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고양이도 춤추는 정열의 나라, 쿠바 - 초이와 돌다리의 '색깔 있는' 여행 02
최미선 지음, 신석교 사진 / 안그라픽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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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인 부부 꽁무니를 따라서 쿠바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이 안에서 쿠바를 보는 책이라면 <개도 고양이도 춤추는 정열의 나라 쿠바>는 밖에서 쿠바를 보게 하는, 여행자의 눈으로 보는 쿠바이다.

책의 구성 역시, 저자들이 돌아보는 쿠바의 행선지를 따라 간다. 말레콘 해변이 있는 아바나에서 시작되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비날레스, 조용한 마을 트리니나드, 체게바라의 산타클라라.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동경과 거기서 비롯된 과잉의 감성을 따라서 걷는 책 속 여행이지만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

다소 오리엔탈리즘적인 환상도 담겼으며, 가난한 이웃에 대한 연민, 문화 정서적 차이에 대한 작은 이질감과 불편함도 가리지 않는 책이다. 그러나 가보지 못했으므로 그대로 공감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 책의 강점은 풍광과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 그 모든 것들에 담긴 아름다움은 고스란히 전한다는 점이다. 서툰 분석이나 이해관계를 내밀지 않는 그저 여행자의 눈으로 쿠바를 보는 책이다. 저자를 따라 쿠바를 돌며 춤을 추는 청년, 민박집 주인, 야구를 좋아하는 아저씨와 아이들, 사진 모델이 되려 광장을 배회하는 사람들과, 얼굴 가득 피어싱을 한 청년과, 낙타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과, 야외수업 나온 귀여운 아이들과, 그림과 책을 파는 거리의 상인들과, 커피를 팔지 않는 노천 카페에서 여행객을 위해 진하고 양이 적은 커피를 내놓는 주인의 웃음을 만나고 지나오면 그뿐이다.

그렇게 책을 보고 나니, 쿠바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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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유재현 지음 / 강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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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사람들 거리에 쏟아져 나와 살사를 춤추면서도 피델과 게바라를 품고 있는 사람들의 나라입니다.

그 나라엔 모든 국민들이 예술인이어서, 리듬과 선율을 정열적으로 부르네요. 그 국민들 품은 색은 하늘, 땅, 밭, 산, 바다가 온통 원색이어서, 아바나 한 복판을 들어가도, 원색 그득한 그림 전시관이네요.

1960년대 초반 미국이 소련 미사일 기지를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세계를 동원해서 봉쇄를 했다지요. 하지만, 건재하던 사회주의 나라들이, 원료와 연료를 공급해줘서, 사람들 주리지 않고, 생산하며 살았다네요.

1990년대 국가사회주의 나라들이 차례대로 무너지자, 쿠바를 향하던 에너지와 연료와 원료는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했답니다. 그 때, 슬기로운 쿠바 국민들과 국민의 대통령 피델이 선언을 했답니다.
모든 땅을 경작지로, 트랙터는 소로 대신하고, 비료나 농약없이 농업을 부흥시키자는 결정을 했답니다. 생명 공학을 연구하고, 농업을 연구하는 나라의 학자들과 연구자들의 성과를 모으고, 쿠바 농업을 지켜온 농민들의 경험과 지혜를 모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어떤 나라도 하지 않는 쿠바만의 선택으로 쿠바식의 유기농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들은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유기농법으로 농업을 살려냈고 성장시켜냈습니다. 식량이 무기가 되고, 안전한 먹거리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금 쿠바는 좋은 먹거리를 자급하는 나라가 되었답니다.
농업은 어려워진 산업경제를 대신한 또 하나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도시농업의 성공이 말해주는 성과입니다. 유기농업의 열쇠는 빠른 시간안에 생산물이 유통되는 것이어서 같은 지역 안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시스템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유기농을 선택함으로서 연쇄적으로 얻게된 성과입니다. 근거리 지역농업을 위한 선택으로 시작된 도시농업은 많은 노동가능인구를 포괄했고, 생산성을  보완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는 초록으로 물들었고, 대기는 청정해졌으며, 먹거리는 건강해졌습니다. 가장 부러운 대목입니다.

식량이 부족해 배가 고플수록
분배에 더욱 세심해져야 한다.
오늘,
얼마 전에 들어온 취사병이
모든 대원들의 접시에
삶은 고깃덩어리 두 점과
말랑가 감자 세 개씩을 담아주었다.
그런데,
내 접시에는 고맙게도
하나씩을 더 얹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즉시
취사병에게 접시를 던지며 호통쳤다.
이 아부꾼아.
지금 여기서 당장 나가!
...
그는, 단 한 사람의 호감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평등을 모독했다.
- 체 게바라, '대장의 접시' 부분 -

먹거리에 관한 게바라식의 철학이 현재의 쿠바를 이루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듭니다. 기초단위협동조합으로 구체화되어 쿠바농업을 지켜가나는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게 됩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지요.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봉쇄를 앞두고 쿠바 시가 때문에 머뭇거렸다는 얘기였지요. 시가 만큼은 봉쇄에서 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나 봐요. 미국의 다른 시가업자들 때문에 결국 봉쇄에서 제외하지 못했다지만, 케네디는 암살될 당시에도 쿠바시가를 무려 2천개나 남겼다고 합니다. 쿠바가 봉쇄된 때이지만요. 하나 하나 손으로 말아서 만드는 어찌보면 후진의 생산방식으로 만드는 쿠바시가가 세계 최고라는 것도 또 다른 역설을 던집니다.

얼마전 방송에서 '맨발의 의사들'이란 다큐로 쿠바의 의사들이 많이 유명해졌지요. 베네주엘라의 오일머니의 쿠바의 의료진과 의료기술이 같이 하는 '기적의 프로젝트' 말입니다. 눈이 먼 사람들에게 시력을 찾아주는 수술은 한 해에만 10만 명이 넘는 남미인들에게 광명 세상을 열어준답니다. 쿠바 고유의 민간 치료요법과 약물요법을 현대의학이 새롭게 해석하고 계승한 까닭에 미국 의학계는 인정하지 않지만 다양한 임상을 통해서 확인된 바로는 쿠바의 의술은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쿠바의 교육정책에 따라 무료로 공부한 의사들은 사회를 위해 성의껏 진료에 나서며 예방의학의 눈으로 담당하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돌보고 있다니 이 또한 부러운 대목입니다. 무료교육과 평생교육 체계가 결합된 교육제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낡은 건물과 낡은 외제차, 가난한 살림을 사는 쿠바의 모습도 물론 있지요. 궁색한 살림살이는 사람들의 생활을 타고 흐르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쿠바가 사랑하는 호세 마르티의 시이며 노래인 '관타나메라'에 나오는 농사짓는 여인처럼 살아가는 쿠바인들에게 혁명은 여전히 계속되는 진행형이라는 것을 떠올립니다.

나는 야자나무 고장에서 자라난 순박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네
내가 죽기 전에 내 영혼의 시를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어.
내 시 구절들은 연둣빛이지만,
늘 정열에 활활 타고 있는 진홍색이라네.
나의 시는
상처를 입고 산에서 은신처를 찾는 새끼사슴과 같아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나는 시를 뿌리고 싶네.
바다보다 산속의 시냇물과 함께하겠네.
- 호세 마르티의 시 이며 세계음악이 된 민요 '관타나메라'의 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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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
루 매리노프 지음, 이종인 옮김 / 해냄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안타깝게 품절된 책이라 중고서적에서 구해 읽었다.
’자기자신에게 명령할 수 없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철학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는 철학카운슬링 운동에 바탕을 둔 책이다. 철학카운슬링 운동은 1980년대에 독일의 철학자 게르트 아헨바흐가 시작한 철학 카운슬링은 지혜와 실천을 하나로 묶어 사람들이 스스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려는 운동이며, 또한 철학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쓰였던 그 고전적 뿌리로 철학을 되돌리려는 운동이다.

심리치료나 자기 이해, 관계 문제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의 두께나 책의 전반부의 철학사를 주루르 열거해놓은 것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면, 저자가 책을 쓴 의도를 밝힌 앞부분만 읽고 훌쩍 뛰어넘어서 사례가 시작되는 곳에서 읽기 시작해도 좋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발 딛고 선 곳(사회, 역사, 시대, 환경, 입장)을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 ’자, 난 지금부터 세상을 볼테야.’ 하고 맘 먹고 세상을 보려 하지 않아도, 내가 발 디딘 그 곳에서 선 자신에게 세상은 다가온다. 온갖가지 감각의 매개를 통해서.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세상이 감각이란 기재를 통해 뇌로 전달한 것을 해석하는 과정에 반드시 ’주관’이 개입하게 마련이고, 그 주관은 감각된 세상을 마음대로 증폭시키거나 축소하거나 때로는 왜곡해서 ’자아’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전달된 세상은 다시 세상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정보가 되어 감각된 세상에 반응하는 과정 전체에 작용을 한다. 자신에게 들어온 모든 정보는 감정을 구성하며 그 감정의 움직임은 다시 사람과 세상을 향한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세상이 감각되어 뇌로 전달되는 과정과 뇌에서 분석하는 과정, 다시 세상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오차나 과장,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늘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심리학에서는 ’세상 --> 뇌 --> 감정’으로 연결되는 과정에만 몰두하며, 그 속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데 집중한다. 세상에서 개인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다. 허나, 세상 조차도 수 많은 세상과 관련을 맺고 있다. 세상 가운데 사람만 놓고 보아도 얼마나 다양한 역사와 개성, 도덕 및 윤리관, 문화, 언어, 습관들 속에서 살고 있는가? 또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은 누군가와 서로 다른 위치와 시간을 두고 포진해 있는가? 결국, 감각되어지는 것은 세상과 만나는 앙상한 신호일 뿐 세상 그 자체는 아닐 때가 많은 것이다.
결국, 세상이 개인에게 보내온 신호가 일으킨 심리적 파장과 그 파장으로 인한 상처에만 집중하는 것은 추운 날씨에 견디기 어려워 하는 화초를 잠시 찬바람을 피해 온실로 옮겨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식의 임시처방에 불과할 때가 많은 것이다. 

<철학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는 심리학의 한계를 넘어서, 세상을 해석하는 눈을 보정하여 세상을 해석하고 세상에 반응할 근력을 보강해주는 소위 '철학 카운슬링'에 관한 책이다. 너무 엄격하게 이야기하는 책은 아닐까 하는 오해는 하지 않아도 좋다. 저자인 루 매리노프가 상담하며 겪은 사례를 풍부하게 싣고 있으며 친절한 상담내용을 담고 있어 엄격하다기 보다 공정한 가운데 푸근한 느낌을 받는 책이다.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눈을 보정해 주어 불펼요한 두려움 없이 세상에 나서도록 힘과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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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 서울.수도권, 한나절 걷기 좋은 길 52 주말이 기다려지는 여행
박미경.김영록 지음 / 터치아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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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나왔던 책이 수도권과 전국편 이렇게 두권으로 갈라 다시 나왔다. 인터넷도 있고, 지자체별로 관광 안내도 충실한데 굳이 이런 여행 안내서가 필요하랴 싶어 망설이다가 산 책인데, 아주 요긴하고 적절하다. 무엇보다 걸으면서도 꺼내볼 수 있어 좋다. 길도 걷기도 오프라인에 있으니 말이다.

코스별 안내도 상세하고 시간 안내도 나와 있어 짬 시간, 혹은 주말 반나절 계획한 만큼만 시간을 내어도  여유롭게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책이 안내하는데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길과, 서울 역사박물관을 들러 정동길을 따라 걸어보았다. 후배들과도 가보고 동료들과도 가보아서 세번은 넘게 가보았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감정과 생각이 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소동파가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사랑하게 된다.' 말한데로, 지나던 길 위에서 책의 안내 덕에 역사도 사람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서대문 형무소는 아직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역사 그대로 남쪽의 역사에 조명 맞추고 있지만, 식민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던 분들의 삶 만큼은 잘 담고 있다. 지하고문실은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당시의  고통에 비견할 수 없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당시의 치욕과 분개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역사적 사건들도 전시관 곳곳에서 영상과 미니어처들로 재현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돌아보기에도 좋다. 일제시대 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고난을 겪은 많은 분들이 거쳐간 곳이라, 그분들의 삶을 읽고나서 서대문 형무소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형집행장과 시구문, 그리고 집행장 옆에 선 통곡의 나무에 손을 대고 잠시 지난 역사의 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암장>을 읽고 처음 서대문형무소를 찾았을 때, 억울하게 처형당한 그분들생각에 한동안 마음이 어지럽기도 했고, 시구문을 돌아볼 때는 의로운 사람들을 잡아다 처형하고는 항일의 불씨가 될까 두려워 땅 속으로 길을 내던 일제의 황망한 몸짓을 보는 듯 하여 화가 일기도 하고, 당시 민중들의 의기가 느껴져 자긍이 일기도 한다. 

서울 역사박물관을 들러서 정동길을 따라 걸으면서, 아관파천 당시의 러시아 공사관과 중명전을 돌아보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나오는 길을 세 간 정도 소요되는 즐겨찾는 길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아이들의 참관수업 코스같지만 어른에게도 많은 걸 가르치고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가능하다면 도슨트의 안내를 받아 돌아보는 것이 좋다. 서울 역사박물관을 나와서는 뒷길로 돌아서 경희궁을 돌아보고 길을 건너 정동길을 따라 시청쪽으로 내려온다. 어제 다시 다니러 갔는데, 중명전도, 러시아 공관도 모두 공사중이어서, 그림과 안내판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공사는 2009년 12월에 마무리 된다고 하니 그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겠으나 공사중인 그 상태로도 전하는 게 있으니 가 보아도 좋을 듯 하다. 
우리 역사의 치욕의 장소인 중명전은 해방 이후에도 개인의 소유로 넘어가서 주인을 바꾸어 오다가 2007년에야 문화재청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늑약이 남긴 치명적인 교훈을 허술하게 다뤄온 것 같아 속이 쓰고, 한편 아직도 그 역사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러시아 공사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대사관저가 있고, 외교관 건물이 많은 정동골목은 여전히 계속되는 역사를 단면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밖에 한강을 따라 조성된 공원들과 삼청동길, 남산길... 반 이상은 알고 있다 여기는 길들에 대한 안내도 많은 도움이 된다. 동료들과 반나절 나들이로 가볼만한 곳들을 잘 소개하고 있다. 여행을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부드러워질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이다. 하지만 맘 먹고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벼르고 벼러서 하는 여행말고 반나절이나 서너시간 내어 걷는 여행에 나서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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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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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을 점검하게 해준 책 - 십시일반 

어릴적 할머니 안경을 호기심에 써보았을 때 세상이 훤하게 잘 보여서 할머니 돋보기 안경을 끼고 시골 마당을 휘휘 돌아다녔다. 얼마 후 눈이 찌를 듯 아파서 안과에 갔다. 내 눈은 어린 아이에게는 정말 드문 경우랬다. 1000명에 한명 있을까 말까 한 어린이 원시란다. 안경을 맞춰서 썼다. 그 때 난 내가 아주 특별한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조금은 우쭐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안경을 끼고 학교에 갔을 때 난 아이들의 놀림에 시달려야 했고 놀림이 싫어서 안경을 벗었다. 부끄러웠다. 한참 지나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고서 안경 없이 버틸 재간이 없어 다시 안과에 갔을 때, "어릴 때부터 꾸준히 안경을 꼈더라면 이렇게 나빠지진 않았을텐데요." 소릴 듣고 잠시 후회를 했지만 상처는 받지 않았다. 

내 경우는 아주 소소한 일이다. 하지만, 그림자는 남긴다. 난 약시와 난시와 근시와 원시를 모두 가진 불편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해본다. 만일 다르다는 것으로 생존을 좌우하는 상황에 부딪혀야 하는 많은 사람들을. 그리고, 신자유주의 사회 안에서 이중의 억압 속에 사는 소수자들을.





<십시일반>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만화책이다. 나온 걸 알고 바로 사고싶었지만 망설이다 최근에 샀다.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장의 그림에 꽉 차게 불평등의 구조와 고통이 담겨 있는 그림들. 보고 있지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내 양심의 저편 구석을 찾아 찌르기도 한다. 곁에 두고 보고 또 보아도 내 인식과 감성이 모나지 않도록 잘 도와줄 책이다.  

알고 있는 것과 공감과 일상에서 오래된 습관이나 인식의 틈새에 끼어있는 작은 편견까지를 낱낱히 제거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다. 우리 사는 사회가 모든 불평등에서 자유로와지기 전에는 내 인식과 감성을 그때그때 점검해볼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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