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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팅 The Fighting 1
모리카와 조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펴보기도 전에 기를 죽이는 만화들이 있습니다. 대개 장편들이 그런 편인데 현재 맛의 달인이 88권 (아직 완결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요리사가 77권 (역시 마찬가지), 더 파이팅 [시작의 일보]가 69권 등 (파타리로는 일본에서는 79년에 연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76권을 넘겨서 연재하고 있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16권까지 밖에 나와있지 않으므로 통과) 숫자만 봐도 만만치 않겠다는 감을 줍니다 (더불어 책장의 칸을 끝없이 잡아먹는 존재들이라는 점도 부연해 둡니다). 여기에 비하면 20권 안쪽으로 끝나는 만화들은 단편에 가깝다는 느낌마저 주지요.
그런데 이만큼 종이를 더 쓸만한 가치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서슴없이 (아빠는 요리사를 제외하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더불어 하나만 남기고 만화를 모두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맛의 달인과 더 파이팅, 음양사, 슬램덩크의 네 시리즈 중의 하나를 남길 예정이라고 묻지도 않은 답을 드릴 겁니다.
이 만화의 가치는 노력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있습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엄청나게 약한 왕따학생일 따름입니다 (작가의 그림체도 그리 잘 그린 것이라고 하기 어렵지요). 그러던 그가 강함을 동경하게 되고, 강함이란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뇌리에 새기고 끝없이 자신을 연마합니다. 시리즈의 뒤쪽만 보신 분이라면 챔피언이 된 일보만을 보셨겠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내용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이 이 만화입니다.
그렇다고 노력과 근성 (다른 적절한 표현이 없네요)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라는 안이한 해결책으로 모든 일을 해결해 나가지는 않습니다. 이 만화에는 노력과 근성으로 버텨도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많은 조연들이 나옵니다. 이 만화의 또다른 가치는 이렇게 냉정한 현실이 반영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의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묘사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혹시 안 보신 분들이시라면 꼭 한 번 보시라고 권유드릴 만한 몇 안되는 만화입니다. 권수의 압박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럴 때는 전 권을 다 구입까지 한 저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하시고 (-.-;) 꼭 보세요.
추기 : 아웃복서라는 우리 나라 만화가 있었습니다. 복싱 묘사가 훌륭해서 꽤나 좋아하는 만화였는데 후에 알고 보니 아뿔싸, 더 파이팅의 동작을 그대로 베낀 만화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