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네가 맨발로 달려나와 날 껴 안는다. 좋다는 병원 데리고 가서 치료한 보람이 있는지 눈에 백탁이 많이 가라앉았다. 다행이다. 그녀의 은발은 아직도 부드럽고 성성하다.     

밀린 빨래를 했다. 오래된 비디오 테이프들을 버리고, 책장을 정리했다. 백팩과 새 핸드랩과 책 몇 권을 샀다. 밀린 뉴스를 보고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부스스 일어나서는 피아노를 띵똥거렸다. 자주 치던 곡들도 이젠 초반부 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피아노, 조만간 너도 창고행이다.  

소식들은 우울하다. 특히 그의 죽음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노무현 죽음 이후에 그의 행보를 보며 막연히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게 아닐까 생각 했었는데 정말 이렇게 가 버릴 줄이야. 하지만 정말 슬픈 사실은 그것 말고 아무것도 변한것이 없다는 거다. 하지만 쉽게 낙담하지는 말자. 가장 어둠이 짙은 새벽이 지나야 아침이 밝지 않던가.

그 긴 시간을 고민하고서도 나는 역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삶의 방향은 진북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나침반으로도 길 찾듯 찾을 수 없었다.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해가 짧아졌다. 밤바람이 서늘하다.  

가을이다.  

일단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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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9-03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셨쎄요..빨판의 흡입력이 업그래이드 되셨겠죠..??

뷰리풀말미잘 2009-09-03 10:23   좋아요 0 | URL
제가 오징어도 아닌데 빨판이 어디있습니까. 빨판이. ㅠ_ㅠ 촉수라면 몰라도.

머큐리 2009-09-03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뵈서 반가와요...ㅎㅎ

뷰리풀말미잘 2009-09-03 10:2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머큐리님. ^^

다락방 2009-09-03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름다운 말미잘님이닷!!
:)

뷰리풀말미잘 2009-09-03 10:29   좋아요 0 | URL
샤라라랑- (뭐냐 이 효과음은.;)

무해한모리군 2009-09-03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말미잘님이 오셨네~
가을과 말미잘도 서로 부서질듯 연약한 모습이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뷰리풀말미잘 2009-09-03 10:30   좋아요 0 | URL
오늘 하늘도 바다처럼 깊네요. 헤엄치고 싶어라-

Arch 2009-09-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잘은 피아노를 치는구나. 의외인데요~ 손가락이 길었던가. 촉수로 치려면 미끄덩 미끄덩거리는거 아니에요? (촌스럽긴~)
가을, 미잘, 가을.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요.

2009-09-04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4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09-09-0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게도 비밀댓글을 주세요!!!!!!!!!!! (질투쟁이)

빨판과 샤라라랑 때문에 어제부터 오늘까지 웃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전 낙지를 생각했는데 말이죠. 메피님의 빨판 댓글을 보고ㅋㅋㅋ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말은 누가 지었을까요. 춘하추동, 스프링써머폴윈터 따위보다 넘 예뻐요. 가을가을.

2009-09-05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6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