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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문화사
H.D.F. 키토 지음, 김진경 옮김 / 탐구당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강한 기시감을 경험했다.
'엇,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결국 머리깨나 싸맨 끝에 예전에 읽어보았던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고등학교 도서관에 있던 책이었을 것이다). 허나 세월은 무상한지라 이 책을 보았다는 기억조차 까마득해졌으니... 애재라. 애써 변명해보자면 예전에 비해 책의 외,판형이 바뀌었다는 것이 변명거리가 될까?
내용서술은 비교적 명쾌하고, 일리아스에서 한 두 페이지를 그냥 인용하여 오기도 하는 등 저자의 배짱도 대단하다. 어느 정도 그리스 문학이나 역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진행하는 이야기인지라 이런 부분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조금 낯설수도 있겠지만 일리아스와 오딧세이 정도 읽어보았다면 큰 문제는 없겠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이 책의 글씨는 너무 큰데, 나이드신 분들이나 번역자께는 죄송스럽지만, 왠지 다음과 같은 그림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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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 교수님, 이 것이 인쇄전 최종고입니다. 마지막으로 검토해주시지요.
역자 : 글씨가 안 보여.
편집자 : 글씨를 크게 했는데요?
역자 : 안보인다니까(버럭). 나보고 돋보기로 이 책을 다 읽으라고?
편집자 : (속으로 에이, 노친네하고 생각하며) 잘 알겠습니다. 어이, 조판 다시 하고 글씨를 '팍팍' 키워.
... ... ...
독자들 : 글씨가 너무 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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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 : 그런데 주문을 하려다 보니 이 책이 대학교재여서 여러 권 주문을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데 어느 대학 무슨 과에서 이 책을 교재로 쓰고 있는지 궁금해졌다(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국사교육은 줄어드는 시점에서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 있을 지는 따로 생각해볼 문제이기는 하다).
추기 2 : 기시감의 원인을 하나 더 찾아냈다. 이 역자가(유익하지만 지루한 책이었던) '그리스 국가'의 번역도 담당했었던 것이다. 어쩐지 낯설지 않더라니...
추기 3 :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신 balmas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