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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 죽어라 결심과 후회만 반복하는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려는 소심하고 서툰 청춘들에게
김선경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11월
평점 :
저자는 자신을 평범하다고 했다.
난 좋은생각이라는 책을 참 좋아했다. 회사에 다니면서는 행복한 동행을 받아보았다. 나에게 죽기전에 해볼 일이 여러개 있었는데 그 중하나가 좋은 생각에 내 원고가 실리는 것! 이었다. 그런 나에게 그 좋은 책들을 매달 만드신 분! 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prologue를 읽으며, 난 용기를 얻었다. 나에게 대단하신 그 분이 다시 이력서를 준비하고 계신단다. 지금의 나처럼.
그리고 사람사는 이야기, 과연 내가 평소 생각하는 것들이 책이 될 수 있을까? 라고 항상 의심을 품어왔던 나에게 이 책은 한 줄기 희망이요, 빛이였다.
책 전체가 나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눈물이 많은 나는 심지어 울컥해서 울기도 했다.
육아휴직 후 어깨가 아프신 시어머님께 차마 우리애 봐달라는 말이 입에서 안떨어져 집에서 1시간 거리인 친정에 우리 딸을 맡겼다. 매일 보러가진 못하고 2~3일에 한번씩 내려갔다. 친정엄마와 대학생인 셋째 동생이 고생을 많이 했다.(아직도 우리은방울꽃은 이모에게 가끔 엄마라 하기도 한다) 엄마될 준비가 안되어 있던 나는 이 모든 상황들이 나에게 너무 버거웠다. 원망도 많이 하고, 자책도 많이 했다. 하루종일 일에 지쳐 부산가는 날이면 내몸도 간수하기 힘든데 아이 기저귀 갈고, 목욕시키고, 재우고 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 힘들었다. 난 내가 진짜 엄마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도 그랬단다. 나와 똑같았다. 그때의 그 나의 상황이 생각나서 울컥, 눈물이 났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나를 이해해줄 누군가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마음을 토닥토닥 해 주는 느낌이다.
p282 "애 자라는거 한순간이예요. 지금 하루 종일 애를 물고 빨고 해도 조금 더큰 뒤에는 많이 안아주지 못했다고 후회하는게 어미마음인데, 얘는 만날 새끼랑 떨어져서는 나중에 얼마나 속상해하려고,,,
너 몸 좀 힘들고 피곤해도 애랑 눈 한번 더 맞추고 자꾸 안아줘라. 얼마나 예쁠 때인데, 네눈에 그걸 많이 담아 놔야지!"
작가의 친정엄마가 하신 말씀이다. 말은 안하셨지만 내 친정엄마도 같은 심정으로 나에게 그려셨지 생각해본다.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에는 아이와 하루종일 같이 있다는 사실하나만으로 너무 기뻤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현실에 젖어 있는거 같다. 다시 한번 그 때의 마음가짐이 떠올랐다. 책 읽다가 우는 나에게 "엄마 왜 울어?"하고 묻는다. 27개월이라는 개월수에 맞지 않게 너무나 어른스러운 딸. 철 없는 엄마와 같이 살다보니 일찍 세상을 배우나보다.
p44 인간관계가 넓지 않다고 인생을 잘못 사는 건 아니다.
좋은만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인간관계가 협소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인생 헛산 것도 아니다. 정말 좋은 인연은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다. 열심히 살면 나를 알아주는,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친구 한둘은 반드시 생긴다. 백아와 종자기 같은 천하가 알아주는 친구 사이는 아니더라도 서로 걱정해 주고 잘 되기를 바라고 질투하지 않는 친구면 족하다. 그런 친구만 있어도 인생은 충분히 살아갈 만하다.
로단테(신랑)은 친구가 많다. 사람 만는 걸 좋아하고 유지도 잘한다. 반면에 인간관계가 좋은 나는 항상 잘 못 산것이 아닐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미술관 아르바이트 시절 친한 언니가 "으이그, 니는 세상보는 눈이 넘 좁아. 사람관리를 왜 그렇게 못하니?"하고 맨날 구박들은 기억이 난다. 아,, 내가 잘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로 들으니 현실화 되어버렸다. 그러다 다른 도시로 직장을 가지게 되어 그나마 몇명없던 친구, 지인마저 멀어지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이 3시간~4시간 정도 걸렸던 나는 버스 안에서 그 시간동안 하염없이 전화기를 바라보며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잘 못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된 것이 블로그이다. 살맛이 났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은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어떤 인연을 만날지 기대가 된다.
p24 살바도르 달리는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소설가, 조각가, 백화점 디스플레이어, 보석 세공가, 패션 디자이너, 가구 다자이너로도 활동했다. 어떤 분야든 경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펼쳤다. 달리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화가? 조각가? 소설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예술가? 서른여덟살에 미리 완성한 그의 자서전에서 그는 말했다.
"나의 최고의 꿈은 살바도르 달리가 되는 것이다."
달리가 다양한 분야에서 보여 준 광적인 열망은 살바도르 달리가 되는 과정이었던 셈이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파워블로거가 되고 싶다는 나에게 로단테는 한가지 분야만 집중적으로 하라고 충고해줬다. 이도 저도 안된다고. 항상 로단테가 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그의 충고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파워블로그에 들어가보니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짐을 느꼈다. 서평도 잘 쓰고 싶었다. 학교 다닐때부터 ’무조건 잘하고 보자’라는 근성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잘하려고 무지 애를 썼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되고 부담이 되어 어깨가 결려오기 시작했다. 그 때 읽은 책이 ’잠깐멈춤’ 이다. 현재의 상황을 즐기면서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지금이순간에서 행복을 찾아 보자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 블로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담아가기 시작했다. 나 또한 나 자신 ’스타티스’되어 가는 길을 찾은 셈이었다. 물론 파워블로거가 되려면 로단테의 말이 맞는 거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분들은 진심으로 즐기면서 하고 계시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이제 더욱더 즐겨보련다.
겉표지를 벗겨보니 소제목들이 나열된 모습이 나왔다. 후훗.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다. 소풍가서 한 보물찾기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은 느낌이랄까.
내가 평소 상상하던 내 나이 마흔은 내 이름이 찍힌 책을 가지고 있는 작가였다.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을 읽으며 더욱 용기를 얻었다.
내 나이 마흔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