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유재현 지음 / 강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사람들 거리에 쏟아져 나와 살사를 춤추면서도 피델과 게바라를 품고 있는 사람들의 나라입니다.

그 나라엔 모든 국민들이 예술인이어서, 리듬과 선율을 정열적으로 부르네요. 그 국민들 품은 색은 하늘, 땅, 밭, 산, 바다가 온통 원색이어서, 아바나 한 복판을 들어가도, 원색 그득한 그림 전시관이네요.

1960년대 초반 미국이 소련 미사일 기지를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세계를 동원해서 봉쇄를 했다지요. 하지만, 건재하던 사회주의 나라들이, 원료와 연료를 공급해줘서, 사람들 주리지 않고, 생산하며 살았다네요.

1990년대 국가사회주의 나라들이 차례대로 무너지자, 쿠바를 향하던 에너지와 연료와 원료는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했답니다. 그 때, 슬기로운 쿠바 국민들과 국민의 대통령 피델이 선언을 했답니다.
모든 땅을 경작지로, 트랙터는 소로 대신하고, 비료나 농약없이 농업을 부흥시키자는 결정을 했답니다. 생명 공학을 연구하고, 농업을 연구하는 나라의 학자들과 연구자들의 성과를 모으고, 쿠바 농업을 지켜온 농민들의 경험과 지혜를 모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어떤 나라도 하지 않는 쿠바만의 선택으로 쿠바식의 유기농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들은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유기농법으로 농업을 살려냈고 성장시켜냈습니다. 식량이 무기가 되고, 안전한 먹거리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금 쿠바는 좋은 먹거리를 자급하는 나라가 되었답니다.
농업은 어려워진 산업경제를 대신한 또 하나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도시농업의 성공이 말해주는 성과입니다. 유기농업의 열쇠는 빠른 시간안에 생산물이 유통되는 것이어서 같은 지역 안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시스템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유기농을 선택함으로서 연쇄적으로 얻게된 성과입니다. 근거리 지역농업을 위한 선택으로 시작된 도시농업은 많은 노동가능인구를 포괄했고, 생산성을  보완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는 초록으로 물들었고, 대기는 청정해졌으며, 먹거리는 건강해졌습니다. 가장 부러운 대목입니다.

식량이 부족해 배가 고플수록
분배에 더욱 세심해져야 한다.
오늘,
얼마 전에 들어온 취사병이
모든 대원들의 접시에
삶은 고깃덩어리 두 점과
말랑가 감자 세 개씩을 담아주었다.
그런데,
내 접시에는 고맙게도
하나씩을 더 얹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즉시
취사병에게 접시를 던지며 호통쳤다.
이 아부꾼아.
지금 여기서 당장 나가!
...
그는, 단 한 사람의 호감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평등을 모독했다.
- 체 게바라, '대장의 접시' 부분 -

먹거리에 관한 게바라식의 철학이 현재의 쿠바를 이루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듭니다. 기초단위협동조합으로 구체화되어 쿠바농업을 지켜가나는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게 됩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지요.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봉쇄를 앞두고 쿠바 시가 때문에 머뭇거렸다는 얘기였지요. 시가 만큼은 봉쇄에서 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나 봐요. 미국의 다른 시가업자들 때문에 결국 봉쇄에서 제외하지 못했다지만, 케네디는 암살될 당시에도 쿠바시가를 무려 2천개나 남겼다고 합니다. 쿠바가 봉쇄된 때이지만요. 하나 하나 손으로 말아서 만드는 어찌보면 후진의 생산방식으로 만드는 쿠바시가가 세계 최고라는 것도 또 다른 역설을 던집니다.

얼마전 방송에서 '맨발의 의사들'이란 다큐로 쿠바의 의사들이 많이 유명해졌지요. 베네주엘라의 오일머니의 쿠바의 의료진과 의료기술이 같이 하는 '기적의 프로젝트' 말입니다. 눈이 먼 사람들에게 시력을 찾아주는 수술은 한 해에만 10만 명이 넘는 남미인들에게 광명 세상을 열어준답니다. 쿠바 고유의 민간 치료요법과 약물요법을 현대의학이 새롭게 해석하고 계승한 까닭에 미국 의학계는 인정하지 않지만 다양한 임상을 통해서 확인된 바로는 쿠바의 의술은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쿠바의 교육정책에 따라 무료로 공부한 의사들은 사회를 위해 성의껏 진료에 나서며 예방의학의 눈으로 담당하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돌보고 있다니 이 또한 부러운 대목입니다. 무료교육과 평생교육 체계가 결합된 교육제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낡은 건물과 낡은 외제차, 가난한 살림을 사는 쿠바의 모습도 물론 있지요. 궁색한 살림살이는 사람들의 생활을 타고 흐르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쿠바가 사랑하는 호세 마르티의 시이며 노래인 '관타나메라'에 나오는 농사짓는 여인처럼 살아가는 쿠바인들에게 혁명은 여전히 계속되는 진행형이라는 것을 떠올립니다.

나는 야자나무 고장에서 자라난 순박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네
내가 죽기 전에 내 영혼의 시를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어.
내 시 구절들은 연둣빛이지만,
늘 정열에 활활 타고 있는 진홍색이라네.
나의 시는
상처를 입고 산에서 은신처를 찾는 새끼사슴과 같아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나는 시를 뿌리고 싶네.
바다보다 산속의 시냇물과 함께하겠네.
- 호세 마르티의 시 이며 세계음악이 된 민요 '관타나메라'의 가사 -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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