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인 유럽
구현정 글 사진 / 예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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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

110만평 공원에서 북유럽 인 카페를 펼쳐들었다. 내 앞에는 빨간 유모차 한 대가 있고 그 너머에는 로단테와 은방울꽃이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이 곳에서 처음 책 읽기 시작한 것이 아니였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를 부러워하다가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늘 상상하던 삶. 카페생활자, 상주적여행자, 파워블로거, 프리랜서 작가

이 모든 타이틀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책은 흠뻑 빠져들 만큼 매력적이다.

사진도 전문가가 찍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분은 아직 아이가 없으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럽으로 출장을 많이 가던 내친구가 생각났다. 그녀는 S기업에 다니는 관계로 그 좋은 유럽에서 일하다가 관광은 쉬는날 날잡아서 하고 오곤했다. 왠지 그 친구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다.

 




 

18.5cm×13cm, 303쪽. 책 읽는데 걸린 시간 4일.

요즘 비교적 빨리 책을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다 읽는데 4일이 걸렸다. 이 책에서 빠져나오기 싫었다는 것이 내 마음이었다.

단지 공간 묘사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의 느낌과 생각을 전달해 주었다.

카페에 들어가면 그 공간에 따라 기분과 생각이 많이 좌우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작가 또한 그 공간에 가기까지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생각을 엿볼 수 있고 그 곳의 느낌을 사진으로나마 만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웠다.

 




 

p46

소설가 박상우는 “서재는 공간 이용자와 끊임없이 교류하며 창조적인 사유를 자극하고 조성한다”라고 했다. 나는 이 카페의 외딴 방에서 그 맥락을 차고 넘치게 직접 경험했다. 비롯 샬럿 브론테의 [제인에어]같은 대작이 출산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일주일간 이곳에 드나들며 흡족한 몇 장의 글을 완성했다.

나 또한 카페에 가서 그 공간이 나와 너무 맞는다는 생각이 들면 그 곳에 일주일에 몇 번이고 간다. 그 곳에서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서평을 쓰면 왠지 더 잘써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4색의 은밀한 공간-리브레리아 카페 라이에/스페인 바로셀로나

쁘띠 북카페-올 북스앤 코/프랑스 액상프로방스

는 북카페를 구상하고 있는 나에게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동률님이 계서서 출시되자 마자 mp3음반을 사버린 베란다프로젝트(p181),

1월 제주도 여행때 읽다가 만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p204),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p284).

나의 취향과 작가의 취향의 교차점을 발견하니 왠지 미소가 지어졌다.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저녁 9시가 너머 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어 사러나간 적이있다.

초코케이크를 사와서 입에 넣는 순간 너무나 행복해졌다.

이 책을 읽으실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책을 읽다가 간간히 커피와 케이크가 너무나 먹고싶은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그 때는 본능에 충실하시라고.

그러면 작가가 그 카페에서 느꼈던 행복감을 조금이나마 나누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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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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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고 다잡을 수 있을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나 자신을 무한히 불신하던 그때, 세상의 모든 것이 쇼라고 느껴지던 그 시절에 읽었다면 다양한 죽는 방법 연구에 더 박차를 가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 시절엔 누군가 진짜 내 실체를 알게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다. 내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부모님이 바라는대로 살 수 있도록 노력했다. 부모님이 원하는 학원을 다니고, 부모님이 원하는 등수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 모습을 가리기 위해 내 안의 무한한 고독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 모든 것이 가면이었다. 그 모든 짐을 벗어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게 되니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p23

나는 거기서 자칫 존경받을 처지가 된 것입니다. 존경받는다는 관념 또한 나를 몹시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을 속이고, 그리고 어느 한사람의 전지전능한 자가 그 사기짓을 간파하는 통에 그만 모든 게 산산조각이 나고 죽는 것보다 더한 창피를 당한다. 그것이 ‘존경받는다’는 것에 대한 내가 내린 정의였습니다. 사람들을 속이고 존경을 받아봤자 누군가 한 사람은 반드시 알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윽고 그의 말을 듣고 속은 것을 깨달았을 때, 그때 내게 들이닥칠 분노와 복수는 아아, 과연 어떤 것일까. 상상만해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습니다.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기대치를 만들어준다는 것은 무서운 함정이다. 항상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보여주기 위한 나’로 살아야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남매의 첫째로 항상 부모님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니가 잘되어야 동생들이 잘된다는 말을 듣고 자란 나로선 그 함정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p30

“일부러 그랬지?”

나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일부러 실수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다케이치가 눈치 챌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던 것입니다. 나는 세계가 단 한 순간에 지옥의 불길로 떨어져 훨훨 타오르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한 것만 같아 헉하는 비명과 함께 자칫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을 필사적으로 억눌렀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침묵이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친구들을 웃기려고 관심을 끌려고 노력했다. 무서운이야기, 귀신이야기를 제일로 싫어하는 내가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가능한한 많은 이야기를 수집해서 들려주었다. 많은 말을 하다보니 머리에 내용검증없이 말이 바로바로 나오게 되었고, 사람들과의 만남 후에는 항상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후회하고 집에 올 때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곤했다. 나는 너무나 우울한 아이인데 그 우울이 들킬까봐 두려워 애써 명랑한척했다. 아마도 그 땐 나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던 것이다.

인간실격을 읽기 전에 책날개에 있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내용을 읽었다. ‘우울한 삶이었네.’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는데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점차 짙어져갔다. 귀족원 의원 지방화족의 여섯째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바쁘고 어머니는 병약하여 다른 사람의 손에서 자라게 되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Te는 것은 아마도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집 셋째동생은 항상 언니는 첫째여서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다고 이야기한다. 어렸을 때는 몰랐다. 위로 언니 둘이고 밑으로 남동생이 있는 셋째 딸이라는 위치가 얼마나 고달픈지. 난 장녀의 위치가 책임질 것이 많아 불평하느라 바빴다.

다자이 오사무는 열한명중 열째, 여섯째 아들이니 집안에서 존재감이 희미했을 것이다. 잉여인간. 느껴보지 못했지만 상상만 해도 자신을 비하시키기에 충분한 요건이다. 아웃사이더로서 반역의식으로 공산주의 운동에 참가하게 되나 그는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세상에서 사라져야할 대지주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p241
가장 우열한 형태로 자기 스스로를 망치는 것만이 사회에 대한 유일한 봉사라고 믿고, 1930년 스물한 살 때 사회주의 운동에서 도망쳐, 그날 밤 처음 만난여자와 사흘 뒤에 가마쿠라 바다에서 투신자살을 꾀한다. 하지만 여자만 사망하고 다자이는 구조된다.

그가 시도한 첫 번째 자살시도이다. 결국 인간실격을 쓰고 자살했다. 해설에서 보면 다른 작품을 철저히 독자를 중심으로 쓰여졌다면 이 작품은 자기자신을 위해 썼다고 한다. 난 인간실격을 어린 나이에 읽었더라면 너무나 빠져들어버렸다면...

다행이다. 이 작품을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 후에 읽게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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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추락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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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개의 단편이 모여서 한권의 책을 이루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작가중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작가라고 한다. 얼마전에 읽은 차가운 밤의 작가는 바진, 멋진 추락의 작가는 하진 물론 필명이지만. 두 번째 만나는 중국소설이다.



열 두개의 단편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생각나는 단어가 있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 였다.

각각의 주인공들의 미국, 뉴욕플러싱에서 이민자로서의 삶이 묘사된다. 그들에겐 터닝포인트가 좋은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첫 번째 인터넷의 해악에서는 여동생 유친과 편지쓰는 언니가 나온다. 손편지를 쓰다가 인터넷메일로 주고 받으니 시간이 단축되었다. 그런데 몰라도 되는 것까지 알게되었다. 소설속 본토의 가족들은 미국에 있는 이민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 줄을 알지못한다. 그저 그들에게 돈만 바랄뿐이다. 여동생도 그러했다. 언니가 얼마나 힘든지 알지못한채 차를 사야하니 돈을 부치라고 했다. 아님 인터넷으로 장기를 팔겠다고 올렸다. 그녀에겐 메일로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이다.

두 번째 작곡가와 앵무새.

여자친구 수프리야에게 앵무새 보리를 돌봐달라고 부탁받은 판린이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어색하던 보리와 판린이었다. 점차 판린의 생활 속에 보리가 깊숙이 관여하게 되었다.보리는 똑똑한 앵무새였던거 같았고 판린은 보리를 구하러 바다에 뛰어들만큼 정이 들게 되었다. 보리는 결국 죽었고 판린의 오페라 악보는 완성되었다. 감독은 판린의 악보에서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느껴진다고 했다. 판린은 보리라는 앵무새와의 만남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세 번째 멋진 추락에서는 2년동안 주지에게 급료를 받지 못한 간친이 삶의 무게에 눌려 5층 벽돌 건물에서 뛰어내린 것이 터닝포인트였다. 그의 자살소동이 기사화되어 그는 텔레비전 방송에도 출연하였다. 추방당할 뻔 했던 그는 그 터닝포인트 이후로 더 이상 승려도 아니였고, 더 이상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되었으며 미국에서 계속 살 수도 있게 되었다.

나머지 단편들에게서도 터닝포인트들이 보인다. 여기에 다 적어버리면 다른 분들의 독서의 즐거움을 박탈하는 것이니 세가지만 언급하였다.



단편의 주인공들은 다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이 있다. 공간이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뉴욕 플러싱이다. 그리고 중국계 이민자들 1세대들이다. 작가 또한 이미 1세대라고 한다. 그래서 더 세밀하게 그들의 삶을 표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P212 내가 밤새 책상에 앉아 영어로 첫 소설을 쓴 게 멩교수가 뉴욕을 떠나던 날이었다는 건 또렷이 기억한다.

이 문장에서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목 한번 잘지은 것 같다. 하진의 ‘기다림’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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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사랑을 모르는 남자와 산다
김윤덕 지음 / 푸른숲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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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김정운교수의 책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결국 그 책은 후회하지 않다는다는 머 그런 내용이였다. 얼마전 신문읽다가 알게된 사실인데 편집장이 그 제목으로 하자고 했을 때 김정운 교수는 아내까지 팔아서 성공할 생각 없다고 했단다. 그런데 결국 그 책으로 이름도 기존 보다 더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김정운 교수의 이야기로 시작하게 된 이유는 책의 맨 뒷장에

그냥 재미있는 책이 아니다

행복해지고 착해지는 책이다.

이 책은 여성들의 ‘이야기치료제’일 뿐아니라,

갈수록 못마땅한 것 투성이인 아저씨들도 무조건 읽어야한다.-김정운-

추천말이 있기 때문이다.

전 직장에서 한달에 한번 있는 직장인교육 때 김정운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책을 압축해서 듣는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맨앞자리에 있어 더욱더 강의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 김윤덕의 강의를 듣게 된다면 더욱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과 이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계속해서 생각나는 단어였다. [라이팅클럽]에서 00동 아줌마들이 모이면 그토록 하던 이야기들, 삶의 이야기들이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이와 관계없이 아줌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속에 여자들의 인생이 있었다.

책은 1. 우리에게도 사랑했던 날들이 있었네

2. 행복은 비싸지 않다.

3. 나는 엄마가 둘이다.

4. 우리는 모두 같은 힘으로 살아간다.

이렇게 크게 네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와닿은 것은 ‘나는 엄마가 둘이다.’ 요즘 내가 부쩍 하는 생각을 한 문장으로 함축시켜놓은 것같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구나.’ 공감이 되었다. 
 

p207 시어머니와 한집에 산다고 하면 반응이 셋으로 나뉜다.

면구스럽게도, “착한 며느리네”가 단연 으뜸이다.....

두 번째는 “진짜? 너 용감하다” 식의 까칠 반응이다.......

세 번째 반응이 나는 가장 재미있고 뜨끔하다. “복받았네, 복받았어!”

나 또한 시어머니와 같은 집에 산다. 시어머니 뿐인가 주말부부시누이에 조카도 같이 산다. 결혼해서 철든 나는 그 전에는 이 모든 사실들이 부담스러웠다. 어쩌다 회사 쉬는 날이면 혹시나 내가 집에 있는 거 아실까봐 화장실도 안 가고 방에만 틀어박혀 텔레비전만 본적도 있었다. 그런데 한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은 후, 지금은 우리어머닌 전생에 뭔 잘못을 많이하셔서 딸에 며느리까지 모시고 살아야하는지 여자의 인생으로 너무 안타깝다. 딸 도시락반찬 신경쓰시고 이제는 돈도 안버는 며느리 학교간 시간에는 손녀 밥먹이고 재우고 행여나 피곤해서 내일 아침 부실하게 먹을가봐 김치찌개까지 끓여놓으신다. 사람들은 그런다. 시댁에 같이 살려면 무조건 맞벌이해서 시댁식구들과 마주치는 시간을 최소화 해야한다고.

나 또한 그때는 두려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느꼈다. 내가 불편하면 우리어머님은 몇배는 더 신경쓰신다는 것을.

시누이와 같이 목욕가서 서로 등밀어주고 어머님과 세상사는 이야기에 살림사는 법을 배우며 난 알게 되었다. 상상과 현실을 다르며 내 생각만 바꾸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하루는 어머님께서 콩을 직접키우셔서 시루에 넣어 콩나물로 키워서 한봉지 주셨다. 그 콩나물을 다듬으며 갑자기 너무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님 외출하셨을 때 어머님 냉장고에 있던 콩나물도 다듬어 포스트잇에 [어머님이 제 어머님이셔서 너무 고맙습니다.]라고 붙여서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그 날 저녁에 시댁에 올라가니 별말씀안하시는데 목소리톤이 한층 높아지셨다. 아마도 진심은 통했으리라 생각한다.

나이 서른에 비로소 진심이 통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늦게 철들어 어머님께 넘 미안하다. 그 동안 신경쓰실 일을 너무 많이 만들어드려서. 진심이다.

우리 어머님 목욕탕을 매일 갈 정도로 사랑하시는데 거기서 할머니 한분이 손자가 자신한테 오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하시더란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며느리 구박을 너무 많이 하고 입만 열면 며느리 욕을 하셔서 울어머님이 그분께 한마디 하셨단다.

“손자가 아주머니한테 오시게 하려면 며느리한테 잘해주세요. 그러면 손자도 자연히 아주머니께 오게될껍니다.” 난 이런 대인배 어머님과 같이 살아서 넘 복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남편과 죽도록 싸우고, 세상이 만사 귀찮을 때.

시댁 욕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할 때.

시누이 이름 찍힌 휴대폰만 보면 경기를 일으킬 때.

나만 이렇게 사나 회의감이 들때.

세상의 모든 아줌마들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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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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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안 앉고 뭐해!”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나는 재빨리 쓰레기통을 끌어당겨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 그 위에, 앉았다. 짜잔, 이게 바로 내 자리다. 난 바로 이 자리를 위해 학점 평점 4.3을 유지해왔다.(p16)

스물넷, 그 나이에 입사했다. 내가 이거하려고 들어왔나? 이런 생각 많이 했다. 부모님은 같은 해 몇 달 뒤에 있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해라고 했다. 너무나 일하고 싶은 공간이었다. 공원. 처음 답사왔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잊을 수 없었다. 밥먹을 때도 잘 때도 꿈에서도 항상 내 머릿속 어딘가 말풍선처럼 항상 떠 있었다. 내 마음속 상상 속 공간이었다. 꿈의 공간! 그 곳에 입사했다. 당당히 공채로, 너무나 기뻤다. 공무원이 되길 바라시던 부모님은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나와 한달동안 대화를 나누지 않으셨다. 아빠만의 시위셨다. 그래도 난 나의 꿈의 공간으로 출근했다. 매일 4시간의 출퇴근시간도 즐거워하며,,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단한가지 이유는 책 속 주인공의 모습에서 다시는 되돌아가지 못할 스물넷의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스물넷의 나’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휴학 합쳐서 대학교에 거의 6년이나 몸담았는데, 뭘 배웠는지도 모르겠어. 아까 그 여자 앞에서 무지 유식한 단어를 말하고 싶었거든? 근데 달랑 하나 생각난게 포스트모더니즘이더라. 그게 다야! 머리가 하얘지더라고! 나 회사 다닌지 3주만에 바보가 됐어.”(p98)
 

입사 3개월. 난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정신없었다. 보고서에 대장정리에 현장도 뛰어야하고. 그런데 관리라는 업무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자연은 계절이라는 시간에 맞춰 다양함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내 생각과 다른 일들. 내가 포크레인을 공일오, 공삼이,,이렇게 친근하게 장난감다루듯이 부를 줄을 꿈에도 몰랐다. 노가다 용어들. 한 대가리, 시마이 등등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나는 저들처럼 일상에 젖어들어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으리 다짐했건만, 나또한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외모도 실력이다. 이를 부정할 방법이 없다. 그러고 보니 부장과 친한 홍보담당자들도 다 미인이었다. 가요계를 주름잡는 연애매체 기자들도 다 예쁜 편이었다.(p187)

이 말은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된 진리였다. 아무도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학교도, 선생님도, 부모님도, 오직 사회만이 나에게 이 진리를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대학교 때 이 진리을 알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신랑이 첫사랑이 아닐 것이다. 훗. 이 사실을 알고 난 스물넷에 교정을 시작했다.

‘세상에는 개새끼가 무수히 많으며, 그중 상당수는 우리 회사에 있다.’
학교선배가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미니홈피에 쓴 글이다. 나는 이 문장이야말로 최고의 명문이라고 생각한다.(p212)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났다. 스물넷의 나가 생각났기에.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문학작품을 본 후 느낀 점조차도 다섯개 중에 하나 골라야했던 우리다.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라는 논술조차도 서울대 출신 강사가 알려준 대로 ‘새롭게’써야 했던 우리다. 교복 단추에 색깔 한번 못칠하게 해 놓고 이제 와서 창의성? 그게 중요하다고?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제 와서 창의성을 내놓으라고? 시키는 대로 안살면 평생 낙오되어 굶어죽을 것처럼 협박해놓고, 이제와선 네 뜻대로 한게 뭐가 있느냐고 꾸짖는 모양새라니, 진짜 어처구니가 없다. 창의성 좀 보자고 했다고, 또 쪼르르 달려가 이게 내 창의성이에요, 하는 애들이 진짜 창의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건가?(p352)

주말이면 학원을 전전했다 영수는 기본이고 사탐 과탐, 언어영역은 심지어 학원을 두군데 다닌 적도 있었다. 서울대출신강사에게 강의 받으려고,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부모님 나에게 참 많이 투자하셨구나 생각이 된다.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책을 읽고 싶다. 공부는 내가하는거지 학원이 대신해주는게 아니였다. 대학가서 진짜 공부가 뭔지 알게 되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우리부모님 고생 덜 시켜드리는건데. 내게 남은 건 창의성도 뭐도 아닌 후회뿐이다.

읽는 내내 사회초년생의 나, 그 때의 내 모습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다.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수와 마음씨 좋은 과장님을 만났다. 내 사수 대리님을 보며 생각했다. (그 분은 진짜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착했다.) ‘세상 착하게 살아서는 이용만 당하겠구나. 내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까칠해지는 수밖에 없다.’, 여자인 내가 남자들뿐인 그 사회에서 내가 살아남으려고 쓴 가면은 까칠함이었다. 열정? 그런 건 집에 두고 와야지 내가 상처받지 않는다. 훗. 그것이 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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