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인간관계 핵심스킬 - 사람과 성공을 얻는 5가지 스킬
데일 카네기 연구소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읽기 전부터 지레 겁먹었었던 까닭은 329p라는 생각보다 두꺼웠던 책의 장수였다. 소설이면 이까이꺼 훗, 하며 읽어주었을텐데 나에게 있어 어떤 분야보다 취약하고 늘 재미없게 읽는 자기계발이니 더디고, 더디고, 또 더딜 수밖에. 하지만 자기계발임을 알고서도 이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데일 카네기라는 그의 명성을 귀가 간질간질거릴 만큼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 그 때문이었다. 게다가 띠지인 척 하고 있는 표지엔 '인간관계와 직장생활 성공법칙'이라는 것을 보았던 것이 데일 카네기라는 명성보다 나를 더 사로잡았던 까닭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지금 이 곳에서 일을 시작한지 9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함께 일하는 현장감리 박부장의 행동은 고집스런 나를 더욱 고집불통인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난 가끔 그와 상반되는 의견을 주고 받을 때면 내가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귀를 막고 눈을 막고 마음을 막아버린다. 그와 나는 9개월을 그렇게 지내고 있다. 간혹 현장에서 노무자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가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서로의 약점을 물어뜯고 할퀴는 것을 생각해내고는 그런 마음도 금세 슥슥 지워버린다.

 

 

 

예를 들면 현장에서 이런저런 사건들이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데, 나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면 나는 당연히 발끈하고 그것은 무서우리 만큼 격한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그는 나이를 운운해가며 나의 말문을 틀어막고, 상사라는 이름을 들먹여가며 내게 있는 약점을 꼬집고, 자신이 말하는 것에 있어 무조건 예예, 거리며 복종하는 여자인 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군대식으로 나를 몰아붙인다. 전에 여사원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리 못하겠다고, 모든 건 사장님 결제를 통해 들어가는 것이니 사장님이랑 결정하시고 전달해주세요, 라고 이야길 하면 그는 리라씨는 참 피곤한 사람이야. 라고 이야길 한다. 그와 나의 문제점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러니까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인 셈이다. 한 사무실에서 있으면 냉기가 감도는 그와 나의 직장생활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대화의 기술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데일 카네기, 그의 책을 이제서야 두 손에 억지로 구겨넣고는 만만찮은 빽빽한 활자들에 질려 한숨을 폭폭 쉬며, 첫 문장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인다.

 

 

 

자기주장은 토론대회가 아니다. 최선의 방어가 훌륭한 공격이 되는 전쟁터도 아니다. 자기주장이란 여러분을 과소평가하려는 상대방의 경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행동, 동기, 혹은 의견을 방어하는 일이다. (p39) 자기주장[自己主張]이라는 것이 사전에는 자기의 의견이나 생각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일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가 박박 우기고 있는 자기주장이라는 것은 '목소리만 크면 이기는 세상'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곧 그것은 하나의 격언으로 자리메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자기주장을 말할 때에 위처럼 명시하고 있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애매모호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자기주장이 상대방의 권유, 회유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정을 생각한다면 저렇게 한마디로 딱 부러지게 명시하기엔 조금 무리수가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서로 자기주장을 내세울 때 최선의 방책은 “이 문제에 대한 제 입장은 변함없습니다. 일단 우리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화를 진행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시하는 것인데, 서로가 타협할 만한 타협안을 찾지 못했을 때 제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문장이었다.

 

 

 

실은 나는 책을 읽으며 나와 너무 상반되는 직장환경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 활자가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을 뿐더러, 자꾸만 답답한 마음에 책을 덮고 싶어지고, 그럴 때마다 소리내어 읽도록 나 자신을 강요하였지만, 소리내 읽어도 마음에 남는 것이 딱히 없다. 그러나 그 중, "만일 인간이 듣기보다 더 많이 말하도록 창조되었다면 두 개의 입과 한 개의 귀를 가졌을 것이다." -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을 응용하며 설명을 했을 때 비로소 아, 내가 조금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 역시도 상대방과 의견이 대립되면 내 의견만을 내뱉지, 상대의 말은 제대로 경청하지도 않고 무조건 마음에 벽을 내 키를 훌쩍 넘어버릴 만큼 쌓아두고는 상대가 말할 때 난 그 벽에 기대어 잠만 자는 꼴이 되어버릴 때가 무수히 많기 때문에 늘 고쳐야지, 했던 것이었다. 경청을 할 때에 잘못 된 것은 「자신과 비교하는 것,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 필터링」 이와 같은 세가지가 주 원인이 된다 하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늘 상대방이 “나 ~했어”라고 하면 나도 속으론 ‘나도 했었는데’라며 뇌까리고, 상대방이 말한 그대로를 믿질 않은 채, 실은 그렇지 않잖아.라고 반박하기도 하고,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기도 했다. 난 「적극적 경청」을 읽을 때,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이기적인 대화법을 주도해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라고 느끼며 헛헛해진 마음 속에 차가운 가을 바람이 들이 닥쳤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나와 상관이 없다기 보다는 나의 상황과는 별개,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중하기 어려웠고 아무리 좋은 말이 한가득 있어도 여전히 자기계발서는 자기계발서다, 라는 생각이 더욱 굳건해진 책이었다. 명성만큼이나 자자하게 나를 변화를 주는 영향까지는 끼치지는 못할지언정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적어도 자기계발서를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었다,라고 마침표를 찍게 해주기를 바랐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다른 것과 똑같아보이는 이 책의 느낌은 내가 그동안 한번 접해보고 싶어하였던 책이 맞나, 하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실망스러웠다는 것을 쓰며 이 책 서평의 마침표를 붙여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떠한 책 한 권으로 규정되어지는 관계라면 그것보다 애석한 일은 없을거라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는 각기 나름대로의 성격이나 취향이 있고, 그것을 존중할 때에 가장 효과적인 대화법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나,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늘상 어렵다. 그럼에도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추진하려면 우선 그 사람을 좋아해야하는데 나는 아직 박부장을 좋아하고 존경할 만한 의사가 미안스럽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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