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totoru > 여성, 그 삶의 거짓과 진실

- 삶의 거짓과 진실

'나에게 인생은 언제나 바로 이 순간이다'

이 책의 제목은 자연스럽게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인생을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람들은 인생이라고 하면 매우 긴 시간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인생이 아주 짧은 시간들이 모인 것이라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숨겨진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과거 여성들의 지위가 매우 낮았던 시절에는 여성의 인격이나 사고라는 것이 모두 평가절하 되었다. 외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스페인의 언론인이자 소설가, 또 페미니스트인, 이 책의 저자 로사 몬떼로는 이런 숨겨진 여성들의 삶에 천착해 이 책을 펴냈다.

국내에 이름이 많이 알려진 애거서 크리스티, 시몬 드 보부아르, 조르주 상드, 카미유 클로델, 브론테 자매 등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숨겨진 여성들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실상 글쓴이의 시각에 따라 대상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이번 로사 몬떼로는 앞서 얘기한 여성들의 삶의 위대함을 다루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여성들의 고뇌와 한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훨씬 인간적이며, 어찌 보면 처절하기까지 한 삶의 단면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화가인 프리다 칼로는 척추성 소아마비에 시달렸던 여섯 살 어린 나이에서부터 참혹한 운명의 고비를 넘긴다. 그 후 교통사고로 인해 척추가 세 조각으로 부서져 그녀의 삶은 죽음을 항상 머리맡에 둔 상태였다. 고전적이고 아름다운 인디오의 전통의상을 입어 심각한 장애가 일어난 몸을 감추었던 그녀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처절함의 극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영화 '오아시스'에서 두 주인공이 꽃잎이 날리는 방안에서 춤을 추던 장면처럼 묘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교차하는 모습이었을 듯 하다. 영화에 나타나는 사회상이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참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아마 내가 주인공의 위치보다 그들의 가족이나 방관자의 입장에 가까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인물들의 독특한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이 정말 괴로운 일이었다. 우아한 백조의 발이 필사적으로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무용수였던 '최승희', 최초의 여성화가였던 '나혜석'이 그랬듯이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모든 여성들은 거대한 벽을 넘어야 했다. 표면적으로 화려한 삶을 살았던, 숨겨진 삶을 살았던 간에 그 모순의 시간들에 굴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강한 모습 그 뒷모습에는 참으로 적나라한 삶의 고통들이 스며있다. 사실 어떤 사람이던지 뒷모습과 그림자는 가지고 있는 법이다. 이 글의 저자는 그저 여성도 재능이 있는 인간이었으며 그로 인해 고뇌를 느끼는 사람이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철저히 삶을 불태울 줄 알았기에 더욱 불행할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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