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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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라는 시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는 문장으로 거침없이 몰아치는 마음 속의 파도를 잔잔하게 어를 수 있을 만큼 막연한 외로움에 허덕이는 나를 잡아끌어준 시인, 정호승, 그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로 쓰는 네번째 동화 『의자』로  우리의 심금을 흔들어놓으려 하고 있음에 책의 표지에 있는 소년을 호기 잔뜩 부풀린 눈빛으로 어루어만져본다. 소년의 초상화는 손사레 칠 정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자칫 거부감이 들 수 있을 만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고 그보다 동화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는다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다 읽은 지금 다시 바라보니 사랑이 결여된 현대인들을 바라보는 짙은 안타까움을 표현해내는 것이 아닐런지 슬몃 생각해보지만, 표지뿐만이 아닌 책의 중간중간에 가미된 일러스트까지도 하나같이 신비로움을 내포하고 있는 까닭에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비목어, 난초, 풀꽃, 소나무, 바람, 제비꽃, 해어화, 해어견, 명태, 망아지, 주춧돌, 옥구슬, 실, 암탉, 종이배, 우제어, 기파조 ······, 사물을 의인화하여 사랑이 결여된 우리네 삶의 퍽퍽함을 26편의 동화를 통해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흔히 ‘너는 너, 나는 나’라고 생각하는 현대인에게 하나의 눈만 가져 헤엄을 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기만 하는, 짝을 만나야 비로소 헤엄칠 수 있는 「비목어」, 바람이 불어야만 청명한 소리를 낼 수 있는 「풍경소리」, 하나로서는 불필요한 옥구슬과 실이 주인공인 「슬픈 목걸이, 한 몸뚱아리에 머리가 둘 달린 기파조, 왼손과 오른손이 협력하여야만 일을 해낼 수 있음을 강조하는 「왼손과 오른손」등을 통하여 ‘네가 있으니, 내가 있는 것이다’라는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규정짓고는 그 가르침을 정호승 시인의 맑은 영혼에서 나오는 노랫가락처럼 동화로 표현하여 현대인들이 다가가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간극을 허용하여 그것을 빌미삼아 조심스레 파고든다.

 

 

 

나는 작품해설을 읽을 때마다 자신의 책이 아니기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끌어모아 짜집기를 하여 간혹 어색한 문장들을 마주할 때도 있고, 비평가 중에서는 독자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어려운 말들을 써가는 동시에 장황하기까지 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흩뜨리게 만드는 경향도 더러 있음에 되도록이면 작품해설은 읽지 않는 편이다. 또한 그 뿐만이 아니고서라도 책은 오롯이 읽는 독자의 생각대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이끌어온 내 상상들을 한번에 깨뜨리기 싫은 것, 그것은 내가 읽는 것은 몇 년 전처럼 수능의 언어과목을 잘 보기 위해 그 책의 의도를 파악해야하는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도 작품해설을 읽지 않는 것에 일조하는데 한몫 거든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작품해석을 읽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26편의 이야기를 다 접하고 나서 왠지 모를 허전함때문이었다. 게다가 「담쟁이」라는 시를 스케줄러의 맨 앞장에 적어놓아 고3시절의 일년을 위로해주던 이, 도종환 시인이라는 이유였다. 도종환 시인을 작품해설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고, 정호승 시인의 작품에 한발 더 다가가게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그는 ‘정호승 시인의 동화나라’에 온 것이 행복하다고 그리 쓰고 있었는데, 그의 동화나라라, 참 감칠맛나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작품해설은 꼭 거기까지일 뿐, 더 이상은 얻어낼 수도 없었음이 서글프다. 
  
  
   

 


책으로 다시 돌아와서 정호승 시인, 그는 「작가의 말」에서 사랑은 결국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사랑은 사랑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며 이 책은 동화의 방법으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하여 쓴 책입니다. 라고 독자들에게 조곤조곤 일러주고 있음에 동화를 읽고 있으면서도 사랑과 연관짓겠다며 가진 애를 쓰며 읽던 나였다. 하지만 두번 째, 세번 째······. 억지로 짜맞추지 않아도 읽으면 읽을 수록 언저리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머물고 있음이 느껴진다. 샘물을 앞에 놓고 이것은 환상이라며 눈을 비비고 귀를 막아 현실을 부인하고자 하여 목이 말라 죽어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타자가 아닌 바로 내가 아닌지, 짤막한 동화 한편에 많은 생각이 교차되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한번에 후루룩 다 마시듯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기울이면 바닥이 보이는 커피처럼, 그렇게 아껴서 읽고 싶어지고, 또 그래야 하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 정호승의 어른들이 읽는 동화,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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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인간관계 핵심스킬 - 사람과 성공을 얻는 5가지 스킬
데일 카네기 연구소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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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읽기 전부터 지레 겁먹었었던 까닭은 329p라는 생각보다 두꺼웠던 책의 장수였다. 소설이면 이까이꺼 훗, 하며 읽어주었을텐데 나에게 있어 어떤 분야보다 취약하고 늘 재미없게 읽는 자기계발이니 더디고, 더디고, 또 더딜 수밖에. 하지만 자기계발임을 알고서도 이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데일 카네기라는 그의 명성을 귀가 간질간질거릴 만큼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 그 때문이었다. 게다가 띠지인 척 하고 있는 표지엔 '인간관계와 직장생활 성공법칙'이라는 것을 보았던 것이 데일 카네기라는 명성보다 나를 더 사로잡았던 까닭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지금 이 곳에서 일을 시작한지 9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함께 일하는 현장감리 박부장의 행동은 고집스런 나를 더욱 고집불통인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난 가끔 그와 상반되는 의견을 주고 받을 때면 내가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귀를 막고 눈을 막고 마음을 막아버린다. 그와 나는 9개월을 그렇게 지내고 있다. 간혹 현장에서 노무자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가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서로의 약점을 물어뜯고 할퀴는 것을 생각해내고는 그런 마음도 금세 슥슥 지워버린다.

 

 

 

예를 들면 현장에서 이런저런 사건들이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데, 나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면 나는 당연히 발끈하고 그것은 무서우리 만큼 격한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그는 나이를 운운해가며 나의 말문을 틀어막고, 상사라는 이름을 들먹여가며 내게 있는 약점을 꼬집고, 자신이 말하는 것에 있어 무조건 예예, 거리며 복종하는 여자인 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군대식으로 나를 몰아붙인다. 전에 여사원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리 못하겠다고, 모든 건 사장님 결제를 통해 들어가는 것이니 사장님이랑 결정하시고 전달해주세요, 라고 이야길 하면 그는 리라씨는 참 피곤한 사람이야. 라고 이야길 한다. 그와 나의 문제점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러니까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인 셈이다. 한 사무실에서 있으면 냉기가 감도는 그와 나의 직장생활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대화의 기술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데일 카네기, 그의 책을 이제서야 두 손에 억지로 구겨넣고는 만만찮은 빽빽한 활자들에 질려 한숨을 폭폭 쉬며, 첫 문장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인다.

 

 

 

자기주장은 토론대회가 아니다. 최선의 방어가 훌륭한 공격이 되는 전쟁터도 아니다. 자기주장이란 여러분을 과소평가하려는 상대방의 경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행동, 동기, 혹은 의견을 방어하는 일이다. (p39) 자기주장[自己主張]이라는 것이 사전에는 자기의 의견이나 생각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일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가 박박 우기고 있는 자기주장이라는 것은 '목소리만 크면 이기는 세상'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곧 그것은 하나의 격언으로 자리메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자기주장을 말할 때에 위처럼 명시하고 있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애매모호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자기주장이 상대방의 권유, 회유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정을 생각한다면 저렇게 한마디로 딱 부러지게 명시하기엔 조금 무리수가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서로 자기주장을 내세울 때 최선의 방책은 “이 문제에 대한 제 입장은 변함없습니다. 일단 우리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화를 진행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시하는 것인데, 서로가 타협할 만한 타협안을 찾지 못했을 때 제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문장이었다.

 

 

 

실은 나는 책을 읽으며 나와 너무 상반되는 직장환경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 활자가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을 뿐더러, 자꾸만 답답한 마음에 책을 덮고 싶어지고, 그럴 때마다 소리내어 읽도록 나 자신을 강요하였지만, 소리내 읽어도 마음에 남는 것이 딱히 없다. 그러나 그 중, "만일 인간이 듣기보다 더 많이 말하도록 창조되었다면 두 개의 입과 한 개의 귀를 가졌을 것이다." -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을 응용하며 설명을 했을 때 비로소 아, 내가 조금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 역시도 상대방과 의견이 대립되면 내 의견만을 내뱉지, 상대의 말은 제대로 경청하지도 않고 무조건 마음에 벽을 내 키를 훌쩍 넘어버릴 만큼 쌓아두고는 상대가 말할 때 난 그 벽에 기대어 잠만 자는 꼴이 되어버릴 때가 무수히 많기 때문에 늘 고쳐야지, 했던 것이었다. 경청을 할 때에 잘못 된 것은 「자신과 비교하는 것,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 필터링」 이와 같은 세가지가 주 원인이 된다 하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늘 상대방이 “나 ~했어”라고 하면 나도 속으론 ‘나도 했었는데’라며 뇌까리고, 상대방이 말한 그대로를 믿질 않은 채, 실은 그렇지 않잖아.라고 반박하기도 하고,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기도 했다. 난 「적극적 경청」을 읽을 때,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이기적인 대화법을 주도해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라고 느끼며 헛헛해진 마음 속에 차가운 가을 바람이 들이 닥쳤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나와 상관이 없다기 보다는 나의 상황과는 별개,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중하기 어려웠고 아무리 좋은 말이 한가득 있어도 여전히 자기계발서는 자기계발서다, 라는 생각이 더욱 굳건해진 책이었다. 명성만큼이나 자자하게 나를 변화를 주는 영향까지는 끼치지는 못할지언정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적어도 자기계발서를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었다,라고 마침표를 찍게 해주기를 바랐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다른 것과 똑같아보이는 이 책의 느낌은 내가 그동안 한번 접해보고 싶어하였던 책이 맞나, 하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실망스러웠다는 것을 쓰며 이 책 서평의 마침표를 붙여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떠한 책 한 권으로 규정되어지는 관계라면 그것보다 애석한 일은 없을거라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는 각기 나름대로의 성격이나 취향이 있고, 그것을 존중할 때에 가장 효과적인 대화법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나,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늘상 어렵다. 그럼에도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추진하려면 우선 그 사람을 좋아해야하는데 나는 아직 박부장을 좋아하고 존경할 만한 의사가 미안스럽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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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조정래 작가님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네요.  이번에는 기필코 읽어보리라 생각했지만, 올라오는 평들은 자꾸 기대치를 낮추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조정래님의 그 글에서 뿜어져나오는 사회에 대한 풍자가 아마 대단한 것 같더라구요. 씁쓸하지만, 그게 정말 우리의 세계라면 한번쯤은 되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실은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녀의 글을 건조한 듯 바라보는 저지만, 요즘에는 몇달에 한번이라도, 꼭 한번씩은 찾는 것이 그녀의 글인 듯 싶네요. 처음에는 아, 아니다 싶었던 것도 이제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제가 신기하기만 하구요. 그녀가 빨간 장화에 이어 어떠한 결혼생활을 다시 한번 그려냈을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구요. 

 

  

     

 

 

실은 이번에 선물로 받은 책들도, 다른 곳에서 받은 도서들도 만만치않은데, 거의 신간이었었네요. 이번에는 꼭 다섯권을 꽉꽉 채우려고 했는데, 아쉽게 그러지 못하게 됐어요 - 다음 달을 기약해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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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그 천년의 이야기 - 상식으로 꼭 알아야
김동훈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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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는 과목에 흥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의 대학 진로의 잣대는 당연히 그쪽으로 향해 뻗어나갔지만 그것은 중간중간 회의를 몰고 오기도, 나락에 빠뜨리기도, 좌절이라는 팻말에 우뚝 세우기도 했던 그러나 나의 한쪽에 가슴 시린 꿈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것,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규정지어진 모든 것들은 영원히 함께 해야할 나의 과제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증을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건축에 대한 책들이 속속 출간이 되면 번뜩이는 눈빝으로 설레이는 마음을 두 손 가득 쥐고 그것을 검색해본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전공을 하였다하지만 실은 그쪽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하얀 백지에 꼴랑 선 하나 그어놓았을 정도로 - 아니, 선 하나도 그리다 만 것일지도, 아니면 점 하나가, 그것도 아니면 완전히 백지상태일지도 모르겠다 -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은 폭이 넓지도, 깊지도 않다. 그렇기에 나는 항상 그것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들을 선호하게 되고, 이번에야말로 그 말에 부합되는 그런 책을 만난 것 같다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재학 중일 때 교수(의 개인적인 일이)라는 명목 아래 휴강을 여러차례 했었고, 그를 보충하기 위한 강의 또한 숨이 차오를 듯 거세게 밀어붙였기에 흥미를 느낄 타이밍조차 찾아내지 못했던 ‘서양건축사’와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나는 책을 읽기 전 무엇을 안다,라고 하지 않기 위해 머릿 속을 정돈했다. 하지만 정돈했다고 생각된 머리는 참 오만하게도, 제대로 된 뜻조차 모르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안다고 설치고 있는 나의 꼬락서니가 참 꼴불견이다.

 

 

 

“건축물이 탄생하기까지의 순간과 탄생 후에 건축물에 생긴 일들을 듣다 보면 마치 한 사람의 굴곡 많은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 건축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를 읽는다는 것입니다.” 홍익대학 건축도시 대학원의 김동훈 부교수가 책의 추천서를 정말 맛깔나게 써놓아 읽기 전 독자로 하여금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일조하기에 충분하고, 그것은 독자의 시선을 한 곳에 뿌리내려버린다. 천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올곧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서있는 건축물처럼. 하지만 중간중간 이야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함을 발견하였는데 그 중 가장 신경을 쓰게 만들었던 부분인 이탈리아 로마를 예를 들어보면 포룸 루마눔→콜로세움→콘스탄티누스 대제→카라칼라 목욕탕을 설명하는 것에 너무 툭툭, 끊기는 것들이 그 장의 내용이 아닌 그곳으로 신경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현재 판테온에는 이탈리아 국왕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와 움베르토 1세, 그리고 라파엘로와 페루치 같은 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다. / 로마 사람들은 특별히 목욕을 즐겼다. 그래서인지 로마 시내는 물론이고 로마인이 다스리던 곳에는 늘 공동 목욕탕을 지었다. 이것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에서 카라칼라 목욕탕을 설명하는 단계에서 넘어가는 것인데, 나만 그리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불편한 자세에서 편한 자세로 고쳐앉을 것처럼 아등바등댔고, 결국은 혼자 접속사를 만들어가며 읽었던 기억을 해내며 낄낄,거리며 웃는다. 지금에서야 쓸 때는 이렇게 쓰지만 읽는 내내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서 차라리 그것이 사진과 함께 한 장의 분량이 나온다면, 한 장에 채워 서로 다른 건축물들에 대한 간극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데, 너무 오밀조밀하게 붙여놓으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415페이지라는 책 속에 들어있는 건축물들 중 처음 보는 것은 또 어찌나 많던지, 나의 눈을 사로 잡는 것들은 비단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자태 그뿐만이 아닌 그것이 오랜 세월 치여야만 했던 외로움까지 피부 표면에 찰싹 붙어 자신들을 기억해 달라, 저마다 소리를 높여 목청껏 외치고 있는 것처럼 독자에게 sos를 청하고 있는 듯도 하다. 그 중 뇌리를 떠날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인도의 '아잔타 석굴'이었는데,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가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아 쇠퇴하였기 때문인데, 불교의 소멸과 함께 아잔타 석굴 또한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 1,100여 년동안 밀림 숲으로 덮인 곳에서 사냥을 나간 한 영국군 장교에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 동안 훼손, 부식된 석굴과 감색되어 자신의 모양과 색깔을 잃어가는 조각상과 벽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애달픔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모든 건축물들이 하나 하나 그 특색에 맞게 경이로워 보여 혹여나 놓칠 새라 그것들을 눈에 익히려고 넋을 빼놓고 본 것도 수차례, 그것을 콧등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 전해지는 그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 웅장함과 섬세함을 그 곳에 서 있는 내 두 다리를 지탱하여 직접 눈으로 봐도 시원찮을 판에, 이렇게 책 속에 실려있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찬바람이 부는 새벽에 책을 덮으며 상념에 잠겼다. 미래에 대한 발전따윈 이미 하늘로 벗어둔 채로 그저 그런 일을 해나가며 편하게 살고 싶어질 때마다 내가 가장 초기에 가졌던 꿈을 생각나게 해주는 그런 원동력 중 하나가 되어달라고. 나의 옆에서 나의 모자란 지식들을 다시 한번 천천히, 그렇게 읊어주고 새겨달라고. 그때엔 별 다섯개가 아닌 아홉, 열개라도 원없이 주겠노라, 약속한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시리즈에 열광하는지 그제야 알겠다며 다른 책에 비해 길고 넓적한 책의 오만함까지 인정하듯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책장에 뒤집혀 있던 책을 바로 꽂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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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이
김민기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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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평이 결여된 채로 내 판단과 의지만으로 책을 선정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한껏 밀려들어오는 까닭은 아직 책을 선정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번 책을 선정하기 전, 역시나 다른 이의 리뷰를 먼저 접하게 되었는데, - 일전에 이 고질적인 습관때문에 책의 결말을 미리 다 알아버렸음에도 이것은 왜 그리도 고쳐지질 않는지 - 별 다섯개 만점에 반개짜리의 리뷰를 보는 순간 '아, 이건 아니다.' 싶었더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에 아른거리는 이 책의 지은이 그러니까 김민기 작가,가 궁금하여 검색해본 그의 전작인 장편소설 「가슴에 새긴 너」라던가,  「들꽃향기로 남은 너」의 평점이 무척이나 좋았기 때문에, 그리고 책의 띠지의 어느 날, 사랑하는 딸이 사라졌습니다. 《가슴에 새긴 너》의 작가 김민기가 선사하는 증오와 용서, 그리고 사랑의 슬픈 변주곡 이라는 문구때문에,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었던 책이었고, 그 선택은 지금에 와서도 후회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을 만나서 잘 읽었다고 생각하여 위로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미소를 걸치게 만드는 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의 내용은 ‘유괴·살해사건’이라는 분노를 폭발시키기에 충분한 소재로 읽는 독자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을 깨어 찬바람이 스며들게 하여 몸서리쳐지도록 스산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야기는 결코 유괴·살해사건으로 끝내지 않고, 그가 불러낸 증오, 복수, 용서를 312페이지라는 두껍지 않은 장편소설에 작가의 역량을 발휘하여 펼쳐내고 있다. 박태수, 그는 9살인 예은이를 유괴,납치하여 14일동안 한 움막에서 성폭행을 하고 살해까지 서슴지 않고는 용서는커녕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으며, 심지어 입언저리에 실웃음을 걸어놓고 비아냥거리듯 예은이의 아비 한선재, 그를 쳐다보는 모습에서 독자는 아연실색하기에 충분하다.  더욱 경악할 사실은 박태수, 그에게는 심장이 좋지 않아 입원을 하고있는 11살인 하늘이라는 큰 딸과 프랑스로 입양보낸 작은 딸 하영이가 있다는 점이다. 자기 딸같은 자식인게다. 그런 아이에게 이 인간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란 말인가. 한선재는 그에게 왜 하필 예은이었냐고 묻고, 그에 대한 답변으로 박태수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지난봄에 난 당신과 당신 가족에게 아주 근사한 선물을 받았지.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이었어. 언젠가는 기필코 되돌려줘야 할 선물이었단 말이지.(······) 왜 하필 당신의 딸이냐고 물었소? 그 질문을 받고 나니까 문득 그게 궁금해지는 거요. 당신과 당신 마나님이 그때 나에게 준 선물을 벌서 잊은 건가 하고 말이요." 하지만 독자인 내 입장에서 고작 그 이유가 아직 아홉 살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하였을 때, 납득할 만한 근거가 타당치 않음은 날카로운 칼이 그의 허점을 들춰 긁은 셈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차라리 '그냥'이라는 말이 더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일런지도 모르겠다. 또한, 결말을 급조한 것 같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이야기들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느껴야했음이 심심찮게 다가왔는데, 그것을 메울 간극은 아무 것도 없어보였다. 그저 독자 나름의 상상을 억지로 총동원하여 만드는 수밖에.

 

 

 

"이 별을 보고 있으니까 생각이 나요. 옛날에 우리는 높은 언덕에서 살았어요. 밤에 집 앞에 있는 마루에서 누워서 하늘을 보면 별들이 정말 많았어요. 아빠하고 같이 별을 볼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아빠는 술을 많이 드셨어요. 언젠가 아빠에게 별들이 너무 예뻐서 한 바구니만 따서 갖고 싶다고 하니까 아빠가 당장 따주겠다고 하면서 마당을 펄쩍펄쩍 뛰었던 게 생각나요. 얼마나 웃겼던지 저는 배꼽을 잡고 웃었어요. 지쳐서 더 이상 뛰지도 못하는 아빠가 그러셨어요. 술이 너무 취해서 못 따겠으니까 다음에 술이 깨면 따주신다고요. 지금은 그 생각만 하면 웃겨죽겠어요." 열한 살 하늘이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박태수도 아빠였다. 그런데 박태수의 입장은 책에서 보이는 그대로를 다 믿기엔 무리가 있는 듯 싶기에 그에 대한 부연설명이 조금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하며 그 고리를 끝까지 붙잡고 읽어나갔는데, 오산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그냥 그대로 끝나버림에 허탈하기까지 한 감정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서는 책을 읽고 난 뒤의 상념에 사로잡혀 몇 분간을 내리 허우덕대며 작가가 독자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은 띠지에 나와있던 그대로의 증오와 용서뿐이었을까,를 되뇌이다 그런가보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독자에게 던져진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오탈자 P37 , 20째줄 ː "내가 박예은이 아빠야." → "내가 한예은이 아빠야."

         p163 , 13째줄 ː 선재의 입에서 여자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 하늘이 혹은 아이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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