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여자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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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이 대단한 글쟁이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에세이와 소설을 넘나들며 펼치는 그의 필력에 대한 입소문은 워낙 대단한 것이었으니까. '싸움닭' 진중권도 고종석에 대한 평가만큼은 후했다. '시칠리아의 암소'에서 였던가? "현대적 기준에 따라 ‘진정한 자유주의자’라 부를 수 있는 건 고종석씨뿐이다." 인터넷을 서핑하다 가끔 마주치는 고종석의 칼럼들은 그러한 세간의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 책 '고종석의 여자들'은 내가 처음 만난 그의 책이다. 기대가 될 수 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며 세간의 평판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내 감상은 곤혹스러울 정도였다. 이것이 그 고종석의 글이 맞는가. 혹시 나의 읽기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아니면 원래 좋은 글이란 이렇게 난삽하고 정신없는 것인가. 이인화의 첫 소설에 대한 누군가의 평론으로 기억한다. '1급의 평론가라고 1급의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니다.' 고종석이 1급의 글쟁이라고 해서 늘 1급의 글을 쓰는 건 아닌 모양이다. 하긴 어떤 소설가가 매번 이상문학상을 타겠는가. 알라딘 최고 글쟁이인 아치도 매번 10개 이상의 추천을 받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기복이 있다. 아마 이 책 '여자들'은 고종석의 슬럼프가 아닐까?

책이 산만해질수 밖에 없었던 건 구성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책은 저자가 관심있는 서른 네명의 여자들을 다루는데. 각각의 인물이 하나의 챕터의 주제가 되는 식이다. 그러니 불과 300페이지도 안 되는 전체 장 수에서 각 인물에 할애된 분량은 사진 빼고 그림빼면 네장 남짓. 에이포 용지로 두장이나 될까 말까한 길이다.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더라도 그 짧은 글에 한 인물의 특징을 우그러뜨려 넣는건 빠듯한 일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매번 호흡을 깔딱거린다. 

그래서 그의 격조있는 문장과 세련된 어휘는 흐릿한 주제의 언저리를 더듬거릴 뿐이다. 각각의 글들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지 못하고, 수준있는 담론을 담아내지 못한다. 서두에서 거창하게 말 한 역사 앞의 여성의 종속성이나 부차성에 대해서 접근하지도 못한다. 그는 그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끌었으면" 또 "생각의 깊이를 얻"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흥미도, 깊이도 얻지 못했다. 다만 얻은 것은 똑똑한 남자의 13000원 짜리 한담. 

이 남자, 실컷 벗겨 놓고 침만 잔뜩 묻혀놓은 꼴. 뒷 감당 어떻게 하시려고. 

그녀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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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12-2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가 야하다. ^^
고종석씨에게는 생각을 정갈하게 정리한 글이 어울려요. 얼핏 신문에서 이 책의 내용 중 한 꼭지를 읽은적이 있는데 고종석씨의 색이 드러나지 않았어요. 의도는 넘쳤고, 기획은 틈이 많이 났죠.
난 좀 행복한게, 다재다능이란게 있지만 저마다 자기가 제일 잘할 수 있는게 있잖아요. 글도 그런거니까, 주어 서술어 맥락 등등이 어설픈 글이라도 자꾸 쓰다보면 나도 좀 나아질거란 생각이 드는거죠. 아, 갑자기 서재 결혼시키기에서 아주 아주 오랫동안 소네트를 짓던 변호사던가? 그 분 이야기가 떠오르는데요.

뷰리풀말미잘 2009-12-27 17:20   좋아요 0 | URL
제가 멋지고 정리가 꼼꼼하고 그런 리뷰로 안되니까 본격에로리뷰로 경쟁력을 확보해 보려구요. ㅎㅎ

어쩐지. 이게 신문에 연재하던 글이었군요. 읽으면서 그럴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 이 책은 별로였지만 그렇다고 다른 책에 대해 기대감이 떨어지지는 않았어요.

아치 누가 글 못쓴다고 했어요? 확 전기톱으로 썰어버릴라.

Arch 2009-12-27 18:37   좋아요 0 | URL
니가 그랬잖아요. 본격무협전기톱스릴러가 될 듯 ^^

뷰리풀말미잘 2009-12-27 18:54   좋아요 0 | URL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했지 못쓴다고는 안 했어요. ㅎㅎ 이러다 아치팬들한테 테러당하는거 아닌지 몰라요.

2009-12-27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2-27 20:06   좋아요 0 | URL
난 Arch팬이지만 뷰리풀말미잘님을 테러하진 않겠습니다. 불끈!

뷰리풀말미잘 2009-12-27 20:56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 똘레랑스 장난 아니신데요.

Arch 2009-12-27 21:52   좋아요 0 | URL
다락레랑스가 별명이라죠. (똘락방이 더 낫나?)

다락방님, 비밀 댓글로 미잘이 잠자는 아치 콧털을 건드리는데 어쩌죠! 어흥~

뷰리풀말미잘 2009-12-27 22:35   좋아요 0 | URL
이 사람이 네이밍 센스가 없어. 달레랑스 어떤가요?

아치. 실력으로 승부하고 결과에 승복합시다. ㅎㅎ

다락방 2009-12-28 00:05   좋아요 0 | URL
나 완전 똘락방에 빵 터졌어요. 그게 저한테 더 잘어울려요. 슈퍼또라이로 동료들 사이에 불렸었던 걸 감안하면 똘락방이 낫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

미잘님과 Arch님은 원래 서로의 콧털을 건드리는 사이가 아니던가요? 건드리지 않을때, 그때 어떡하죠, 하고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뷰리풀말미잘 2009-12-28 01:52   좋아요 0 | URL
아치가 제 코털 다 뽑아갔대요.

Arch 2009-12-28 11:19   좋아요 0 | URL
미잘은 콧털 나오는 남자예요.

달레랑스는 너무 달콤해서(달콤한 남자 같으니) 이걸로 하면 제일 어울리긴 하지만 말예요. 다락방님의 이미지가 너무 좋으니까 좀 깨자는 의미에서 똘락방도 괜찮을 듯. 다락방님 뭘로 할래요. (선택하란다. 뭐 좋은거라고.^^)

다락방 2009-12-28 17:02   좋아요 0 | URL
말미잘님께 콧털 청소기 하나 사드려야겠어요.

당근 똘락방.
똘아이 다락방의 준말로. 히히

승주나무 2010-01-0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똑한 남자의 13000원 짜리 한담 따위를 듣기보다는 저와 함께 칼 폴라니의 세계로 빠져드심이 어떨까요 ㅋㅋㅋ 4개월만에 거대한 전환을 완독했는데 아직 리뷰는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 신년 인사 다니고 있어요. 아치 님이랑 좀 친하게 지내세요. 더 그랬단 연애할라 ㅎㅎㅎ 혹시 ing~~~ 올해는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만납시다^^

뷰리풀말미잘 2010-01-02 18:22   좋아요 0 | URL
오, 승주나무님 반갑습니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아요. ^^ 바쁘신 중에도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완독하셨다니.. 저는 경제학이 특히 무식한 분야중 하나라 관심은 갖고 있었는데 아직 도전도 못 해보고 있습니다. 그걸 읽는거 자체가 제겐 사고의 거대한 전환을 요하는 일이라서요 ㅎㅎ 일단 보관함에 두겠습니다. 조만간 폴라니를 씹으면서 맥주한잔 하시죠.

요새 가쉽에 좀 어두우신듯. 아치님 연애 시작한지 꽤 됐어요. 지들끼리만 연애하는 더러운 세상!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