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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
루 매리노프 지음, 이종인 옮김 / 해냄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안타깝게 품절된 책이라 중고서적에서 구해 읽었다.
’자기자신에게 명령할 수 없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철학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는 철학카운슬링 운동에 바탕을 둔 책이다. 철학카운슬링 운동은 1980년대에 독일의 철학자 게르트 아헨바흐가 시작한 철학 카운슬링은 지혜와 실천을 하나로 묶어 사람들이 스스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려는 운동이며, 또한 철학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쓰였던 그 고전적 뿌리로 철학을 되돌리려는 운동이다.
심리치료나 자기 이해, 관계 문제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의 두께나 책의 전반부의 철학사를 주루르 열거해놓은 것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면, 저자가 책을 쓴 의도를 밝힌 앞부분만 읽고 훌쩍 뛰어넘어서 사례가 시작되는 곳에서 읽기 시작해도 좋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발 딛고 선 곳(사회, 역사, 시대, 환경, 입장)을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 ’자, 난 지금부터 세상을 볼테야.’ 하고 맘 먹고 세상을 보려 하지 않아도, 내가 발 디딘 그 곳에서 선 자신에게 세상은 다가온다. 온갖가지 감각의 매개를 통해서.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세상이 감각이란 기재를 통해 뇌로 전달한 것을 해석하는 과정에 반드시 ’주관’이 개입하게 마련이고, 그 주관은 감각된 세상을 마음대로 증폭시키거나 축소하거나 때로는 왜곡해서 ’자아’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전달된 세상은 다시 세상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정보가 되어 감각된 세상에 반응하는 과정 전체에 작용을 한다. 자신에게 들어온 모든 정보는 감정을 구성하며 그 감정의 움직임은 다시 사람과 세상을 향한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세상이 감각되어 뇌로 전달되는 과정과 뇌에서 분석하는 과정, 다시 세상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오차나 과장,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늘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심리학에서는 ’세상 --> 뇌 --> 감정’으로 연결되는 과정에만 몰두하며, 그 속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데 집중한다. 세상에서 개인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다. 허나, 세상 조차도 수 많은 세상과 관련을 맺고 있다. 세상 가운데 사람만 놓고 보아도 얼마나 다양한 역사와 개성, 도덕 및 윤리관, 문화, 언어, 습관들 속에서 살고 있는가? 또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은 누군가와 서로 다른 위치와 시간을 두고 포진해 있는가? 결국, 감각되어지는 것은 세상과 만나는 앙상한 신호일 뿐 세상 그 자체는 아닐 때가 많은 것이다.
결국, 세상이 개인에게 보내온 신호가 일으킨 심리적 파장과 그 파장으로 인한 상처에만 집중하는 것은 추운 날씨에 견디기 어려워 하는 화초를 잠시 찬바람을 피해 온실로 옮겨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식의 임시처방에 불과할 때가 많은 것이다.
<철학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는 심리학의 한계를 넘어서, 세상을 해석하는 눈을 보정하여 세상을 해석하고 세상에 반응할 근력을 보강해주는 소위 '철학 카운슬링'에 관한 책이다. 너무 엄격하게 이야기하는 책은 아닐까 하는 오해는 하지 않아도 좋다. 저자인 루 매리노프가 상담하며 겪은 사례를 풍부하게 싣고 있으며 친절한 상담내용을 담고 있어 엄격하다기 보다 공정한 가운데 푸근한 느낌을 받는 책이다.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눈을 보정해 주어 불펼요한 두려움 없이 세상에 나서도록 힘과 용기를 준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