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사회 생활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청안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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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분명 내 목소리를 내고자 했는데, 그 목소리가 누군가‘들’을 대변하게 된 게 아닐까. 왜 그 사람들은 나로 인해 통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뒤로 빠져있고 나만 이렇게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 나는 흔히 말하는 총대를 매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불편했고, 그게 개선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었다. 결국 나는 마음의 병을 안기 직전에 퇴사를 통보했고, 지금도 누군가‘들’은 그곳에 남아 마음의 병을 키우고 있다. 그러면서 연락을 한다. “저 원형탈모 생겼어요.”




22. 나는 문제가 생기면 숨거나 회피하기보다 정면돌파를 택하는 쪽이다. 그렇다고 싸우는 것을 즐기진 않는데, 꼭 해야 될 말이라고 판단했다면 참고 앓느니 저지르고 아파하는 쪽을 택했다. 후회했다고 생각했지만 참았다면 더 많이 후회했을 것이다. 참지 않고 말한 쪽이 후련했다. 결과는 내가 책임지면 된다.


책임을 진다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까지의 직책은 내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였다. 협의를 하고 그것에 맞게 따라가면 되었다. 그러다가 업무가 바뀌면서 책임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그런 나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다 책임져줄게.”라고 말하는 총괄책임자의 밑에서 성실하게, 또 원리원칙대로 업무를 수행하다가, “그걸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 안 해도 돼~”라는 총괄책임자로 바뀌면서 나는 혼란이 많이 일었다. CSI(construction safety management integrated information,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에 응당 올려야하는 것들을 올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그것에 대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모든 것이 초토화되는 상황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 고용노동부 안 나와~ 나는 이제까지 한 번도 안 나왔어.” “그거 안 해도 돼~”라며 안일하게 대처하는 관리자‘들’의 모습들을 보며 근로자들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럼에도 내가 그곳에서 계속 건의를 했던 까닭은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함과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 둘 모두였으나 나는 실패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다들 말했다. 이곳에 있으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그때마다 대답했다. 나 역시 공무, 공사, 설계에 있으면 마음 놓고 있을 텐데, 법정관리자로 선임되어 있으니 매일매일이 살얼음판 같다고. 과녁에 화살을 쏘는데 근처도 가지 못하고 다 빗나가는 것만 보고 있어 한편으로는 초라해진다고. 이곳에 있다가는 나 역시 무디고 노둔한 인간이 될 것 같아 있을 수 없을 것 같다고.





42. 회사(상사)는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43.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을 맡길 때부터 마음을 턱 놓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당연지사 좋을 것이고,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없는 사람이 좋을 것이다. 경영자나 상사의 입장에서 맡긴 사람의 마음이 불안하지 않고 일의 마무리도 좋을 때, 회사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일을 하려고 했으나 몇몇의 관리자는 스트레스받지 말고 마음 편.하.게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 총괄책임자는 그런 나의 사직 이유로 현장부적응을 들었다. 44. 회사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좋은 게 좋다’식의 태도는 없앤다. 단호해진다.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본다. 그리고 결과를 맺는다. 덧붙여서 내 주관 업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나와 관련된 이이라면 일의 진척 상황을 체크하면 좋다. 예외는 있었다. 내가 직전에 있던 회사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사람을 원했다. 이전 관리자와 비교하며 그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고 나를 깎아내리려 하여 결국에는 나도 위험성평가와 환경보전비 작성자에 안전관리자 이름을 넣는 자기 업무도 모르는 등신같은 안전관리자와 그걸 자각하지 못하고 서명하는 총괄책임자의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대꾸하고 퇴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퇴사하는 그 순간까지도, 어리석은 관리자들은 언젠가 지금의 생각을 뜯어고칠 일이 생겼으면 좋겠지만 이 현장이 준공 때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고 지금도 그렇다.




50. 직급이 올라갈수록 월급을 많이 받는 이유는 책임질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고,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나는 스물두 살 12월에 첫 직장을 가졌다. 그때보다 지금의 급여는 무려 5배 가까이 올랐으나 결국 그만큼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오래전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나의 아빠는 개인사업자로 직장 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돈을 많이 벌어 올수록 몸이 고단한 일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맡은 업무에 진정성과 책임감을 부여하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며 업무에 대해 늘 고민한다.




나는 내가 지금 이렇게 부딪히고 깨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흔 즈음이 되면 사회생활을 좀 더 노련하고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이런 제목의 책에 눈길을 주고 책장을 열어 읽게 되는 걸 발견하고 세상 사는 게 참 녹록지가 않네.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놓쳤던 부분들과 반성할 부분, 앞으로의 업무를 하려면(결국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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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팔면서 인생을 배웁니다 -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살아내는 힘
떡볶이 사장 도 여사(도정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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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타인의 급여에 대해 관심이 없는 편이라 굳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떡볶이를 팔아 월 천만 원을 번다는 이야기에도 솔깃하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일을 ‘재미있게’ 그러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난 지금도 직장을 구할 때 여전히 네임 밸류를, 급여를, 복리후생을 따지고 있지만 결국은 일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른다. 일을 재미로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냐고 타박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내가 어리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조금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남편 덕분에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나의 입장에서 일은 단순해야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계발이어야했고 어떤 의미에서는 재미도 있어야했다.

대전 오매불떡에서 떡볶이 장사를 한다는 도정미 사장님.

떡볶이는 어떻게 보면 정말 참신하지 않은 메뉴 중 하나다. 그런데 그 떡볶이가 맛있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몇 년 전에 알고 난 뒤 나는 지역을 옮겨 다닐 때마다 떡볶이를 찾아다녔다. 와, 떡볶이 맛있는 곳을 찾기가 이렇게 힘이 든다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대전 대화동 할머니떡볶이가 생각났다. 초등학생 때부터 다녔는데 아직도 하시는 걸까 사뭇 궁금해진다. j랑 갔을 땐 j는 특별한 걸 느끼지 못했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친구들과 오손도손 함께 먹던 추억의 맛이다. 여름에는 선풍기 두 대가 돌아가지만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던 그 떡볶이. 그리고 찾은 곳은 대구 아양교에 있는 섹시떡볶이였다. 대구에 있는 동안 일주일에 한두번은 사먹었는데 직장이 멀어지면서 드문드문 찾아갔던 그 떡볶이집.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타 지역으로 이사를 오게 된 나는 다시 떡볶이 방랑자가 되었다. 하하.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마 저자의 떡볶이집도 누군가에게는 나처럼 이렇게 추억을 몽글몽글 떠올릴 그런 떡볶이집일 것 같아서다. 웃으면서 반겨주는 떡볶이사장님-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빨간 모자를 쓴 저자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구나 생각했다. 누구나 일을 하면서 잘 되는 날이 있고 아닌 날이 있는데, (물론 컨디션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일은 ‘준비’하고 ‘대응’하며 ‘고심’해서 ‘최선’을 찾아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발판 삼아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식당 사장님들 중 본인이 하는 동종업종의 식당을 찾아간다고 말하는 걸 종종 들은 적이 있다. 저자 역시 떡볶이집을 부러 찾아가서 하나하나 배울 점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익히고 와서 본인에게 대입하여 실천을 했다.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실천을 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대단하다고 느꼈다. 사탕이나 머리끈, 쓰레기봉투, 테이블보를 상황에 맞게 동봉하고 리뷰에 정성스레 댓글을 달고 배달기사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결국 사람들이 함께 복작이며 살아간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우리는 결국 모르는 타인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애정을 받는다. 그 따스함의 잔향은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깊이 남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웃음이 되고 위로가 되는 따듯한 날들을 꿈꾼다.


며칠 전에 집 앞에 푸드트럭으로 순대가 왔다. 그날은 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전에 없이 순대 사장님께 “오늘 와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했는데 오히려 사장님이 감동했다고,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있자니 이사를 오기 전에 들러서 감사 인사를 전해야지 생각은 했지만 결국 일정이 꼬여 들르지 못했던 떡볶이집 사장님께 문자를 드렸고, 답이 왔다.

/ 난 지금 떡볶이가 먹고 싶다. 그리고 오늘은 푸드트럭 순대가 오는 날이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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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난 여기 있단다
안 에르보 지음, 이경혜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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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달 전 할머니를 잃었다. 그리고 얼마 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꿈에 나왔다. 다 함께 여행을 가는 꿈이었고, 할머니는 전에 없이 정정하게 걸어 다니셨다. 할머니를 업어야 한다는 내 말에 할머니는 괜찮다고 했다. 왜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내 꿈에 나왔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그때는 내가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극도로 치달을 때이기도 했는데 그날은 온종일 싱글생글 웃으며 지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퇴근길에 MC몽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제목은 죽도록 사랑해였는데, 마지막에 한 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게 사세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요. 보고 싶어요.’ 라는 말에 나는 울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나도 내 할머니 보고 싶어서 그 말에, “나도-”라고 말해버렸으니까. 그리고 그날, j와 저녁을 먹으며 그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고 하면서 또 울어버렸다.



나는 할머니한테 못된 말만 많이 했다. 할머니는 왜 엄마를 낳아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해. 할머니 때문이야. 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는 못된 손녀. 내가 힘들다고 할머니 탓을 많이 했다. 할머니는 발광하네,라고 하면서도 그 말들을 다 받아줬다.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할머니!” 하고 부르면 총 열 명의 손주가 있는데도 거의 대부분을 “리라냐?”하고 물으셨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내게 고맙다는 말만 하셨다. 또 와- 라고 말하던 할머니였는데, 정작 나는 할머니한테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그게 그렇게 마음에 사무친다.




책 「언제나 난 여기 있단다」는 “언제 올 거야, 할머니?” 하고 묻는 손주의 말에 대답해주는 책이었다. 몇 번이고 읽으면서 나는 내 주변을 둘러보고 정돈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그곳에 있을 것 같아서. 책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는 어쩌면 할머니가 새로 변해서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창문을 활짝 열고 지냈다. 할머니가 있을 때는 그렇게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할머니를 보내면서도 그렇게 많이 울지 않았는데, 지금은 할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선다.



할머니, 몇 년 전에 손주사우가 맹장수술한다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무섭다고 했을 때 할머니가 전화 안 끊고 내 말 다 들어준 걸 기억하고 있어. 할머니도 알잖아, 그렇게 무서웠을 때 막상 나는 전화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는걸. 할머니, 하늘에서 보는 나는 참 헛똑똑이지? 그래서 꿈에 놀러온 거지? 할머니, 내가 무섭고 힘들어할 때 꿈에 나와줘서 고마워. 그날은 할아버지랑 할머니 덕분에 온종일 기분이 좋았어.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만이라도 나 웃게 해주려고 나왔나 싶었어. 나 열심히, 잘 살게. 그러다가 힘들면 또 와줘. 또 만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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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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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는 내내 뭔가 자꾸 생각이 나서 그게 뭘까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명료해졌다. 구병모 작가의 <한 스푼의 시간>에서의 은결이었다. 문장들로만 봐서는 감정이 있는 로봇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아니라 은결은 로봇이었지. 로봇인 것을 사람들이 다 알았고.


로봇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니 집에 들인 물건 중 로봇청소기를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자기 집도 못 찾아가고 자꾸 헛돌아서 굉장히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청소를 시키고 집에 돌아와보니 청소를 다 끝내고 충전단자에 앉아 충전을 다한 흰둥이를 보면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물론 지금도 가끔 제 집을 찾지 못해 충전단자로 옮겨달라고 해서 귀찮아죽겠지만)


최근에 AI가 30시간 만에 책을 썼다는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보게 되었다. 그 책이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그렇지만, 나는 끝내 보지 못했다. 그것을 보는 것이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 자존심의 영역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로봇 따위가 써내는 문장들에 감탄하는 어리석은 짓을 범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존심은 언제까지 지켜질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어디까지나 로봇의 역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도와주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특히나 3D 업종인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로봇이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지게 된다면? 그도 아니면 인간인지 로봇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달마는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것을 이야기했다. 나 역시 한때는, 아니 지금도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들을 줄이고 싶다. 특히나 감정적인 부분에서. 하지만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을 감내해내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린다면 그것을 인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간,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결국 나는 .에 대해 머무르게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 에 대해서도.


내 사춘기는 어쩌면 20대 후반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도대체 누구지? 뭐 하는 사람이지? 앞으로 뭐가 되고 싶지?” 이 물음을 10개 아닌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줄곧 생각하고 있는 나는 여전히 지금도 매 순간 그 물음들을 끌어안고 지내면서 내가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삶은 끊임없는 자아탐구이며 어쩌면 나는 내가 알던 내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늘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나로 바로 설 수 있어야 하는 것인 까닭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매 순간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무척이나 고역에 해당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각자 나름의 험난한 시간들을 거쳐 살아온 나 자신에게 박수라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203. “우리는 모두 탄생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한 편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나는 운명 따위를 믿지는 않지만 죽는다는 것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줄곧 생각해왔었고 독서모임에서도 그렇게 말했는데, 바로 그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게 되었다. 나는 그 말을 내뱉은 날이 하필이면 그날이어서, j에게 내 입을 꿰매어버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세상에는 우연 같은 죽음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죽음이야말로 인간의 영역으로 할 수 없는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죽음에 대해, 영원한 이별에 대해 가지를 뻗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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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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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 살았던 순간들을 곱씹어 본다. 나는 전에는 절대 이해하지 못했던 나의 아빠의 말인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도 이제는 말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방인,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내가 느낀 감정은 처연하면서 잔혹한 상태가 되어버렸던 나를, 나는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방인이라는 말은 어쩌면 평생토록 나를 따라다닐 이름과도 같다. 나의 모습은 언제나 같은 것 같지만 이곳에서와 저곳에서 다른 다중적인 인간이기도 한데, 그런 나에게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주는 이들 덕에 녹록지 않은 이방인의 삶도 즐거이 지내고 있다는 것을 처음 느껴보았기에 나는 이방인이 된 나를 가엾게만 여기지 않기로 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그래서 읽고 싶지 않았다.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순간들을 열렬하게 부정하고 부정하고 또 부정했던 날들을 지내면서 구태여 부랑자(라고 말해도 된다면)가 된 타인의 모습을 읽어내려가고 싶지가 않았던 탓이었다. 제목만으로 유추하는 것은 이래서 위험하다. 하지만, 허공을 부유하는 이방인이라는 단어를 떨쳐낼 수는 없었다. 책을 읽고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오랜 시간 동안 방치해둔 이유이기도 하다.




27. 

에서 느껴지는 문장이 이 책의 전부가 된다는 사실을, 읽은 독자라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방인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 뫼르소의 짧은 날들을 기록했다.

1부_ 양로원에 모신 엄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을 치른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다가 이웃인 레몽과 연관된 아랍인 중 한 명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것.


2부_ 재판을 받는 뫼르소




이 책을 읽고 고등학교 시절의 동아리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의 아버지가 아주 오랫동안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입원해계셨고 그 친구는 그 영향을 받아 간호대학교를 졸업하여 간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몇 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친구는 장례식장에서 슬퍼했고 장례식이 끝난 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게 과연 도덕성에 위배되는 일인가? 나는 당시에 친구를 봐도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삼을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친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뫼르소는 어머니의 시신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는 등의 행동과 눈물은커녕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며 그 이후의 유희들로 인해 도덕성 결여라고 판단하고 그것이 ‘살인을 저지르기에 충분한 인간’으로 분류되면서 결국 그는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위해 어떤 변호를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다. 단지 태양 때문에, 살인을 했다고 했다. 그가 자신을 변호했다면 끝은 좀 달랐을까.





139. “도대체 피고인은 어머니를 매장했기 때문에 기소된 겁니까,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기소된 겁니까?”


그렇지만, 나는 뫼르소를 책으로 읽었기에 이렇게 말할 수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의도적으로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너무나도 분명하게 태양 때문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내막을 모른다면 그가 의도적으로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었을까? 나 역시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더라, 그런데 그가 최근에 이런 행동을 했다더라라는 말들을 듣게 되면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할 것임을 분명하게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재판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됐다.고 말하면서도 두 가지의 생각이 자꾸만 충돌한다.

인간은 자신의 신조대로 사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행동이, 나의 말이, 나의 눈빛이, 나의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나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결국 인간은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곁에 두고 오래도록 재독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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