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파괴 - 깨달음과 사유의 인도 이상의 도서관 50
이거룡 지음 / 거름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EBS에서 인도사상 강의할때 요가선생님 같은 이거룡 선생님을 뵈었다. 약간 어눌하면서도 말솜씨가 좋다는 게 신기했다. 저자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책 읽기가 한결 수월해 진다. 졸리면 그 말투와 눈빛 몸짓을 떠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강의록인데다가 EBS강의와 똑같기 때문에 한결 편안하게 볼 수 있었던 책이다. 그림도 많고 편안한 대화형식이고-- 인도 사상을 이렇게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책이 있을까?

재미있는 것은 인도사상의 핵심으로 체념을 든다는 거였다. 유학자들이나 서양 종교인들이 불교를 어떻게 욕하던가? 소극적이다. 비관적이다. 현실을 포기하고 대항하지 않는다. 순종적이다. 그래서 요즘의 불교 책은 늘상 '우리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종교예요.'라고 시작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욕망을 떨궈내는 포기가 인도사상의 핵심이라고 한다. 그것이 진리를 바라볼수있게하는 인도의 '체념'이라 한다.

그러고 보니 문득 부처의 일화가 떠올랐다. 한 어머니가 외동아들이 죽어 슬피울며 호소했다. "제발 내 아들을 살려주세요." 부처는 담담하게 말한다. "아무도 죽지않은 집에서 쌀알을 받아 이 사발에 담아오게. 그럼 그대의  아들을 살릴 수 있을걸세." 그리고 그 어머니는 며칠이 지난 후에야 부처에게 돌아왔다. "부처님. 이제야 알겠습니다. 세상에 죽음의 슬픔을 겪지 않은 집은 없군요. 그리고 사람이란 죽어야하는 존재이고 그것은 당연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저는 슬픔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 여인이 겪었던 과정이 초기 불교가 말하는 깨달음의 과정임을 느끼게 된다. 그 과정은 인도인의 보편적인 체념의 과정이 새롭게 연마된 것임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 이 여인처럼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함에도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으로 점철된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니겠는가? 다양한 지식과 더불어 내 삶을 반추할 수 있어서 더 좋은 책-아름다운 파괴!

참고로 인도 좋아해서 인도 몇 번 다녀온 길벗의 추천에 의하면 라다 크리슈난의 <인도인의 인생관>과 이거룡선생의 <아름다운 파괴>가 인도사상의 좋은 인도자라고 한다. 얇으면서도 강한 책!--나도 그 친구가 남겨놓고 간 <인도인의 인생관>을 펼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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