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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는 날의 별난 모험 - 걷고 헤매고 엉뚱하게 생각하며 건져 올린 삶의 경이
G.K. 체스터턴 지음, 지콜론북 편집부 편역 / 지콜론북 / 2026년 9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몇년 전,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바뀌는 것을 우리 모두는 경험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도 덩달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간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그것들을 누리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러한 생활에 적응하는 동안에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19가 잠잠해졌다. 그러면서 우리의 일상들에는 다시 놓치는 것들이 우리가 모르는 새에 쌓여가고 있었다.
160. 삶의 당혹스러움은 그 안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일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것들이 너무 많다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가 하찮다고 부르는 것들은 실은 수많은 이야기의 끄트머리다. 평범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은 만 개의 짜릿한 탐정 소설을 숟가락으로 마구 뒤섞어 놓은 것과 같다.
『별일 없는 날의 별난 모험』은 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고 있을까, 오늘 하루 중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되짚어보게 하는 책이다. <엄청난 사소함>에서는 거인이 된 폴과 난쟁이가 된 피터의 사례를 들며 인생의 경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분필 한 조각>에서는 흰색은 엄연한 하나의 색이라는 사실을 역설하기도 하고, <기이한 마부>에서는 인간은 내가 무언가를 안다는 것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2페니의 비극>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시골을 가로지르는 마차 여행>에서는 숭고한 경험의 값을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지를 묻고, <세상의 끝>에서는 타국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늠해본다.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던 것은 <뒤집힌 나라에서>였다.이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생각의 방향 자체를 의심하게 한다. 수단이 목적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목적과 수단의 위치가 뒤바뀌고, 그 뒤바뀐 생각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덧칠하다 보면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사람은 모든 것을 거꾸로 묻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을 위해 제도가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제도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가?”라고 묻게 되는 것처럼.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졌던 질문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16. 우리는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에 맹렬하게 집중함으로써, 평험한 일상을 하나의 모험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몹시 편안하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경이로운 것들과 모험들이 파리 떼처럼 내게 내려앉도록 내버려둘 것이다. 장담하건대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얼마든지 널려 있다. 세상에 경이로운 것들이 부족해서 궁핍해지는 법은 결코 없다. 오직 경이감이 부족해서 궁핍해질 뿐이다.
주위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사실은 수많은 이야기와 모험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눈을 쉬게 두지 말고, 너무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니라, 그것을 발견하려는 마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