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6 - 의형제편 3 홍명희의 임꺽정 6
홍명희 지음 / 사계절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개인적인 불만과 분노를 터뜨리는 것 만으로는 속시원한 맛은 덜하다. 지금껏 삶의 고비를 우여곡절 겪으며, 세상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다 겪어 온 임꺽정의 형제들이 바야흐로 세상을 향해 불온한 행보를 시작한다.

서림이의 등장은 확연하게 긴장을 더해간다. 서림이 모사꾼이고 책략가로 탑고개에 임꺽정이 패들이 한 단계 뛰어넘는 도적질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리와 뒤를 보고 재지 않는 행동파들에게 득실을 따지고, 명분을 따져묻는 고민 거리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서림의 뒤는 이미 예상이 되고 남는 일이니, 그의 등장과 관일 보면서 뒤로 횡령하는 일이 처음부터 이쁜 구석은 없다. 매사에 자기 전정을 살피고 더듬느라 사람을 믿지도, 사람에게 무람없이 자기 의탁도 못하는 서림의 모습은 머리와 정보만 빼꼼한 현대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욕심과 담력만은 남부럽지 않아, 일을 벌이는 스케일이 큰 것은 확실히 임꺽정의 장쾌함을 더해준다. 안성 옥에 든 길막봉을 구하려고 파옥하는 장면은 글로 읽어 나가도 장관이다. 탑고개 꺽정이 패와 달골 곽능생 패의 연합 작전, 마을과 관청, 옥 사이에서 벌어지는 게릴라식의 싸움도 오진 맛이 있다.

다만, 여전히 이해 안 되는 것은 곽오주의 캐릭터이다. 작가는 왜 하필 곽오주같이 아이 울음에 정신을 잃고 아이를 죽이는 모지락스런 인물을 탄생시켰을까? 아이 죽이는 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 해석해보려고 해도 잘 안된다.
눞 앞의 미래까지 짓 부수는 좌절의 구렁텅이를 말하려 한 것일까? 최소한의 인간미 마저 파괴해 버리는 조선의 부패를 말하려 했을까? 기구한 사연으로 아이 울음에 과민하게 된 오주를 초반에 볼 때는 연민이라도 일었지만, 초지일관 무지막지하게 구는 그를 보려니 곁에서 감싸려는 두령들을 보는 것도 답답증이 일 지경이다. 해석이 어려운 인물이다.

백정 출신으로 나서 백정 생불로 살다 간 스승 갓바치의 신선같은 삶의 마감과 진정 모든 것을 내 건 형제 결의에서 읽혀지는 단순 명쾌한 삶의 기준, 사람의 기준, 결속의 기준은 역시 감동이다.

세상이 둘로 쪼개진 듯 움치고 뛸 수 있는 구석 하나 없이 완벽한 신분 사회서 사람이 되는 방법은 목숨을 내걸고 세상에 맞서는 것 밖에 없다는 그 단순한 원리가 무수한 등장 인물들이 웅변한다. 
작가가 꼼꼼하고 세세하게 그린 말과 행동으로 살아 움직이고 스러지는 사람들을 넘겨갈 때 마다 역사의 능선을 오르내리는 가쁜 호흡을 느낀다. 덩달아 가빠진 숨을 늦추고 싶지 않게 만드는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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