준 것이다.

내 자신도 나의 마음을 모르는데, 남의 마음을 책 한권 후다닥 읽고 알아버리겠다는 생각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이 책은 그러한 오만한 마음은 버리고, 내게 조금의 지식과 함께 분석심리학 시리즈에 다가설수 있는 용기를 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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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로저 로젠블라트 지음, 권진욱 옮김 / 나무생각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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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나이앞에 초연할수 있을까? 매일 거울을 보며 눈가의 주름을 확인하는 여자가 아닐지라도, 나이 앞에서는 누구든 우울해지는 법이다. 내 나이에도 지하철 앞 자리에 앉은 피부 뽀얀 학생만 봐도 아~ 저때는 몰랐는데, 저게 젊음이구나 하고 생각을 하는데,어르신들(?)은 얼마나 더 하실까?

이 책은 유쾌하게 나이 먹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기 보다는 우리 부모가 자식한테 어떤 식으로 인생을 살으라고 충고를 해주는것 같다. 부모의 잔소리라고 너무 겁먹지는 마시길. 마음에 콕~콕~ 와 닫는 글들로 짧게 구성되어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잔소리들이다. 쉽게 읽을수 있는 책이기에 한번 휘리릭 읽고 넘겨는데, 생활하면서 내가 부딪치게 되는 삶의 순간 순간에 떠오르는 대목들이 있다.

'서른이 넘었으면 자기 인생을 부모 탓으로 돌리지 말라. '
- 여기서의 나이가 더 당겨져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 한다. '어른'이라고 불리워는지나, 성숙치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이 먹는다고 절로 어른이 되는건 아니라는건 요즘 들어 부쩍 느낀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은 남을 탓한다는것이다. 부모때문에, 가족때문에, 친구때문에 - 그런 어른들에게 내 돈 들여 한권씩 사서 빨간 형관펜으로 밑줄 쳐서 주고 싶은 책이다.

'자신을 상징하는 옷차림을 만들어라.' - 이 대목에서는 우리 엄마가 나에게 잔소리하는줄 알았다. 나이 먹어서는 옷 잘 입어야한다고 늘 강조하는 울 엄마... 그말을 요즘 들어 새삼 깨닫는다. '잘' 이라는게 비싼 옷이 아니라 그 나이와, 시간에 맞는 차림이라는거. 그래, 어른 들의 충고는 하나도 안틀리다.

난 이게 나이드는 것과는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부모 탓을 하지 않아야, 남의 생각에 연연하지말고, 친하지도 않는 사람과의 만남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 나이 먹는 것도 덥덥하게 받아들여 즐길수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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