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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클래식 배틀
이채훈 지음 / 혜지원 / 2026년 10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라디오 클래식FM을 들으며 클래식에 입문했다. 클래식을 많이 아는 것도 아니라 듣는 것만 듣고 아는 것만 알지만 들을 때마다 어지러운 마음을 잠잠하게 만들어주고 마음을 달래주는 음악들이 생겨서 찾아서 듣곤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선으로 클래식을 바라본다는 이 책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첫 장부터 흥미가 생겼다. 살리에리와 모차르트라니! 영화 《아마데우스》가 두 사람을 극단적인 라이벌 관계로 묘사했다. 두 사람은 음악으로는 경쟁하는 위치에 놓여있었지만 <오필리아의 회복을 위하여>라는 곡을 차례로 작곡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곡은 두 천재가 우연하게 공동으로 작곡을 했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세 부분을 각각 다른 작곡가가 맡아서 완성한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빈 음악계의 동료들이 한 가수의 회복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만든 곡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첫 장부터 책의 이야기를 조금 더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었다.
책 제목에는 ‘배틀’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만, 책을 읽고 나니 누가 더 뛰어난지를 가리는 승부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음악가와 작품의 매력을 발견하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작곡가와 작곡가, 연주자와 연주자를 비교하기도 했지만 작품과 작품을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베토벤의 <운명>과 <전원>이었다. <운명>은 운명과 사투를 벌인 끝에 삶을 긍정하는 베토벤의 신념을 담고 있다면, <전원>은 베토벤이 자연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같은 베토벤 음악이지만 두 음악을 들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달랐다. 이 두 작품은 1808년 12월 22일 빈의 안 데어 빈 극장에서 함께 초연되었는데, 초연된 순서로는 <전원>이 먼저였지만, 악보가 출판된 건 <운명>이 먼저였기 때문에 <운명>이 5번, <전원>이 6번이 되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을 배틀 위에 놓기도 했는데, 지상의 슈베르트와 천상의 슈베르트를 배틀시켰다. 슈베르트는 살아 있을 때 발표한 작품보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알려진 곡이 더 많기 때문에 ‘죽어서도 작곡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슈베르트는 짧은 생애에 650곡의 음악을 남겼다. 가곡뿐만 아니라 교향곡, 실내악, 소나타 등 모든 장르에서 두각을 보였던 그였다. 하지만 당시 음악가는 오페라로 성공해야 돈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는데, 그가 손댄 17편의 오페라는 모두 실패해서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못했다. 그는 베토벤 서거 1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자신의 여덟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그해, 31세라는 이른 나이에 생을 떠나게 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지금 이 서평도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들으며 쓰는 중인데, 책을 읽기 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듣고 있다.
본문에는 QR코드가 있어 핸드폰 카메라를 켠 채로 가져다 대면 그 음악 속으로 초대가 되는데, 그 음악들을 들으며 읽으면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한 방법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을 빨리빨리 읽을 수 없었던 것은 실려있는 QR코드를 하나씩 눌러보며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던 음악이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작곡가의 삶이 있다는 것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좀 더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작곡가가 어떤 상태에서, 어떤 마음으로 곡을 써냈을지에 대해 궁금해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