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正熙) - 우리들의 대통령 이야기
김용삼 지음 / 플로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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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관심이 없다. 다만, 영화로 역사를 배워가는 사람이 있을까 우려가 된다. 난 차라리 다큐멘터리를 봤으면 봤지, 대부분의 역사를 다루는 영화가 픽션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하나를 보고 팩트와 픽션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혹자는 이 영화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지만, 과연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의 말대로 표현의 자유라면 어느 대상이 되더라도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국에는 유난스럽게도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있어 특정 인물 또는 특정 사건을 허구로 하여 영화를 만들게 되었을 때 그것을 단지 표현의 자유라고 그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소모적인 충돌을 보는 것이 달갑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작금의 사태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박정희를 둘러싼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상황에서 영화는 상영금지 가처분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아들인 박지만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젊은 세대들이 아버지 박정희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오히려 기쁜 일”이라고 하였다. 부모의 부정적인 말은 누구에게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데도 저렇게 덤덤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마침 출간된 『박정희에 관한 오만과 편견을 깨뜨릴 우리들의 대통령 이야기 : 정희』를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이 책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청소년 시절에 학교에서 배운 박정희 대통령은 단연코 ‘독재자’였다. 5대에서 9대에 이르기까지 15년 동안 대한민국을 통치한 사람. 그것이 내가 학교에서 배운 전부였다. 성인이 된 후에야 다큐멘터리와 자료를 찾아보며 그가 무엇을 추진했고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생산인구로 업무를 하다보니 어떤 일이든 처음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 목적이 무엇이든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의 연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는 못한다. 물론 그랬다면 중도에 어그러진 사업들도 속속 생겨났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것도 나라의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경부고속도로가 있다. 당시에 자동차 보급률이 6만 대 정도의 나라에 고속도로라니? 당시에 반발이 심했다. 지금이야 우리는 아주 편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당연히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시작할 때는 성공과 실패를 알 수 없기에, 당시에는 굉장히 무모해 보였을 수도 있다. 당시에는 옳다고 여겼던 일이 나중에는 다르게 평가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가 만들어놓은 경부고속도로를 아주 잘 이용하고 있으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사는 결국 남겨진 후손이 평가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진하게 드는 요즘이다.



책 『정희』를 읽으면서 내가 느낀 건 박정희의 인간적인 면모였다. 굶주린 국민의 배를 불리고자 하는 사람, 타국에 나간 국민들을 가엾이 생각하는 사람, 소녀들을 위해 야간 학교를 개설한 사람, 그 외에도 취미, 주변 사람들에 대한 태도, 아내와의 일화가 주를 이었다. 이 책은 단지 '박정희는 이러했다'라는 일방적인 주장 대신, 주변 인물들의 구체적인 회고와 증언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회고나 증언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심지어 그 출처까지 제시하고 있다. 때문에 책을 다 덮고 나서도 박정희의 국민을 향한, 그리고 아내를 향한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마음에 남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취할 것인지는 읽으면서 내가 정하면 그만이지.


책을 읽다가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육영수 여사가 옥천 사람이라는 점과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을 부를 때, “이거 보세요.” “어디 계세요.”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게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마음에 남았냐면, 나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결혼 후 옥천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를 땐 “날 봐”라고 부르고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부를 땐 “봐요”라고 했었다. 신기하면서도 웃음이 났던 호칭이었는데, 어쩌면 그게 지역의 문화였던 건가... 하고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책에서는 그의 삶과 역할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저자의 몫이 아니라 기록을 마주한 독자의 몫이라고 주문한다. 다행인 것은, 나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책 한 권, 영화 한 편으로 무언가를 확신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해 100% 신뢰를 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나라를 번영시켰다고 하여 연임을 한 것이 전부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확신이 무조건적인 성공으로 이끄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편안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이전보다 더 크게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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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는 날의 별난 모험 - 걷고 헤매고 엉뚱하게 생각하며 건져 올린 삶의 경이
G.K. 체스터턴 지음, 지콜론북 편집부 편역 / 지콜론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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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몇년 전,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바뀌는 것을 우리 모두는 경험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도 덩달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간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그것들을 누리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러한 생활에 적응하는 동안에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19가 잠잠해졌다. 그러면서 우리의 일상들에는 다시 놓치는 것들이 우리가 모르는 새에 쌓여가고 있었다.



160. 삶의 당혹스러움은 그 안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일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것들이 너무 많다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가 하찮다고 부르는 것들은 실은 수많은 이야기의 끄트머리다. 평범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은 만 개의 짜릿한 탐정 소설을 숟가락으로 마구 뒤섞어 놓은 것과 같다.

『별일 없는 날의 별난 모험』은 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고 있을까, 오늘 하루 중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되짚어보게 하는 책이다. <엄청난 사소함>에서는 거인이 된 폴과 난쟁이가 된 피터의 사례를 들며 인생의 경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분필 한 조각>에서는 흰색은 엄연한 하나의 색이라는 사실을 역설하기도 하고, <기이한 마부>에서는 인간은 내가 무언가를 안다는 것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2페니의 비극>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시골을 가로지르는 마차 여행>에서는 숭고한 경험의 값을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지를 묻고, <세상의 끝>에서는 타국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늠해본다.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던 것은 <뒤집힌 나라에서>였다.이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생각의 방향 자체를 의심하게 한다. 수단이 목적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목적과 수단의 위치가 뒤바뀌고, 그 뒤바뀐 생각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덧칠하다 보면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사람은 모든 것을 거꾸로 묻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을 위해 제도가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제도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가?”라고 묻게 되는 것처럼.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졌던 질문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16. 우리는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에 맹렬하게 집중함으로써, 평험한 일상을 하나의 모험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몹시 편안하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경이로운 것들과 모험들이 파리 떼처럼 내게 내려앉도록 내버려둘 것이다. 장담하건대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얼마든지 널려 있다. 세상에 경이로운 것들이 부족해서 궁핍해지는 법은 결코 없다. 오직 경이감이 부족해서 궁핍해질 뿐이다.

주위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사실은 수많은 이야기와 모험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눈을 쉬게 두지 말고, 너무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니라, 그것을 발견하려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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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클래식 배틀
이채훈 지음 / 혜지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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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라디오 클래식FM을 들으며 클래식에 입문했다. 클래식을 많이 아는 것도 아니라 듣는 것만 듣고 아는 것만 알지만 들을 때마다 어지러운 마음을 잠잠하게 만들어주고 마음을 달래주는 음악들이 생겨서 찾아서 듣곤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선으로 클래식을 바라본다는 이 책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첫 장부터 흥미가 생겼다. 살리에리와 모차르트라니! 영화 《아마데우스》가 두 사람을 극단적인 라이벌 관계로 묘사했다. 두 사람은 음악으로는 경쟁하는 위치에 놓여있었지만 <오필리아의 회복을 위하여>라는 곡을 차례로 작곡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곡은 두 천재가 우연하게 공동으로 작곡을 했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세 부분을 각각 다른 작곡가가 맡아서 완성한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빈 음악계의 동료들이 한 가수의 회복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만든 곡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첫 장부터 책의 이야기를 조금 더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었다.



책 제목에는 ‘배틀’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만, 책을 읽고 나니 누가 더 뛰어난지를 가리는 승부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음악가와 작품의 매력을 발견하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작곡가와 작곡가, 연주자와 연주자를 비교하기도 했지만 작품과 작품을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베토벤의 <운명>과 <전원>이었다. <운명>은 운명과 사투를 벌인 끝에 삶을 긍정하는 베토벤의 신념을 담고 있다면, <전원>은 베토벤이 자연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같은 베토벤 음악이지만 두 음악을 들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달랐다. 이 두 작품은 1808년 12월 22일 빈의 안 데어 빈 극장에서 함께 초연되었는데, 초연된 순서로는 <전원>이 먼저였지만, 악보가 출판된 건 <운명>이 먼저였기 때문에 <운명>이 5번, <전원>이 6번이 되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을 배틀 위에 놓기도 했는데, 지상의 슈베르트와 천상의 슈베르트를 배틀시켰다. 슈베르트는 살아 있을 때 발표한 작품보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알려진 곡이 더 많기 때문에 ‘죽어서도 작곡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슈베르트는 짧은 생애에 650곡의 음악을 남겼다. 가곡뿐만 아니라 교향곡, 실내악, 소나타 등 모든 장르에서 두각을 보였던 그였다. 하지만 당시 음악가는 오페라로 성공해야 돈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는데, 그가 손댄 17편의 오페라는 모두 실패해서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못했다. 그는 베토벤 서거 1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자신의 여덟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그해, 31세라는 이른 나이에 생을 떠나게 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지금 이 서평도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들으며 쓰는 중인데, 책을 읽기 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듣고 있다.



본문에는 QR코드가 있어 핸드폰 카메라를 켠 채로 가져다 대면 그 음악 속으로 초대가 되는데, 그 음악들을 들으며 읽으면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한 방법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을 빨리빨리 읽을 수 없었던 것은 실려있는 QR코드를 하나씩 눌러보며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던 음악이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작곡가의 삶이 있다는 것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좀 더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작곡가가 어떤 상태에서, 어떤 마음으로 곡을 써냈을지에 대해 궁금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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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 마음속 걱정을 꺼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심리 글쓰기
장신웨 지음, 고보혜 옮김 / 지니의서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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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의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불안은 내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나에게 불안은계속해서 생각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요소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지내다가 언젠가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너무 지쳐있을 때가 있었다. 불안을 조금씩 덜어내면서, 조절하면서 잘 지내고 싶은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그때 만난 책이 바로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였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읽었으나, 책을 덮었을 땐 아주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한편으로는 리프레시도 될 정도로 정말 잘 읽었던 책이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불안증후군

2장, 인터넷 불안 시대

3장, 불안 탐구 생활

4장, 불안 뛰어넘기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1장부터 4장까지 나를 건드리는 부분이 참 많았다.



<1장> 불안증후군

과거의 나는 지금보다 불안이 훨씬 더 많았다. 미래를 예측해서 통제하려고 하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화가 났다. 완벽한 계획형은 아니면서, 조금이라도 오차가 발생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했다. 책에서는 라고 말한다. 내가 예상한 대로 되지 않을 것을 생각하며 나는 불안해했다. 그리고 그 불안함이 나를 살렸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걸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올바른 방법도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짧은 기간 근무를 하고 종료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남았고 후련함도 있었다. 그 뒤에 즉시 이직을 하려고 마음먹었으나, 내심 쉬고 싶은 소망도 마음속을 꽉 채웠다. 그래서 나는 짧은 쉼을 나에게 선물로 주기로 결정했다. 나는 참 열심히 산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열심히 그리고 잘, 살고 있음을 알고 있어서 그리 대수롭게 여기진 않는다. 그래도 조금은 쉼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 내게는 25일이라는 쉼이 주어졌는데, 갑자기 다른 일을 맡게 되어서 또 정신없이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쉼이 맞나 하고 의구심이 든다. 저자는 정좌하고 침묵하는 훈련을 하면서 ‘휴식조차도 이렇게 노력해야 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하는데, 나도 잠시 책을 덮고 따라 해보았는데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머릿속에는 여러 잡생각들과 해야하는 일들이 뒤섞여 나를 괴롭혔다. 아무래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을 점점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시정지, 멈춰!



책에서는 자기 확신을 키우는 간단한 방법으로 목록 작성을 추천하고 있다. 매일 자신이 완성한 일 중 성과가 있는 일 세 가지 이상 기록하는 것인데,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내가 그날 뭘 했지, 생각해보니 정말 많은 일을 했었다. 아침부터 도서관을 간 일, 책을 2시간 동안 읽고 온 일, 미뤄뒀던 세탁소를 방문한 일, 미뤄뒀던 한의원에 가서 보험 서류를 떼온 일 등등이었다. Daily to-do list가 있어 해야하는 일은 하루에 열댓 가지나 되는데, 그걸 ‘성공’이라고 이름을 붙여본 적은 없다. 완료된 일은 밑줄 긋기에 급급했을 뿐. 정말 내 일상에는 쉼표,가 필요하다.



<2장> 인터넷 불안 시대

책을 읽다가 숨을 멈추게 한 문장이 있다. 꼭 내 얘기였으니까. 내가 해야 할 목록 중에서는 기쁜 마음으로, 다정한 마음으로, 라고 시작되는 문장들이 있다. 어려운 날일수록 더 했다. 그렇게라도 내 감정을 조금이나마 통제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때는 크게 생각이 없긴 했지만, 감정이 과업이 된다는 말은 조금 슬프게 다가온다.

지금의 나를 질책하는 문장이었다. 몇 번이고 되짚고 곱씹으며 문장을 씹어삼켰다. 출퇴근에서 자유로우니 숨은 트였다. 어떤 책임감에서 벗어나니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왜 맨날 바쁘고, 맨날 할 일이 수두룩 쌓여있는 거지? 알 수 없다. 배우자는 나더러 “넌 자꾸만 일을 만들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갑자기 가슴을 찌른다. 아마 나는 잘 쉬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 같기도 하다.



<3장> 불안 탐구 생활

자주 울컥하는 마음을 달래느라 힘들었던 3장에는 라는 문장이 나온다. 나는 후자에 가까워서, 내 어린 시절을 치유하고 싶고 치유받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하다. 나는 현재를 살고 싶은데, 현재의 내 모습이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자꾸만 과거에 얽매이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그곳에 울고 있는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안타까워하고 미워할 수는 없다. 어른이 된 지금에도 나는 엄마로부터 상처에 대한 치유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영원히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며칠 전에 (너무나도 슬프게도) 비로소 완벽하게, 깨달았다. 그렇다면 나밖에 없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며 조건 없이 지지해 줄 사람은 자신이니까.  잘해 보고 싶다. 



<4장> 불안 뛰어넘기

억울한 마음이 자주 들었다. 스스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나의 말투, 행동, 태도가 유년 시절의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과거에만 머물 수는 없다. 그게 앞으로 내가 살면서 해나가야 할 과업 중 하나일 것이다.




책에서는 1장에서 4장까지 아울러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글쓰기였다. 어떤 주제라도 좋으니 내가 지금 지닌 생각, 느낌, 감정을 글로 써보라는 것이었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걱정을 꺼내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보라고 한다. 하지만 내 글은 언제나 정제되어 있다. 이제는 그때마다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쓰인 글들은 힘이 없다. 그때 나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었을까. 글쓰기 연습에는 잘 섰다는 기준은 없기에 일단 펜을 들고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글쓰기에 대해 계속 나열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중간중간 직접 써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프리 라이팅, 5분에서 10분, 멈추지 말고 계속 쓰기.


이번에 읽은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어떻게 하면 불안과 적당히 공존할 수 있는지, 불안을 행동의 에너지로 전환하고 제어할 수 있는지 방향을 제시해준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가장 중요한 것을 손에 쥔 느낌이다. 그것을 내가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탈자 161. 청소년이 정신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다는 반증이다. → 방증이다.

띄어쓰기 오류 200. 본래 착한 사람인데술주정과 폭력은 → 사람인데 술주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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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이너의 일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최인애 지음 / 꿈꾸는인생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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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공간 디자이너를 존경하고 있다. 내가 두 번의 시도에 걸쳐 포기한 직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머물렀던 것은 공간 디자이너보다는 인테리어 설계의 영역이었다. 그간 건축 설계를 수월하게 해왔으니 인테리어 설계도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여겼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기존의 공간을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흥미로웠지만, 작업을 할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동선과 시선, 균형, 비례 등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아서 시작조차 엄두조차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내가 10년간 해왔던 건축 설계는 법 테두리 안에서 큰 틀을 짜는 일이라면 인테리어 설계는 요구하는 감각의 밀도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 설계는 법과 구조의 영역이라면 인테리어 설계는 감각의 영역인 셈이었다.



나는 공간을 잘 꾸밀 줄 아는 사람이 못되어서 ‘여백의 미’라는 핑계를 대고 아무것도 두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도전했던 인테리어 설계와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와 별개로 공간을 잘 꾸밀 줄 아는 것도 능력이고 실력이라는 생각을, 근래에 부쩍 하게 된다. 똑같이 찍어낸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거주하는 사람에 따라 가구의 배치와 공간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다르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책이 『공간 디자이너의 일』이다.



『공간 디자이너의 일』은 공간이 만들어지고 바뀌는 과정에서 제일선에 선 사람의 경험담이자 고백으로 만들어졌다. 저자는 인테리어 업계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받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나 역시도 건축이나 인테리어 업체의 견적서, 세부내역서를 받아볼 때마다 이게 맞는 견적이냐고 눈을 가늘게 뜰 일이 많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열었다.



책에서는 이라는 말은 적확한 말이었다. 그러려면 그 공간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애정도 있어야 한다. 저자가 카페 덕희를 리모델링할 때 신나게, 즐겁게, 행복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리모델링했던 카페의 before&after 도면이 페이지 한 면에 실려있어 궁금해져 카페덕희 후기를 찾아보게 되었다. 전과 후를 비교하기 위해서 옵션에 기간까지 설정하며 검색했는데, 답답해보이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동선이 좀 더 자유롭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 책을 보고 난 뒤에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흐흣) 결국 공간이라는 것은 단순히 예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공간은 예쁘지만 불편함을 느낀다면 다시 찾지 않게 된다. 책의 비주얼은 한 번 오게 만들고, 설비와 동선은 다시 오게 만든다.는 말이 이를 명확하게 뒷받침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안타까웠던 부분은, “반장님, 저 아가씨 아니에요.”라는 말에 “그럼 아저씨예요?”라고 되묻는 대목이었다.


내가 처음 안전관리자를 시작했을 때, 누군가 나에게 아가씨가 어쩌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에서는 여자든 남자든 최소 기사,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이 있을 텐데요. 잘 모르시면 대리라고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했더니, “그러다가 현장소장이면 어떡해~”라고 한껏 조롱 섞인 말로 대꾸하기에, “아유, 대리랑 현장소장도 구분 못해요? 현장 짬밥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걸 누굴 탓해요. 창피한 줄 아셔야지.”라고 말하니 주변 사람들이 와하하 웃으셨다. 물론 지금은 “아가씨는 룸살롱에서나 찾으시고요.”라고 대꾸한다. 한번은 보조관리자(여성이었음)에게 커피 좀 타라고 하길래 “손이 없어요, 손가락이 없어요? 커피탈 줄 모르면 마시지를 마세요.”라고 한다. 아직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을 여럿 마주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건설 현장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규제가 좀 있고 안전관리자라는 직책도 무시할 수 없기에 근로자들은 대체로 지시에 잘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현장의 근로자들은 규제가 크지 않고 그들을 상대하기가 만만치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개인 대 개인으로 이루어지는 작업 지시가 많으니 저자가 겪었을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공간 디자이너는 건설 현장의 현장소장, 공사, 공무, 안전에 이르기까지 총괄하는 역할을 전부 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물며 건설에서는 건축과 전기, 통신, 소방이 분리발주가 되어있기라도 하지, 공간 디자이너는 이런 세부 공정까지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생소한 공정이나 복잡한 설비 라인을 만나면 일단 들여다보고 파고드는 습관, 겉으로 보이는 마감재보다 구조적 본질을 먼저 떠올리는 버릇을 가진 저자의 전문성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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