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시선을 점검하게 해준 책 - 십시일반 

어릴적 할머니 안경을 호기심에 써보았을 때 세상이 훤하게 잘 보여서 할머니 돋보기 안경을 끼고 시골 마당을 휘휘 돌아다녔다. 얼마 후 눈이 찌를 듯 아파서 안과에 갔다. 내 눈은 어린 아이에게는 정말 드문 경우랬다. 1000명에 한명 있을까 말까 한 어린이 원시란다. 안경을 맞춰서 썼다. 그 때 난 내가 아주 특별한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조금은 우쭐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안경을 끼고 학교에 갔을 때 난 아이들의 놀림에 시달려야 했고 놀림이 싫어서 안경을 벗었다. 부끄러웠다. 한참 지나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고서 안경 없이 버틸 재간이 없어 다시 안과에 갔을 때, "어릴 때부터 꾸준히 안경을 꼈더라면 이렇게 나빠지진 않았을텐데요." 소릴 듣고 잠시 후회를 했지만 상처는 받지 않았다. 

내 경우는 아주 소소한 일이다. 하지만, 그림자는 남긴다. 난 약시와 난시와 근시와 원시를 모두 가진 불편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해본다. 만일 다르다는 것으로 생존을 좌우하는 상황에 부딪혀야 하는 많은 사람들을. 그리고, 신자유주의 사회 안에서 이중의 억압 속에 사는 소수자들을.





<십시일반>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만화책이다. 나온 걸 알고 바로 사고싶었지만 망설이다 최근에 샀다.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장의 그림에 꽉 차게 불평등의 구조와 고통이 담겨 있는 그림들. 보고 있지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내 양심의 저편 구석을 찾아 찌르기도 한다. 곁에 두고 보고 또 보아도 내 인식과 감성이 모나지 않도록 잘 도와줄 책이다.  

알고 있는 것과 공감과 일상에서 오래된 습관이나 인식의 틈새에 끼어있는 작은 편견까지를 낱낱히 제거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다. 우리 사는 사회가 모든 불평등에서 자유로와지기 전에는 내 인식과 감성을 그때그때 점검해볼 밖에 없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