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panda78 > [퍼온글] 판다님께 - 드가의 그림 '압생트'와 영화 '앤지'
마사 쿨리지 감독의 94년작 영화 <앤지>를 아주 오래 전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지나 데이비스가 주인공인데요, 이름이 앤지입니다.
새엄마하곤 사이가 별로이고, 하나 있는 남자친구도 껄렁껄렁한 것이 신통치가 않은데
그만 어쩌자고 덜컥 임신을 하는 바람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버렸습니다.
어느 날, 울적하여 화랑을 찾은 앤지.
심드렁하게 그림들을 구경하다가 어느 그림 앞에서 꼼짝을 않더니 그만 왈칵 눈물을
터뜨립니다. 그 그림이 바로 드가의 '압생트'이지요.
아시다시피 압생트는 독한 술입니다.
일행인 남자는 옆에 앉은 여자(그의 아내인 듯)는 안중에도 없고, 저 여자의 표정을 보십시오.
인생에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는, 그런 울적하고 먹먹한 표정이지 않겠습니까.
자신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더불어 지루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여자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습니까.
앤지는 자신의 먼 미래를 그림 속 여성에게서 보고만 것입니다.
그게 울음을 터뜨린 이유이지요.
언젠가 판다님이 수암님께 드린 드가 그림을 뒤적이다가 이 그림을 맞닥뜨리자 까맣게
잊고 있던 영화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앤지>.
앤지는 그 화랑에서 멋진 변호사를 만나 사랑이라도 하게 되었다지만(나중엔 버림받습니다)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 그림을 보니 어쩐지 판다님께 엽서가 쓰고 싶어졌습니다.
좋은 영화 많이 본 것이 가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버젓하니 엽서도 보내고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