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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웃긴 남자
이경숙 지음 / 자인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어떻게 평점을 줄지 망설이게 되는 것은 이 책에 들어있는 수많은 유모어와 빛나는 재치를 보면 별 다섯개도 아깝지않지만 너무도 상스러운 표현이 남발된다는 점이나 도대체 최소한의 기본이나 갖추었는지 의심스러운 번역이나 해석과 엉뚱한 사고방식으로 본다면 별 하나도 아깝기 때문이다.

이경숙씨는 우선 (1) 지금까지의 모든 노자의 주석가가 다 틀렸다고 하고 (2) 옥편하나와 보통의 머리만 가지면 노자의 본마음을 알아볼수가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어서 (3) '유사이래 최초로 펼쳐지는 노자의 깨달음을 함께 즐깁시다. 이 유쾌한 잔치의 술안주는 저명한 도올선생이니 마음껏 물어뜯도록 하십시다.' 목소리를 높힌다.

내 생각에 (1)은 너무 지나치다. 거꾸로 저자도 틀리지 않았다는 근거가 전혀없다는 것은 저자의 논리 자체가 지적하는 셈이다. (2)는 신비주의 종교인이라면 그렇게 믿어도 된다. 그것은 진리와 나사이에 중간 해석자를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소신의 문제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생각은 지나치게 소박하다. 의외로 동양학을 하는 사람 중에 기본적인 문법이나 번역 및 해석의 기초조차 감으로 익히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얼렁뚱땅이 어떻게 사고를 칠 수 있는가 하는 모범적인 예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또는 모호하게 조금 이상한데 정도만 느껴진다면 당신은 스스로 자신의 지적 기반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3)에서 나는 빛나는 조롱과 허구적인 지적 가공물의 기괴함에서 마치 예술 작품과 같은 감동을 느꼈다. 정말 이렇게 재치있게 욕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몇권의 노자와 비판서를 놓고 논리와 근거를 찾으며 너무도 즐겁게 블랙코메디를 감상했다. 블랙 코메디는 사실은 아니지만 무언가 나를 휘갈기는 재치는 풍부했다. 또 도올 선생님이 15년전 김충렬 교수님을 인간적으로 능멸한 인과응보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10년간 도올의 골수팬인 나는 이 책과 홍승균<김용옥이란 무엇인가>, 김상철<저급한 도올비판을 비판한다>, 이기동<도올논어바로보기>를 읽으며 나 자신을 마음껏 해체할 수 있었다. 도올에 중독되어 있는 분께 삼가 일독을 권한다.사실 나는 아직도 도올에 중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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