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니아 전기 18 - 아득한 별의 흐름에 -하
카야타 스나코 지음, 오키 마미야 그림, 김소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예, 드디어 완결되었군요. 87,470원이 투자된 18권 짜리 시리즈가 끝났습니다. 조금 허탈하군요. 델피니아 이야기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짤막하게 요점만 정리해보겠습니다.

1. 진지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2. 이야기에 기복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께도 권하지 않습니다.

3. 연애소설을 싫어하시는 분들께도 권하지 않습니다.

4. 주인공이 늘 행복하기를 원하시는 분들께는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5. 세상에 만연한 악에 싫증나신 분들께도 권합니다.

6. '나는 심장이 약해서 무서운 이야기는 못 본다'는 분들께도 권합니다.

   자, 이정도로 이야기를 드리면 감이 잡히시죠? 이 이야기는 절대무적 왕비와 천하호인 국왕이 펼쳐나가는 코믹스토리입니다. 전기(戰記)라는 이름을 붙여서 심각한 군사물의 뉘앙스를 풍기려 하지만 어림없는 이야기! 이 제목은 우글거리는 미소년과 미소녀들 간의 애정행각을 감추기 위한 저자의 책략에 불과합니다 (간혹 미중년도 나옵니다). 

   등장하는 우리 편 (편의상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인물들이 다 한가닥씩 하면서 자기 앞가림은 확실히 하는 인물들인지라 절대로 독자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반면, 악당들은 뭔가 한 가닥 할 것처럼 보여도 덜 떨어진 바보짓을 거듭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이야기 진행 도중에 국왕이나 왕비가 포로가 되는 커다란 (혹은 커다래보이는) 위기 상황이라도 독자의 마음은 여전히 가볍습니다. '어떻게 잘 되겠지'라는 확신이 있으니까요. 급기야 저자는 이런 독자의 확신에 부응하기 위해 시리즈 후반에서는 'deus ex machina'적인 상황도 서슴치 않고 끼워넣는 만행 (-.-;)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편들은 또 어찌나 정치적으로 공정한 인물들인지 감정이입이 제대로 안 될 지경입니다. 

   하여 전 대륙의 통일은 그저 애정행각에 끼어드는 부수적인 양념 격일 따름이지요. 저도 적잖이 무협이나 판타지 물을 읽어왔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독자를 안심시켜주는 글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군요).

   한데 이 시리즈를 끝까지 보게 된 것은 손대기 시작한 책은 왠만하면 완결을 본다는 (-.-;) 개인적인 신조와 이 책이 가진 나름대로의 장점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봅니다. 우울하고 답답한 일이 많은 세상에 이렇게 쾌도난마처럼 일이 해결되어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희망에는 확실히 부응하니까요. 거기에 등장인물들의 연애 이야기도 나름대로 읽을 만 하고, 왕비의 성전환과 관련된 개그 중에는 확실히 우스운 것도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나머지는 읽으시는 분들이 확인하셔야 할 부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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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8-30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협이나 판타지를 읽을 때는 아무래도 선과악의 대결에서 선의승리를 기대하고, 공정한 이 세상을 꿈꾸면서 읽게 되지 않을까요. 읽는 이를 너무 안심시키는 주인공들이란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단점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무작정 긍정적인 이야기도 필요한 요즘입니다.

추천^^

panda78 2004-08-30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요점 6개를 읽고나니 9만원 돈 투자해서라도 꼭! 읽고 싶어요!
안그래도 예전에 기스님 서재에서 보고는 사고싶은데.. 18권이래.. 하면서 참았건만. 다시 화르륵-
공돈 생기는 날에... 사 봐야겠군요. ^^

모래별 2004-09-0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진지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절대 공감... 1권 샀다가...후회 막심...;;;

인물들이 다 한가닥씩 하면서 자기 앞가림은 확실히 하는 인물들인지라 절대로 독자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반면, 악당들은 뭔가 한 가닥 할 것처럼 보여도 덜 떨어진 바보짓을 거듭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 이런 스토리 너무 싫어함..ㅜ.ㅜ;;;

노추천;;;;;

모래별 2004-09-06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 주인공이 늘 행복하기를 원하시는 분들께는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이것도 공감..

저도 적잖이 무협이나 판타지 물을 읽어왔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독자를 안심시켜주는 글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 ㅎㅎ 한참 웃었네요^^


날개 2006-08-0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아.. 정말 제대로 짚어내신 리뷰군요..^^
이 리뷰 먼저 읽고 책을 읽었으면, 책이 더 재미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군요.....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