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팔면서 인생을 배웁니다 -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살아내는 힘
떡볶이 사장 도 여사(도정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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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타인의 급여에 대해 관심이 없는 편이라 굳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떡볶이를 팔아 월 천만 원을 번다는 이야기에도 솔깃하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일을 ‘재미있게’ 그러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난 지금도 직장을 구할 때 여전히 네임 밸류를, 급여를, 복리후생을 따지고 있지만 결국은 일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른다. 일을 재미로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냐고 타박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내가 어리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조금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남편 덕분에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나의 입장에서 일은 단순해야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계발이어야했고 어떤 의미에서는 재미도 있어야했다.

대전 오매불떡에서 떡볶이 장사를 한다는 도정미 사장님.

떡볶이는 어떻게 보면 정말 참신하지 않은 메뉴 중 하나다. 그런데 그 떡볶이가 맛있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몇 년 전에 알고 난 뒤 나는 지역을 옮겨 다닐 때마다 떡볶이를 찾아다녔다. 와, 떡볶이 맛있는 곳을 찾기가 이렇게 힘이 든다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대전 대화동 할머니떡볶이가 생각났다. 초등학생 때부터 다녔는데 아직도 하시는 걸까 사뭇 궁금해진다. j랑 갔을 땐 j는 특별한 걸 느끼지 못했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친구들과 오손도손 함께 먹던 추억의 맛이다. 여름에는 선풍기 두 대가 돌아가지만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던 그 떡볶이. 그리고 찾은 곳은 대구 아양교에 있는 섹시떡볶이였다. 대구에 있는 동안 일주일에 한두번은 사먹었는데 직장이 멀어지면서 드문드문 찾아갔던 그 떡볶이집.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타 지역으로 이사를 오게 된 나는 다시 떡볶이 방랑자가 되었다. 하하.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마 저자의 떡볶이집도 누군가에게는 나처럼 이렇게 추억을 몽글몽글 떠올릴 그런 떡볶이집일 것 같아서다. 웃으면서 반겨주는 떡볶이사장님-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빨간 모자를 쓴 저자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구나 생각했다. 누구나 일을 하면서 잘 되는 날이 있고 아닌 날이 있는데, (물론 컨디션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일은 ‘준비’하고 ‘대응’하며 ‘고심’해서 ‘최선’을 찾아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발판 삼아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식당 사장님들 중 본인이 하는 동종업종의 식당을 찾아간다고 말하는 걸 종종 들은 적이 있다. 저자 역시 떡볶이집을 부러 찾아가서 하나하나 배울 점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익히고 와서 본인에게 대입하여 실천을 했다.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실천을 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대단하다고 느꼈다. 사탕이나 머리끈, 쓰레기봉투, 테이블보를 상황에 맞게 동봉하고 리뷰에 정성스레 댓글을 달고 배달기사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결국 사람들이 함께 복작이며 살아간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우리는 결국 모르는 타인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애정을 받는다. 그 따스함의 잔향은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깊이 남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웃음이 되고 위로가 되는 따듯한 날들을 꿈꾼다.


며칠 전에 집 앞에 푸드트럭으로 순대가 왔다. 그날은 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전에 없이 순대 사장님께 “오늘 와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했는데 오히려 사장님이 감동했다고,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있자니 이사를 오기 전에 들러서 감사 인사를 전해야지 생각은 했지만 결국 일정이 꼬여 들르지 못했던 떡볶이집 사장님께 문자를 드렸고, 답이 왔다.

/ 난 지금 떡볶이가 먹고 싶다. 그리고 오늘은 푸드트럭 순대가 오는 날이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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