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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망설였다.
숱한 전쟁을 벌여 온 당사국인 미국 안에서 쓰여진 책이고, 뉴욕타임즈 논픽션 베스트셀러니, 스타벅스 선정 도서니 하는 딱지가 표지에 붙어 있어서 읽고 나서 뭔가 찜찜한 느낌이 남는 건 아닌지 걱정해서다. 책꽂이에서 꺼내 표지와 목차를 훑고 다시 꽂아놓곤 하던 책을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내전을 겪은 청년(당시는 소년)이 직접 쓴 책이지만 감정은 상당히 덜어내었고, 전쟁을 다룬 여느 픽션과 비교한다면 세밀한 묘사는 없는 그야말로 논픽션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스마엘의 천진한 발길이 전쟁과 살육에 휩쓸린 그 때부터 책은 심장이 요동치고, 머리가 흔들리는 고통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사실 서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의 내전에 대해서는 가끔 기사나 다큐로 대하면서도 막연한 현상만 볼 수밖에없고 그 원인을 제대로 읽을 수 없어 판단 밖으로 미루어뒀었다. 원인 없는 전쟁이 있을리 없는데 경과나 참혹함만 다루는 매체들을 보면 왜곡된 이해를 하게 될 것 같아 거리를 두기도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을 보면서 책의 처음부터 끝장까지 진동하는 피비린내를 맡으면서 소름끼치는 현장에 버려진 이스마엘과 같은 숱한 아이들을 어쩌랴 하는 생각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래,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천혜의 자원이 침략과 약탈 내전의 원인이 되었다는 '시에라리온' . 극심한 양극화가 벌어지고,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힘은 아직 보이지 않는 곳.
너무 앙상해서 어떤 판단도 내리기 힘들지만, 분명한 건 그 어느 곳이라도 이스마엘같은 아이들을 파괴하는 어른들의 못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 어른들은 탐욕이나 자신, 혹은 자국, 자기 정권의 이해를 앞세울 것이 아니라 현명한 지혜를 모아 전쟁의 그늘을 거두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이스마엘의 고통 앞에서는 참 힘없는 얘기다.
하지만 계속 고민해야 할 어른의 일이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