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7 - 화적편 1 홍명희의 임꺽정 7
홍명희 지음 / 사계절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인물이든 아름다움과 추함의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살아있는 인물은 '임꺽정'처럼 유혹과 명성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다운 약하고 강한면모를 읽어내고 그걸 생생하게 그릴 줄 아는 작가가 바로 홍명희님입니다.

임꺽정을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났던 장면이 <임꺽정 7- 화적편>에는 담겨있습니다. 
여성인 제 눈에는 더욱 보기 싫은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천하의 난봉꾼으로 등장하는 임꺽정을 그의 칠 두령들 대부분이 팔짱끼고 보는 꼴이란 참으로 뇌꼴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서림이란 인간은 누가 천하의 아첨꾼이 아니랄까봐 마누라를 넷씩이나 두고 다니는 임꺽정을 천하의 영웅호걸인양 추어세웁니다. 영웅호색이라나요.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은 임꺽정의 아들놈의 엇서기 입니다.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아들이 아버지 바람 피우는 현장인 한양에 득달같이 쫓아와서 내뱉는 첫 마디가 "아버지, 나도 장가 좀 들여 주소" 합니다.
아주 강단진 아들입니다. 대놓고 아버지의 호색질을 야단치는 장면이지요.

또 다른 장면은 은총이가 임꺽정의 턱수염을 그러쥐고 육탄 공격을 벌이는 장면입니다.
힘으로 당해낼 수는 없지만 끈질긴 오기로 싸움을 이깁니다.
임꺽정이 은총이의 무릎을 밀어버리면 기듯이 덤벼들고,  다시 임꺽정에게 밀려나면 또 달려드는 그 끈덕진 싸움. 백두산의 정기를 타고 나서 자신의 힘으로 사냥을 다녔던 용기가 그 지독한 봉건과 화적세계의 긴다 난다 하는 천하장사를 무릎꿇게 합니다. 

<임꺽정 7>권의 인상적인 인물은 한온이지요. 마치 요즘 (소위)조폭들이 자신의 합법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벌이는 사업들을 보는 듯 합니다. 가장 현대적인 인물이며, 가장 세상사에 편승할 줄 아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실속을 차리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그도 자기 속에 좋지 않은 꼴은 절대 보지 않으려는 나름의 '대'가 있어 꺽정이 패의 두령 행색은 갖췄습니다.

<임꺽정 7>은 전체 인물들이 구질구질하게 나오는 중에, 홍길동 같은 신화적 인물이 아니라 사람다운 인물들이 세상에 도전장을 내고 호령을 한다는 것을 잘 드러내 준 권입니다.

그 세밀한 인간의 행동과 감정들을 생생하게 그려낸 홍명희 작가에도 또 다시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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