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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 펭귄 클래식 ㅣ 펭귄클래식 5
앙드레 지드 지음, 이혜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아무도 없는 중학교 도서관. 학교전체에 흐르는 정적. 딸깍, 열고 들어간다. 차가운 공기와 책냄새가 소녀를 반긴다.
책장 한 켠에 줄지어있는 소담출판사시리즈 그 중 ‘앙드레 지드’라는 작가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그 파스텔 빛 책들이 좋았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 중 비교적 새책이었다. 뒷면 도서관카드에 소녀의 이름이 처음으로 적히는 것이 기분 좋았다.
그 때부터인가 소녀는 한 작가에게 꽂히면 그 분들이 낸 책을 찾아서 읽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학교라는 공공의 공간에서 온전히 자신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자습시간에는 오직 소녀만이 그 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느 날 ‘좁은문’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책으로 점점 빠져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 책을 통해서 사랑에 대해 배웠던 것 같다.
그래서 조숙했던 친구가 남자친구에 대한 감정을 털어 놓을 때면 소녀는 마음 속으로 알리사를 떠올렸다. 그리고 ‘난 세속적인 사랑은 하지않으리’ 생각한다.
여동생이 둘이나 있는 소녀는 절대로 인생에서 남자문제로 여동생들과 얽히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다짐한다. 한 남자로 인해 알리사와 쥘리에트 자매와 같은 비극은 일어나면 안되니까. 소녀는 사랑의 양면 중 아픈면만 집중했다. 그리고는 사랑을 믿지않으리. 생각하기에 이른다. 소녀가 좁은문에서 본 사랑은 그저 아픈 것, 완벽을 위해 추구하는 것, 실제의 나의 모습이 사랑하는 이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환영과 사랑에 빠져서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자기자신만 사랑하는 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리사와 제롬은 사촌간이다. 둘은 친척과 지인들이 인정하는 사이이다. 알리사의 동생 쥘리에트는 제롬을 사랑하지만 마음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알리사가 동생의 감정을 알게 된다. 동생으로 인해 알리사는 제롬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한다.
쥘리에트는 언니가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세속적인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빛깔을 잃은채로 남편의 취향에 맞추어 살아가게 된다.
서른이 된 소녀가 좁은문을 다시 읽었다. ‘쥘리에트는 과연 행복했을까“ 책읽는 내내 생각했다. 자매사이엔 자매가 아니라면 모를 특별한 감정들이 있다.
알리사는 동생 쥘리에트가 사랑한 남자를 끝내 선택하지 않음으로 동생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표현했다. 쥘리에트는 언니가 사랑하는 그 남자를 포기하고 다른 남자와 행복하게 사는 척하면서 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자매의 사랑이 너무나 애틋하다.
서른이 된 소녀는 자매의 사랑에 더 주목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은 물질적 여유로움이 가져오는 감정의 산물아닐까 생각한다.
p147 "바느질하는 동안 내가 곁에서 책이라도 읽어주면 좋지 않을까?“
“글세, 잘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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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로 밥벌이를 하는 가난한 아낙네들은 많아. 그렇지만 네가 돈 때문에 이따위 보잘 것 없는 일을 기를 쓰고 하는 건 아니잖아?”
그들에겐 누군가의 밥벌이가 되는 일이 이따위 일이었다. 서른이 된 소녀는 좁은문에 나오는 인물중 직업을 가진 이가 누구일까 생각해본다. 책 내용의 대부분이 제롬과 알리사 그리고 그들의 감정과 편지이다. 일한다고 나온 건, 쥘리에트의 남편 정도? 그들은 산책하고 책읽고 여행하고 공부하면서 나왔다. 그랬기에 그런 사랑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열다섯, 그 나이 때보다 그들의 사랑이 와 닿지않는 건.
소녀가 나이를 먹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