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 서울.수도권, 한나절 걷기 좋은 길 52 주말이 기다려지는 여행
박미경.김영록 지음 / 터치아트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06년 나왔던 책이 수도권과 전국편 이렇게 두권으로 갈라 다시 나왔다. 인터넷도 있고, 지자체별로 관광 안내도 충실한데 굳이 이런 여행 안내서가 필요하랴 싶어 망설이다가 산 책인데, 아주 요긴하고 적절하다. 무엇보다 걸으면서도 꺼내볼 수 있어 좋다. 길도 걷기도 오프라인에 있으니 말이다.

코스별 안내도 상세하고 시간 안내도 나와 있어 짬 시간, 혹은 주말 반나절 계획한 만큼만 시간을 내어도  여유롭게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책이 안내하는데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길과, 서울 역사박물관을 들러 정동길을 따라 걸어보았다. 후배들과도 가보고 동료들과도 가보아서 세번은 넘게 가보았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감정과 생각이 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소동파가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사랑하게 된다.' 말한데로, 지나던 길 위에서 책의 안내 덕에 역사도 사람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서대문 형무소는 아직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역사 그대로 남쪽의 역사에 조명 맞추고 있지만, 식민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던 분들의 삶 만큼은 잘 담고 있다. 지하고문실은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당시의  고통에 비견할 수 없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당시의 치욕과 분개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역사적 사건들도 전시관 곳곳에서 영상과 미니어처들로 재현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돌아보기에도 좋다. 일제시대 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고난을 겪은 많은 분들이 거쳐간 곳이라, 그분들의 삶을 읽고나서 서대문 형무소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형집행장과 시구문, 그리고 집행장 옆에 선 통곡의 나무에 손을 대고 잠시 지난 역사의 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암장>을 읽고 처음 서대문형무소를 찾았을 때, 억울하게 처형당한 그분들생각에 한동안 마음이 어지럽기도 했고, 시구문을 돌아볼 때는 의로운 사람들을 잡아다 처형하고는 항일의 불씨가 될까 두려워 땅 속으로 길을 내던 일제의 황망한 몸짓을 보는 듯 하여 화가 일기도 하고, 당시 민중들의 의기가 느껴져 자긍이 일기도 한다. 

서울 역사박물관을 들러서 정동길을 따라 걸으면서, 아관파천 당시의 러시아 공사관과 중명전을 돌아보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나오는 길을 세 간 정도 소요되는 즐겨찾는 길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아이들의 참관수업 코스같지만 어른에게도 많은 걸 가르치고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가능하다면 도슨트의 안내를 받아 돌아보는 것이 좋다. 서울 역사박물관을 나와서는 뒷길로 돌아서 경희궁을 돌아보고 길을 건너 정동길을 따라 시청쪽으로 내려온다. 어제 다시 다니러 갔는데, 중명전도, 러시아 공관도 모두 공사중이어서, 그림과 안내판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공사는 2009년 12월에 마무리 된다고 하니 그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겠으나 공사중인 그 상태로도 전하는 게 있으니 가 보아도 좋을 듯 하다. 
우리 역사의 치욕의 장소인 중명전은 해방 이후에도 개인의 소유로 넘어가서 주인을 바꾸어 오다가 2007년에야 문화재청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늑약이 남긴 치명적인 교훈을 허술하게 다뤄온 것 같아 속이 쓰고, 한편 아직도 그 역사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러시아 공사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대사관저가 있고, 외교관 건물이 많은 정동골목은 여전히 계속되는 역사를 단면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밖에 한강을 따라 조성된 공원들과 삼청동길, 남산길... 반 이상은 알고 있다 여기는 길들에 대한 안내도 많은 도움이 된다. 동료들과 반나절 나들이로 가볼만한 곳들을 잘 소개하고 있다. 여행을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부드러워질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이다. 하지만 맘 먹고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벼르고 벼러서 하는 여행말고 반나절이나 서너시간 내어 걷는 여행에 나서보는 것도 좋겠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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