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집에서 케인스를 만나다
류대현 지음 / 더난출판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 천자문]이 생각나는 책이다. [만화 천자문]류의 책은 천자문을  쉽게 익히기 위해 허구적인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리고는 그 이야기 중간 중간에 천자문을 써놓고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그 억지스러움에 부담을 느끼다가는 이야기와 천자문의 절묘한 조합에는 "야! 참 기가 막히다!"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부의 역할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이런 식으로 호들갑을 떤다. "정부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일을 하고 있다. 시간이 있으면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아라. 아무 것도 아닌 듯한 일에서 사려 깊은 정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여름날 온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는 방구차를 보면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방구차는 단순히 여름날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서 개발된 도구가 아니다. 하얀 방구차는 컴퓨터 오락에 찌든 어린이들을 골목으로 불러내기 위한 정부의 원대한 프로젝트이다."(276쪽) 이런 식의 아전인수가 두 세 페이지에 한 번은 등장하는데 뒤로 가서는 '글쓴이는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거 아니야?'하는 식으로 정신이 아득해지게 된다.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데도 어려운 개념을 조금은 감을 잡게 만드니 신기한 글솜씨다.

우연히 사 보게 된 이 책에서 내가 끝내 풀수 없었던 것은 세 가지다. 먼저, 케인스가 왜 제목으로 나왔나 하는 점이다. 물론 케인즈가 다른 경제학자보다 자주 나오긴 하지만 결코 주인공은 아니다.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꼽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잘 모르겠다. 둘째 부자되는 방법을 쓴 글쓴이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나 하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을 거스르지 말라는 둥, 경기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둥, 돈의 여신을 믿고 사랑해야 한다는 둥 여러 조언을 하지만 어쩐지 조언이 믿음직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클린턴의 경제 자문이었던 토드 부크홀츠도 효율적 시장가설을 이야기하면서 개미군단이 주식으로 은행 이자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주가지수 상품 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서른살 경제학]에서는 간접투자인 펀드를 이용하되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비율만 주식형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형 등에 분산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저자는 몇 가지 상식을 이야기한 후 열심히 경제 공부를 하면 길이 보인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게 내 선입견일까?

세째로 이 책은 결과적으로 영미 경제학의 내용을 충실히 소개하고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고등학교 경제해설서 + 알파 정도에 불과한데도 왜 안티 성향의 책처럼 느껴지나 하는 점이다. 아마도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 개념을 자기 식으로 패러디를 한거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나는 이 책에 별점 네개를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공부란게 어렵게 생각한다고 잘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식으로 요리하고 흡수하는 게 중요한데 저자는 그런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감사드리고 싶다.  

** 경제라면 머리에 쥐가 나는 왕초보라면 즐겁게 사 보세요. 황당한 이야기에 정신이 몽롱할겁니다. 경제 조금 아시면 빌려 보세요. 딱딱하지 않고 유쾌하게 개념정리가 됩니다. 경제학 공부할 때 굳이 책을 추천한다면 김덕수 교수님의 [통쾌한 경제학]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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