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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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힘!! 완득이
하느님 앞에서도 살의를 숨기지 않는 투명한 영혼... 

이 책은 두고두고 보고싶은 책이 될 게다. 
상상력과 창조력 돋보이지만, 그 재간이 빛이나서가 아니라 
그 삶의 구체적 묘사와 진심이 눈 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 우린 어쩌면 그렇게 살고 있다. 삶이, 환경이 어깨를 짓눌러도 
오늘 내 가족, 내 이웃, 나를 보아주는 누군가를 보면서, 
힘을 내고, 마음을 다진다. 

순수는 바보고, 어리석다고? 
진심은 손해고 우매하다고?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산다. 

바보처럼 우매하게 
사람 냄새가 돈 냄새 보다 좋고 
통일이 전쟁보다 좋고 
솔직한 게 감추기나 사기보다 발을 더 편케 뻗게 하고,
아이들 얼굴 보면서 부끄러워 고개 숙이지 않고 
마주보면서 웃음 나눌 수 있으니...

완득이, 똥주, 완득이 아버지, 남민구(난닝구), 정윤하...
그렇게 서로 등 기대고 어깨 두드리며 
씩씩하게 아침 통근 지옥철에 오르는 사람들 
강부자보다 오서영보다, 명계남보다, 
많고 많고 많으니

그 마음들 조각보처럼 엮고, 이어서 
희망 바이러스 천지사방에 넘쳐나게 할테니...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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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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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망설였다. 

숱한 전쟁을 벌여 온 당사국인 미국 안에서 쓰여진 책이고, 뉴욕타임즈 논픽션 베스트셀러니, 스타벅스 선정 도서니 하는 딱지가 표지에 붙어 있어서 읽고 나서 뭔가 찜찜한 느낌이 남는 건 아닌지 걱정해서다. 책꽂이에서 꺼내 표지와 목차를 훑고 다시 꽂아놓곤 하던 책을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내전을 겪은 청년(당시는 소년)이 직접 쓴 책이지만 감정은 상당히 덜어내었고, 전쟁을 다룬 여느 픽션과 비교한다면 세밀한 묘사는 없는 그야말로 논픽션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스마엘의 천진한 발길이 전쟁과 살육에 휩쓸린 그 때부터 책은 심장이 요동치고, 머리가 흔들리는 고통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사실 서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의 내전에 대해서는 가끔 기사나 다큐로 대하면서도 막연한 현상만 볼 수밖에없고 그 원인을 제대로 읽을 수 없어 판단 밖으로 미루어뒀었다. 원인 없는 전쟁이 있을리 없는데 경과나 참혹함만 다루는 매체들을 보면 왜곡된 이해를 하게 될 것 같아 거리를 두기도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을 보면서 책의 처음부터 끝장까지 진동하는 피비린내를 맡으면서 소름끼치는 현장에 버려진 이스마엘과 같은 숱한 아이들을 어쩌랴 하는 생각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래,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천혜의 자원이 침략과 약탈 내전의 원인이 되었다는 '시에라리온' . 극심한 양극화가 벌어지고,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힘은 아직 보이지 않는 곳. 

너무 앙상해서 어떤 판단도 내리기 힘들지만, 분명한 건 그 어느 곳이라도 이스마엘같은 아이들을 파괴하는 어른들의 못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 어른들은 탐욕이나 자신, 혹은 자국, 자기 정권의 이해를 앞세울 것이 아니라 현명한 지혜를 모아 전쟁의 그늘을 거두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이스마엘의 고통 앞에서는 참 힘없는 얘기다. 

하지만 계속 고민해야 할 어른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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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5년의 전망,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 진보의 시선으로 내다본 이명박 정권 5년의 세계와 한국사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엮음 / 시대의창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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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뭔가 복잡한 듯 한데 한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정연하게 이해되지 않을 때는 세상을 타자화 시켜놓고 좀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시작 전에 나온 책이다. 하지만, 현재를 이해하는데에도 부족함이 전혀 없는 책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들과 실천하는 회원들의 고민이 담긴터라 더욱 풍부하게 다가온다.

개별의제를 깊이있게 다루면서도 종합적인 안목을 주고, 광의의 세상을 보면서도 미시적인 대안을 꼼꼼히 짚어낸다. 하나의 의제에도 통계, 사례, 이론을 곁들여 풍부하면서도 깊이 있게 현실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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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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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읽은 책을 가로쓰기로 다시 보니 역시 소화가 잘 된다.

인물을 책 속에서 살려낸다는 것은 작가의 집요한 관찰과 인간 심리에 대한 탐구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독자에게 이미지만을 남긴다 해도 작가는 뭉뚝한 펜을 갈고 갈아야만 한다. 그런데 발자크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자신의 수십편의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살려낸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인물들의 개성이나 옷매무새, 표정과 습관은 물론이고 그의 머리에서 나는 머릿내나 체취가 맡아지고 발소리와 숨소리가 들린다. 
'고리오 영감'을 읽으면서, 발자크의 뛰어난 성격, 심리묘사에 다시 한번 감탄을 했다. 생활과 환경의 세부 그림 또한 생생하게 그려내어, 소설 속 인물들이 마차에 오르면 나도 같이 오른 것 같고, 술을 마시고 걸으면 내게도 취기가 전해지는 듯 했다.

21세기의 감각으로 19세기의 작품을 보는 것이니, 감동이나 공감이 저릿저릿 느껴지긴 어렵다. 어쩌면 그 시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거부감이 생기는 부분도 곳곳에 있다.
그럼에도, 두 세기를 넘어서도 빛을 드러내는 '고리오 영감'은 19세기를 여행하는 뛰어난 안내자이다.  

시간과 역사를 거슬러 낯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선택해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민음사에서 낸 <고리오 영감>의 부록에는 발자크와 그의 작품세계를 충실히 안내하고 있어 풍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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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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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를 경쾌하게 읽은 뒤로 오쿠다 히데오를 또 읽어야지 맘만 먹고 있다가 읽었다. 초반은 그냥 그랬다. 그런데 손에서는 떨어지지 않아서 끝까지 읽어버렸다. 그냥 일상을 늘어놓은 듯 했지만 묘한 속도감이 그렇게 만들었다. 읽으면서는 몰랐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하시오를 따라 내 20대를 여행해 온 나른한 여독을 느꼈다. 

요한 호이징아의 ’호모루덴스’마냥 우린 진심은 헐렁한 바지 속에 살포시 감추고 진지함도 살짝 거친 남방 안에만 받쳐입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지단 속에서  혹은 받쳐입은 티셔츠를 비집고 불꽃을 터뜨려 올리는 건 아닐까. 

속으로 고였다 터져나오는 불꽃을 에너지 삼아 앞으로 걸어나가고, 살아가다가 그 불꽃이 희미해지면, 내 속을 들여다보면서 지나온 실패를 격려하고 불안하게 물결치는 의지를 토닥여주면서 또 나아가는 건 아닐까. 

왠지 하시오의 20대와 나의 40대가 달리 비쳐보이진 않는다. 누군가 철없다 말할지 모르지만, 내일 입고갈 아들의 쳬육복 빨래를 걱정하며 돌아오는 길에도 난 내 안에서 흔들리다가 불쑥 치밀어 오르는 꿈을 만난다. 그걸 삼킬지 토할지, 아니면 다시 시작할지는 40이 넘어서도 결말을 내지 않는다. 

어쩌면, 하시오의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지나온 시대가 숨돌릴 짬을 주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조금씩 흔들리며 걷다보니 통과해 온 시대가 뜬금없이 등 뒤에서 어깨를 걸고 응원가를 불러제끼며 잠시 아래로 내려앉았던 꿈에 펌프질을 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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