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 - 박사와 루트 그리고 나의 이야기
오가와 요코.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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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낳게 한 수학자 후지와라 마사히코와 작가 오가와 요코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수학자들은 어떤 삶을 살며, 어떤 태도와 집념으로 수학의 세계를 일궈 온 수학자들의 이야기가 깊은 감동과 함께 담겨 있다.

수십년에 걸쳐 하나의 공식이나 정리에 매달려 변치 않는 진리를 찾아내는 수학자들의 삶은 그 자체로 고귀하다. 돈이나 지위를 바라지 않고, 오로지 감춰진 진리를 캐어내는 데 몰두하는 사람들. 이루지 못한 사랑일지라도 단 한사람을 향한 사랑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보는 방식이 아니라 창조적인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하여 마침내 그 세상을 관통하는 진리를 찾아내는 사람들을 어찌 귀히 여기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모든 것은 변하며 영원한 것은 오직 저 푸른 소나무라고 했던가? 내 기억 속 '진리'에 변치 않는 '실천'의 힘과 수백년이 지나서야 사람들에게 큰 빛으로 되기도 하는 수학을 함께 새겨야 겠다.

<아름다운 수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노벨상에는 왜 수학상이 없는지? 아름다운 정리와 추악한 정리는 무엇인지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중에도 인상적인 것은 삼각형은 어느 곳에서는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것이다. 설사 우주의 어떤 공간에서도. 언어도 어떤 문화로도 전 우주를 통틀어 소통되는 것은 없지만, 수학의 공식과 정리와 수학의 법칙은 전 우주에 걸쳐 단 하나의 진리만을 남긴다는 얘기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그렇게 보면 수학자들은 우주의 언어를 하나 하나 찾아가는 사람들이랄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상상력이 부족해서 수학자가 아니라 시인이 되었다는 시인의 고백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쉬운 것은 더 많은 수학 이야기가 있을텐데 <박사가 사랑한 수식> 속 이야기에 제한된다는 점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후지와라 마사히코의 책을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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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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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기 보다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어릴적 한번 쯤 해보았던 놀이를 만나 웃음이 나고 그 놀이가 예술로, 과학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확인하며 무릎을 두드렸다. 
’아하, 상상력의 힘에 과학과 지혜를 더하니 이런 창조물이 되는구나.’

읽으면서, 책 속에 소개된 다양한 상상력의 소산을 열살 아이와 함께 감상하고 거꾸로 들고 보고, 책의 지면에 눈높이를 맞추고 비스듬히 기울여 보기도 하고, 숨은그림도 찾아봤다. 

문장을 선형으로만 좇아 읽는 것이 아니라 씨줄 날줄로 결합된 텍스트를 읽는 재미가 쏠솔하다. 문장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해도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책이다.

21세기는 상상력 혁명의 때라는 필자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전해진다. 권 말미에 하는 말을 옮겨 본다. 

"창조적 인간이 되고 싶은가? 
그럼, 성숙의 지혜를 가지고 어린시절의 천진함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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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 Spark
린 휴어드.존 U 베이콘 지음, 홍대운.이창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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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rk 스파크>는 '퀴담'으로 유명한 서커스 공연단 '솔레 듀 레이크_태양의 서커스'의 성공 신화를 다룬 책이다. 솔레 듀 레이크 팀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잃어가는 서커스, 구 세대의 문화 콘텐츠로도 비춰지는 서커스를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빼어난 문화콘텐츠로 만들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전면적인 변화와 혁신에 돌입한다. 

블루오션을 찾아내고, 전략에 맞추어 지식점프를 이뤄내고, 과정에 집단 구성원 모두가 신화창조를 해내어 세계적인 서커스 예술단으로 성공하는 과정이 <스파크>에 담겼다. 
책을 읽으면서  '초국적 자본에 의탁한 1% 전략'이라는 점이 내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변화에는 진지하게 배울 것들이 더 많았다.

1. 서커스의 블루오션 _ 스토리가 있는 공연 서커스
태양의 서커스 팀이 생각해 낸 것은 서커스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된 서커스 공연이다. 아주 뛰어난 재주라고 하더라도 재주를 보는 것은 가슴에 큰 감동을 남기지 못한다. 내러티브가 필요한 것이다. 이들은 서커스라는 '기이한 재주'의 콘텐츠를 내러티브가 담긴 공연으로 이끌었다. 

2. 모든 과학과 기술이 감동을 향해 지식 점프 하다.
대규모의 공연단이다. 허나 이들 공연단에는 공연을 가능하게 하는 더 큰 부대가 있다. 소위 스태프들이다. 공연의 안전과 형상의 실연을 가능하게 만드는 와이어, 공연팀의 환상적 모습을 구현해 주는 의상팀, 소품팀이 그들이다. 책은 이들이 새로운 공연을 위해 필요한 '와이어'의 소재를 고르고, 현재에 없는 것은 개발하는 과정을 담는다. 반드시 이루어야 할 어떤 형상 그것을 위해 모든 스태프는 자신의 창조적 열정을 다 발휘하는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고, 과겅의 방식이 아니라 늘 새로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 근간에는 늘 창조적 열정이 있다. 가발의 소재, 가발을 부착하는 방법과 소재, 의상의 무게와 펄럭임을 감안한 소재 찾기 등 매 과정에 스태프들의 도전과 지식 점프는 쉬임 없이 진행된다.

<스파크>. 책에서 메세나, 돈 냄새, 마케팅  뭐 이런 것들을 느낄 때마다 감동 보다는 차갑고 냉정한 기운을 느낀다. 허나 그 연원이 어디서 비롯되었든지, 하나의 완성된 창작물을 향해 창조적 열정을 다 쏟아내는 모든 과정은 배우고 새기기에 조금도 부족함 없다. 아니 충분히 따라 배워야 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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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7 - 화적편 1 홍명희의 임꺽정 7
홍명희 지음 / 사계절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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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물이든 아름다움과 추함의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살아있는 인물은 '임꺽정'처럼 유혹과 명성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다운 약하고 강한면모를 읽어내고 그걸 생생하게 그릴 줄 아는 작가가 바로 홍명희님입니다.

임꺽정을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났던 장면이 <임꺽정 7- 화적편>에는 담겨있습니다. 
여성인 제 눈에는 더욱 보기 싫은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천하의 난봉꾼으로 등장하는 임꺽정을 그의 칠 두령들 대부분이 팔짱끼고 보는 꼴이란 참으로 뇌꼴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서림이란 인간은 누가 천하의 아첨꾼이 아니랄까봐 마누라를 넷씩이나 두고 다니는 임꺽정을 천하의 영웅호걸인양 추어세웁니다. 영웅호색이라나요.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은 임꺽정의 아들놈의 엇서기 입니다.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아들이 아버지 바람 피우는 현장인 한양에 득달같이 쫓아와서 내뱉는 첫 마디가 "아버지, 나도 장가 좀 들여 주소" 합니다.
아주 강단진 아들입니다. 대놓고 아버지의 호색질을 야단치는 장면이지요.

또 다른 장면은 은총이가 임꺽정의 턱수염을 그러쥐고 육탄 공격을 벌이는 장면입니다.
힘으로 당해낼 수는 없지만 끈질긴 오기로 싸움을 이깁니다.
임꺽정이 은총이의 무릎을 밀어버리면 기듯이 덤벼들고,  다시 임꺽정에게 밀려나면 또 달려드는 그 끈덕진 싸움. 백두산의 정기를 타고 나서 자신의 힘으로 사냥을 다녔던 용기가 그 지독한 봉건과 화적세계의 긴다 난다 하는 천하장사를 무릎꿇게 합니다. 

<임꺽정 7>권의 인상적인 인물은 한온이지요. 마치 요즘 (소위)조폭들이 자신의 합법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벌이는 사업들을 보는 듯 합니다. 가장 현대적인 인물이며, 가장 세상사에 편승할 줄 아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실속을 차리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그도 자기 속에 좋지 않은 꼴은 절대 보지 않으려는 나름의 '대'가 있어 꺽정이 패의 두령 행색은 갖췄습니다.

<임꺽정 7>은 전체 인물들이 구질구질하게 나오는 중에, 홍길동 같은 신화적 인물이 아니라 사람다운 인물들이 세상에 도전장을 내고 호령을 한다는 것을 잘 드러내 준 권입니다.

그 세밀한 인간의 행동과 감정들을 생생하게 그려낸 홍명희 작가에도 또 다시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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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6 - 의형제편 3 홍명희의 임꺽정 6
홍명희 지음 / 사계절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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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개인적인 불만과 분노를 터뜨리는 것 만으로는 속시원한 맛은 덜하다. 지금껏 삶의 고비를 우여곡절 겪으며, 세상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다 겪어 온 임꺽정의 형제들이 바야흐로 세상을 향해 불온한 행보를 시작한다.

서림이의 등장은 확연하게 긴장을 더해간다. 서림이 모사꾼이고 책략가로 탑고개에 임꺽정이 패들이 한 단계 뛰어넘는 도적질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리와 뒤를 보고 재지 않는 행동파들에게 득실을 따지고, 명분을 따져묻는 고민 거리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서림의 뒤는 이미 예상이 되고 남는 일이니, 그의 등장과 관일 보면서 뒤로 횡령하는 일이 처음부터 이쁜 구석은 없다. 매사에 자기 전정을 살피고 더듬느라 사람을 믿지도, 사람에게 무람없이 자기 의탁도 못하는 서림의 모습은 머리와 정보만 빼꼼한 현대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욕심과 담력만은 남부럽지 않아, 일을 벌이는 스케일이 큰 것은 확실히 임꺽정의 장쾌함을 더해준다. 안성 옥에 든 길막봉을 구하려고 파옥하는 장면은 글로 읽어 나가도 장관이다. 탑고개 꺽정이 패와 달골 곽능생 패의 연합 작전, 마을과 관청, 옥 사이에서 벌어지는 게릴라식의 싸움도 오진 맛이 있다.

다만, 여전히 이해 안 되는 것은 곽오주의 캐릭터이다. 작가는 왜 하필 곽오주같이 아이 울음에 정신을 잃고 아이를 죽이는 모지락스런 인물을 탄생시켰을까? 아이 죽이는 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 해석해보려고 해도 잘 안된다.
눞 앞의 미래까지 짓 부수는 좌절의 구렁텅이를 말하려 한 것일까? 최소한의 인간미 마저 파괴해 버리는 조선의 부패를 말하려 했을까? 기구한 사연으로 아이 울음에 과민하게 된 오주를 초반에 볼 때는 연민이라도 일었지만, 초지일관 무지막지하게 구는 그를 보려니 곁에서 감싸려는 두령들을 보는 것도 답답증이 일 지경이다. 해석이 어려운 인물이다.

백정 출신으로 나서 백정 생불로 살다 간 스승 갓바치의 신선같은 삶의 마감과 진정 모든 것을 내 건 형제 결의에서 읽혀지는 단순 명쾌한 삶의 기준, 사람의 기준, 결속의 기준은 역시 감동이다.

세상이 둘로 쪼개진 듯 움치고 뛸 수 있는 구석 하나 없이 완벽한 신분 사회서 사람이 되는 방법은 목숨을 내걸고 세상에 맞서는 것 밖에 없다는 그 단순한 원리가 무수한 등장 인물들이 웅변한다. 
작가가 꼼꼼하고 세세하게 그린 말과 행동으로 살아 움직이고 스러지는 사람들을 넘겨갈 때 마다 역사의 능선을 오르내리는 가쁜 호흡을 느낀다. 덩달아 가빠진 숨을 늦추고 싶지 않게 만드는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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